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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09화 - 갈라이스트의 영웅 호걸들 - 본문
"슬픔이나 재앙같은 것은, 약점을 보이는 순간 닥치는 대로 덤벼든다고.
참으로 성가신 일에는 틀림 없어"
가라이스트 왕국 고위귀족. 로이매츠 폴 그 거구와는 달리,
섬세함과 지성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커다란 눈동자 뒤에는, 능구렁이같은 속셈을 첩첩산중에 숨기는 듯 했다
본래 십수 명 이상의 고관귀족,
성직자들에게 의해 채워지는 갈라이스트 왕국 원탁회의장.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자리에서 앉아있는 것은 단 두 남자 뿐이었다.
그 외에는 호위병조차 보이지 않고, 기묘할 정도로 조용하다.
말석에 로이메츠 폴
그리고 로이메츠를 제쳐두고 상석에 앉은 것은,
가늘고 꽤 긴 손가락을 가진 남자였다.
담배를 머금은 채, 먼곳을 바라보는 듯한 그 눈 아래에는,
깊은 주름이 저있는 것이 보인다.
검은색의 군정장에 붉은 외투를 걸친 채,
남자는 중후한 목소리로 말한다.
"비옥한 땅에는 잡초가 무성하기 마련이오, 폴경"
갈라이스트 왕국은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따라 한두번 정도의 비극 같은 건,
일어나도 이상할게 없겠지, 라고 남자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옅은 색의 입술을 벌리며 말을 계속했다.
이 남자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것은 그의 성격이 신중해서 그렇다던가, 정적이 많아서 그렇다기 보다,
그저 단순히 그는 이야기하는 것이 그만큼 능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습니다.
마수떼들이 그 위협을 더 해가고 있다는 소리겠지"
로이메츠의 거구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한다.
그 동작 하나하나에 묘한 기백마저 담긴 것 같았다.
표정도 무겁고 딱딱함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요 최근, 가라이스트 왕국 왕도에 오르내리는 화제란 것은
죄다 어두운 공포성을 띤 것 뿐
밝은 화제라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대성당으로부터
성녀 후보가 탄생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 이외에는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의 함락을 비롯해,
서니오 전투에서의 패배, 갈라이스트 왕국 산하에 있었던 베르페인,
피로스라는 두개의 자치도시도 복음전쟁 속에 잃었다.
그에 이어서, 또 두가지 성가신 일이 발을 처들고 왕국 안으로 찾아왔다.
한가지는, 성녀가 순례중에 구교도의 대규모 습격을 받았다는 것.
습격에 의해 프리슬란트의 대신전은 눈 속에 파묻히고,
온나라에 이름을 떨치던 성당기사도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다행스럽게도 성녀 알류에노는 무사하고.
또한 성당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와
동행자 헤르트 스탠리라는 자의 조력에 의해 무사하다는 것
물론, 애시당초 성녀의 순례가 누군가에게 방해공작을 받는 다는 것 부터가 있어서 됄 일이 아니였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당연히 시민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대성당은 사태의 대응에 쫓기며 일부 기능이 마비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성가신 일이,
눈 속에서 그 생을 구가하고 있는 마수들의 존재다.
"북서부에서 온 마수 무리는 기세를 잃을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과거부터 유례가 없는 일이지요"
북서부쪽 요새를 수비하는 발레리 브리트니스로부터 온 보고를 반복하듯이,
로이매츠는 말했다.
그 말은 직접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담겨진 의미는 남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즉, 마수 무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국군의 전력의 증강을 요청한다는 것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반면 갈라이스트 왕국에 있어선 쉽게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강대한 체구와 송곳니를 가진 이 국가는,
덩치가 크고 둔중해짐에따라, 그 몸 역시 비대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형식상, 가라이스트 왕국은
국왕 아멜라이츠 갈라이스트에 의해 군주정치를 하고 있지만
그 내막은 얽힌 실타래보다 복잡했다.
귀족에 의해 구성된 정기원의 영향력은
독처럼 국가에 스며들고 대성당의 눈도 곳곳에 퍼져 있었다.
게다가, 성군으로 추앙받던 현 국왕이 노쇠해
과거의 왕성함을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정치 행보는 더디기만 했다.
정식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하나의 정책을 실행하는데도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게 되는 것은
자주 있는 광경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분야라면 대규모 문제는 산더미다.
불협화음은 일어나지만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히지만, 군사 문제가 된다면 다르다.
한순간의 주저가 병사들을 죽이고, 국가의 골수를 빨아먹는다.
