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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6화 - 은빛 테, 선명한 녹색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6화 - 은빛 테, 선명한 녹색 -

개성공단 2020. 5.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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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듣는 그 목소리는 아주 차분한 것 같았다 

아주 나이답지 않은 목소리였다.
어떻게 보면 소문으로 들은 모습, 그대로 였다

 

"적의 그림자는 어느 것이냐, 눈이 내리는 가운데 아주 열심히군"

 


베르페인 용병이며, 베스타리누의 부관이었던 남자는 

그 목소리에 손가락을 대고 답했다

그는 심장이 무뎌지고, 저절로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아직 거리가 있다곤 하지만

바로 거기에 이천은 될까 하는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에 반해 이쪽은 3백이 고작.  

감옥이란 이름의 요새를 안고 있다고는 하지만

충분한 수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적의 그림자를 가리키던 손이 저절로 떨렸다.  

남자 또한 용병이다. 

전장은 몇번이고 경험해왔을테고 

죽음이 가슴 바로 앞까지 스친 적도 있겠지. 

방금전까지 담소를 나누던 전우가 바로 옆에서 절명한 일은 몇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것들과는 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압도적인 숫자의 적이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무기를 들고 

접근해오는 공포...
죽음이 서서히, 발굽 소리와 함께 목을 조르는 전율...

 

밭밑에서부터 서서히, 그것들이 오고 있는 것을

남자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본래 용병이 있어야 할 전장이란, 이런 자리가 아니였다. 

용병은 항상, 유리한 측이나 돈이 많은 쪽에 붙는 법였이다.
아무리 목숨을 담보로 금화를 버는 직업이라곤 하나, 

스로 사지로 뛰어들 정도의 인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자의 심장은 여태껏 없었을 정도로 진동하고 있었다. 
이 사지로 자신을 끌고 온 것은 누구냐고, 무심코 묻고 싶어 졌다.


아니, 이미 알고 있다

그런 거 물어볼 필요 없이, 모두다 이해하고 있었다


눈 앞의 이 사람.  문장교의 영웅이, 자신들을 사지로 데려온 것이였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하나씩 푸념을 늘어놓고 싶어졌다

남자는 한숨을 쉬듯이 말을 뱉었다


"나쁜 정보가 두가지 있습니다."

 

문장교의 영웅 루기스는 군복을 입은 채, 

어깨를 으쓱이며 계속 말할 것을 재촉했다.
옆에서는 용병들의 우두머리인 베스타리누 게르아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죄수들 말입니다

너도나도 피폐해 있습니다. 

걷는 것 쯤이야 가능하겠지만, 군사로서는 도저히 무리입니다."

 


남자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죄수들은 고문을 받지 않았던 인간도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다.
도저히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전장에 내보낸다면

고기방패가 되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정도 것 뿐일 것이다

 

루기스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원래부터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날카로운 눈동자에는 동요한 것 같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이어서 말했다

 

"척후병이 놈들의 장비와 군마를 확인했습니다. 

장비가 은색 테와 선명한 녹색이라 하더군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루기스는 동시에 입술을 떨었다. 

그의 눈은 분명하게, 형형한 기색을 띠고 있다.

 

"그 말, 정말 확실한 정보인가? 설마 망상은 아니겠지?"

 

남자는 눈썹을 크게 움직이며 말을 더듬었다

루기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렇기에 선뜻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씁쓸한 듯이 입술을 비틀었다


"말이 이상할 정도로 굵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틀림없이 북방마 일 것입니다

은색 테에, 선명한 녹색은 북방마임에 틀림 없습니다"

 

더 이상 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이상 했다간, 바로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곳에 적으로 와있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해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였다.
용병들은 그 사실을 아주 잘 깨닫고 있었다

 

아마도 베스타리누 또한 한 여자의 이름을 연상했을 것이다

남자는 그녀의 표정이 험악한 것으로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요청한 문장교의 원군이 도달한다 하면, 날짜는 어찌 될까요?"

 

베스타리누가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말을 골라, 빨라도 이틀이 걸린다고 했다


단순히 전선에서 감옥까지 가도를 달린다면 하루로 충분하겠지만,

지금은 한랭기 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틀은 필요 할 것이다


게다가 베스타리누가 요청한 건, 감옥을 지킬 정도의 병사 뿐...

