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4화 - 두 개의 반지 - 본문
"크게 다쳤겠지, 조용히 뒹굴며 쉬는 것이 좋을 거야
인간이란 것은 의외로 간단히 죽어버리니까"
나는 씹는 담배를 입술에 내밀고, 목소리를 흘렸다.
말은 등뒤를 걷고 있는 베스타리누를 향한 것이었다.
여하튼 그녀의 거친 숨소리에 컨디션을 엿볼 수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명확히, 원래 걸어서도 안돼는 상태로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쉬어야 할 것이다
내 말을 듣고 한박자를 놓고 나서
베스타리누는 목소리를 들이대듯이 말했다.
"최소한의 치료는 행했습니다
그리고 지휘관님이 움직이는 이상
제가 한가롭게 쉬고 있는다면, 병사들이 기가 막혀 할 것입니다"
딱히, 난 그녀의 지휘관이 된 기억은 없지만
무슨 변심 때문에 베스타리누는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걸까?
아마 머리라도 세게 얻어맞은 것일까
뭐 확실히, 용병들을 무사히 감옥 내부로 끌어들이고,
일시적이라곤 하나 감옥 전역을 장악했으니까
지휘관이라 불러도 잘못된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역시 그러한 호칭은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말이다. 사람을 지휘관이라 부를 정도라면,
내 말에 의문을 갖지 않고, 귀담아 들을 정도의 순종함은 가지고 있으면 했다.
말마다 거역만 당해서는 지휘관이라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베스타리누의 말에 가볍게 맞장구를 치면서,
한숨을 내쉬며 지하로 이어지는 어두운 계단을 밟았다.
심문실의 주위엔 피와 타액의 냄새로 습했지만
이곳은 먼지와 진흙 냄새가 나는 듯 했다
하지만, 나에겐 친숙한 냄새였다.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장소,
사람이 시선을 돌리는 장소라는 것은 대체로 이런 냄새가 났다.
아마 도시의 뒷골목과 비슷한 것일 것이다
아마도 거의 손질도 하지 않았겠지.
있는대로 쌓인 먼지들이 그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뭐, 그건 당연한 것이다.
과거엔, 지금보다 훨씬 수년후에 이곳에 흘러들어 왔을 터.
그 때조차, 누구 하나 들어온 기색은 없었다.
즉 실제로, 이곳은 잊혀진 장소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도 아직 여기에 눌러 앉아 있는 거겠지
사람으로부터 사람의 손을 건너, 세계를 옮긴 변변치 않은 것
일찍이 신비로움 또는 기적이라고도 불렸던 것
어둡고, 그러면서도 단단한 석조 계단을 내려가니, 그것은 거기에 있었다
마치 당당히 옥좌에 걸터앉아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지난 세계에서 나는 먼 곳에서 이것을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헤르트는 말했다, 계시가 있었던 것이라고...
그리고 이것을 손에 잡으려고, 이끄는 자가 있었다고 그렇게 말했었다
그것은 작은 반지였다.
흐릿한 색을 띠고 있어서, 광택 같은 건 전혀 느끼지지 않았다.
솔직히 정면에서 봐도, 이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좀도둑이었다면, 구태여 이걸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좀더 값이 나가보이는 걸 품속에 넣었겠지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그런 시시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찍이 마법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피에르트의 얼굴조차 찌프리게 했던 마법...
그렇다면, 취해야 할 수단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베스타리누, 내 검을 돌려주겠어?
아무래도 허리가 허해서 말이야"
내가 꺼낸 말에 베스타리누는 끄덕이면서도,
조금 당황한 듯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보검에 손을 대면서
"네, 드리겠습니다. 맡긴 신뢰는 돌려주는 거니까요
그러나... 조심하십시오, 묘하게 열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마력이 쌓여 있는 건지도 몰라요"
뜨겁다니... 한랭기의 냉기로 차갑다고하면 모르겠지만
뜨겁다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인데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
당당한 보랏빛을 뿜어내는 보검에게로 손가락을 감았다.
설마 이상한 마력반응이라도 일어난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감당하기엔 버거워질 것이다
손끝으로 천천히 만지며, 감촉을 확인하듯 희미하게 표면을 쓰다듬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였다.
오히려 평상시보다 손가락에 찰싹 달라붙는 듯 했다.