따라서, 정치와 분리된 국군의 정동에 있어선
국왕 바로 아래라고 할 수 있는 독재권한자가 존재한다.
그것을 부여받은 것이, 이 마른 몸의 남자.
국가를 수호하는 자. 호민관 제이스 브래켄베리
최근 오랜 기간 동안 갈라이스트 왕국에서 호국관이란 그를 가리켰다.
로미메츠와 비교하면 작다고 할 수 있는 그 양 어깨에,
갈라이스트 왕국 군부의 전권이 쥐어져 있었다.
그 무게가 과연 얼마나 될지는, 브래켄베리만이 알 수 있었다.
브래켄베리는 담배의 흰연기를 토해내며, 말한다.
"폐하께서는 이미 소식을 접하셨내
하지만 안 될거야, 아마
이제 폐하께서는 판단을 못하시게 되어버렸으니까"
블러켄베리가 고하는 말 속에는 답답함이나 초조함이 아닌.
그저 담담하게 사실만을 고하고 있는 듯 했다
국왕에 대한 비판을 담은 언사에도,
로이메츠는 머쓱해 하지 않고, 대꾸해,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작게 수긍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를 마련한겁니다만, 브래켄베리 호국관"
충분히 의미를 담으며, 로이메츠는 브래켄베리를 응시했다.
그 커다란 눈동자는 평상시와 달리 꽤나 굳어있었다
무리는 아닌 것이, 로이메츠 입장에서도,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은
금방이라도 깨지고 부서져버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그도 그럴게 고위귀족이라곤 하나,
본래 호국관에게 직접 청원을 넣는다는 것은 있어선 안돼는 일이다.
호국관이란 정치와 일체 분리되어야 하는 존재니까.
이 사실이 로이메츠의 정적에게 노출되면,
먹잇감을 발견한 거미처럼 놈들은 달려들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의미가, 로이메츠에겐 있었다.
마찬가지로, 브래켄베리에게도 말이다
브래켄베리는 옅은 입술에 다시금 담배를 머금은채,
잠시 사색에 잠긴듯이 속눈썹을 깜박였다.
커다란 흰자위 속에 떠 있는 파란색이 묘하게 두드러져 보인다.
담배의 흰 연기를 뻐끔거리며,브래켄베리는 말한다.
"경은 정치인이면서도, 꽤나 솔직한 남자로구만"
"솔직함이란 정치에 무엇보다 필요한 거지 않습니까"
그러한가, 라고 브래켄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로, 무언가를 결단한 것처럼 보였다.
마른 몸을 일으키며, 붉은 외투를 흔들며 브레베리는 말을 이어갔다.
깊은 주름이 진 눈이, 알 수 없는 중압감을 가지고서 열렸다.
"가르라스 가르간티아가 대성교의 영웅 호걸이듯이,
발레리 브리트니스 또한 갈라이스트 왕국에 있어서
잃을 수 없는 영걸임에 틀림없네.
그런 그녀를 멍청이의 우행 따위로 죽인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나도 생각하네"
그 말은 로이메츠의 말을 적지 않게 받아들였음을 의미하고 있다.
무심코 로이메츠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발레리를 신뢰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다.
설령 운하처럼 마수의 무리가 몰려와도 그녀의 마법 갑옷이라면
그 모든 것을 뒤집어 엎어 놓을 것이라고 로이메츠는 확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전장에 선 자는 늘 한조각의 만약 이란 것을 짊어지게 되는 법
그렇다면 전장에 서지 않는 자는,
상응한 의무가 있다고 로이메츠는 확신했다.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가 전장에 서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은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주군은 부하에 대한 지휘권을 얻고, 부하는 주군에게 검을 바친다. 그 관계가 무너지면, 사실상 그곳에 주종의 정이란 존재할 수 없지 않는가.
물론, 리처드가 부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는 지금,
발레리까지 잃을 수 없다는,
당연한 이해 타산적인 생각도 로이메츠의 가슴 속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정과 타산이라는 것은, 언제나 저울의 좌우에 나뉘어지는 것이였다.
블러켄베리는 담뱃불을 끄고, 담담히 고한다.
이미 그 머릿속에는, 큰그림이 완성되어있는 듯 했다.
"그녀가 지금 가진 권한으로는
증원해 낼 수 있는 병사가 억제될 거야
따라서 일시적으로 왕도로 귀환시키고자 하는데, 어떤가 폴 경"
로이메츠는 평소처럼, 그 거구를 크게 움직이며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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