수천에 달하는 적병에 대항할 수 있는 만큼의 병사를 준비하게 되면

더욱 시간이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남자는 그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비탄에 잠길 뿐이라면, 지금 떠도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어짜피 이틀을 기다리지 않아도

이제 슬슬 명확하게 시인할 수 있을 정도의 장소에

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의 심장은 다시 둔탁하게 뛰기 시작했다

 

무심코, 남자는 증오스러운 듯이 루기스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딱히, 남자는 루기스를 혐오하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악인이 아니라,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영웅적이였고

감옥 벨라를 강철공주와 함께 함락시킨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모자 정도는 얼마든지 벗어서 경례할 수 있다.  

그것이 사나이로서의 영웅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남자는 생각해버렸다. 

이건, 수를 잘못 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도 그럴게 적의 지원군은 명확하게 그 동향이 불가사의했다.

 

물론, 감옥 벨라가 문장교의 손에 떨어졌으면 

거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은 본래 어제 오늘로 뚝딱 해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적당한 시간을 가지고, 군대가 이쪽으로 배치됬어야 했다. 

이건 누가봐도 너무 빨랐다

 

남자는, 루기스가 이러한 상황을 상정했다고는 듣긴 했다

 

적의 움직임에는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했기에, 

적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소수의 인원으로 감옥을 함락시켜
후발대를 보내겠다는 수법을 취한 거겠지.


요컨대 이것은 분명한 사고다

적이 본래 있을 수 없는 행동을 취해, 최악의 형태로 맞물려 버린 사고...


남자는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당신은 분명 영웅이다

하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 공주님이 이런 궁지에 빠질 일도 없었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남자는 루기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은빛 테에, 선명한 녹색, 번견 발레리 브리트니스 인가"

 

루기스는 마치 못된 장난에 성공한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입을 열고 

피가 스며들은 군복을 평상복처럼 입은 채....

 

"걸작이군, 녀석들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들어 버리다니

그걸 12번이나 멈출 수 있는 자가 그녀 말고 또 있을까?"

 

그 말에 의미에 대해, 남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영웅이 무언가를 마치 기뻐하듯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만은 알 수 잇었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적은 진군하고 있었다. 

그것은 칼이 목덜미에 다가오는 것과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이 영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남자는 동요나 의심이라기보다 

훨씬 순수한 마음으로 루기스의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호기심이나, 동경이라 부르는 거겠지.

 

조금씩 적병이 눈을 밟으며 감옥을 향해 그 몸을 가까이 댔다
그리고 한 지점에서, 멈췄다.  

이제, 성벽으로부터 화살을 쏘면 닿을 거리였다.

 

외벽에 바깥쪽에 줄 지어 선 자는, 은빛 테에 선명한 녹색

본래 북방에서 마수를 상대하는 패거리들 이였다

물론 다른 병사도 섞여 있는 것 같지만, 

전방을 지키는 자들이 온 것은 확실했다.

 

수비에 나서 활시위를 있는 힘껏 당긴 용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숨을 삼켰다.
용병들 중 은빛 테에 선명한 녹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해서는 안되는 상징이였다


그들은 한손검으로 너무나도 쉽게 인간을 도륙하고 숨쉬듯이 말을 탄다.
돈을 벌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전장이 있으니까 전쟁을 하는 직업군인들...


과연 놈들은 정말 같은 인간인걸까. 

정말 이 화살은 놈들을 명중시킬 수 있을까.
용병들의 가슴속에는, 그런 생각마저 떠올라있었다.


그 괴물 집단에서,  한마리의 군마가 앞으로 나왔다.  

천천한 발걸음으로, 그 동작은 왠지모를 우아함조차 느끼게 했다.  

전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말에 타있는 인간이 아마도 지휘관이 겠지

숨을 삼킬 정도로 날카로운 얼굴과 눈을 한 여자였다


그녀는 공기를 떨며 말을 내뱉었다.  

눈을 걷어내는, 강한 목소리였다.


"지금 즉시 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희들을 살육할 것이다

모조리 한 사람도 빼먹지 않고 죽으리라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자 당장 선택하거라"

 

상단에서 내리치는 듯한 음색이었다.  

냉철하고 사람의 목을 움켜잡는 듯한 말...
선택이란 말에서, 그녀는 일체의 말대꾸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누군가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용병들은 확신했다.


저것이 바로 발레리, 폭풍의 대변자라고 불리는 여자

그녀는 그렇게 부르기에 알맞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본래 지휘관이 전령이 하는 일을 대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라면 하고도 남겠지.
그도 그럴게 그녀에겐, 화살같은 건 전혀 의미가 없으니까.


모두가 입을 열려고 조차 하지 않는 와중, 그녀만이 말을 내뱉었다.


"농담이 심하시군요, 변견 씨

승리가 결정되는 전쟁터에서 등을 보이는 놈이 어디있단 말인가요"

 

영웅의 뺨이 송곳니를 보여주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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