나는 그대로 허리춤에 차며, 익숙한 무게를 허리에 느꼈다.
꽤나 오랬동안 인연이 있어서인지, 아무래도 옆구리가 진정된 기분이 들었다.
뜨겁다는 얘기는 대체 뭐였던 걸까.
보검을 허리에 차고, 다시, 반지 앞에 섰다.
폐속 밑바닥에서 공기를 흘려보내며, 반지로 손을 뻗었다.
천천히, 구슬을 세공하는 심정으로 손가락을 끼었다.
순간 피부가 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등뼈를 뭔가 날카로운 것으로 관통당하는 감촉. 그
것은 마력의 움직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것인걸까.
아아, 역시 안되겠어, 이건 너무 위험해
순간, 발목을 돌아서, 허리를 비틀며 보검을 빼어들었다.
더이상 가슴 속에 망설임은 없고,
보검은 내 마음을 대변하듯이 호선을 그리며, 공기를 단절했다.
목표는 단 하나,
눌러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는 작은 반지.
'쩌억'
보검의 칼끝을 앞에 두고, 꽤나 가벼운 소리를 내며 반지가 둘로 갈라졌다.
좀더 애를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보검의 힘 덕분일까.
더이상 반지에서는, 방금전처럼 흉흉한 기운은 사라져있었다.
나는 그것을 얇은 천에 감싸서 품속에 집어넣었다.
들고 다니고 싶지는 않지만,
이 자리에 계속 나두는 것도 성가신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옆에서 베스타리누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시선을 내게 돌렸다
그건 그럴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겐
내가 하는 짓은 마치 미치광이의 짓처럼 보일테니까
나는 입술을 주뼛주뼛 내밀며 말을 더듬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처음부터 말하자면 너무 기니까, 대충 줄여서 말할께
애당초 이곳에 온 목적부터가 매우 다양하고 말이야"
매장감옥 벨라로 발걸음을 한 것은, 다양한 요인과 목적이 겹쳐진 결과였다.
첫번째 목적은 양부모인 나인즈 씨를 구하는 것
뭐, 나 따위가 누군가를 구하는 등의 말은 우습겠지만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앞서 베스타리누에게 말했듯이, 문장교 박해의 심장인 감옥을 함락시키는 것
게다가 이 감옥을 함락시키는 것은,
갈라이스트 왕국내에 교두보를 세우겠다는 의미도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테니,
성녀 마티아라면 한시라도 빨리 파괴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것들과 별개로, 두가지 더 목적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반지냐며, 베스타리누가 말을 가로막았다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이것은 끔찍하게 성질이 나쁜 마도구다
인간의 의식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의사 그 자체를 수중에 넣기 위한 것.
마력을 가지고 인간의 몸에 직접적인 간섭을 일으키기 위한 물건.
이라는 것이였다.
물론 경험한 적은 없고,
지난 세계의 피에르트가 말하는 것을 얼핏 들은 거지만
적어도, 그리 쉽게 다루어도 될 물건이 아니라고
피에르트가 말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법적 분야에 있어서,
그녀의 말에 틀린 부분이 있을 리가 없다. 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걸 대성교 측에게 쉽게 넘겨줄 수 도 없겠지.
분명 일이 성가신 쪽으로 굴러갈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그것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아마도 그 정도로 엄청난 물건이라면,
내가 쉽게 사용할만한 것도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그러니까, 결심한 것이였다.
보검과는 달리, 이건 이 자리에서 파괴해야한다고 결심했다
뭐, 실패한다면 강으로 던져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대충, 회귀한 사실은 베스타리누에게 말하지 않고
그러한 사실만 그녀에게 전했다
베스타리누는 가볍게 어깨에 걸친 전투도끼를 기울이면서, 입술을 열었다.
"그래서 지휘관 님, 마지막 목적이란 것은 뭔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했한다.
귀에, 멀리서부터 뭔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적의 시선을 이쪽으로 모으고 싶어서 말이야
사람은 뭔가를 보게 된다면, 그 이외는 볼 수 없는 생물이야
그래서 문장교군도, 북서쪽이 아니라, 이 쪽을 보았으면 했어"
들려오는 소리는 분주한 발소리였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소리가 위에서 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폭풍우가 나타난 것을 알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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