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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7화 - 외벽 회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7화 - 외벽 회의 -

개성공단 2020. 5. 18. 18:13

발레리 브리트니스.  왕국의 번견.  폭풍우의 대변자

지난 세계의 대재해의 서막에 있어서, 십이도마수군을 내쫒고

갈라이스트 왕국의 수호자가 된 자,

그녀의 최후는 마인과의 화려한 맞대결이였다고 한다

 

훌륭하다. 내가 아는 영웅호걸이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 늠름함,
그리고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오만함으로 흘러넘치는 것


발레리는 종을 울리는 듯한, 울려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가 저려오는 감촉이 있었다.


"승리는 우리 쪽으로 이미 결정지어졌다

지휘관이 너인가? 군사들이 불쌍하구나

너의 무능 때문에, 그들이 죽는 것이다"

 

발레리는 마법갑옷으로 전신을 감싸며,  

그 날카로운 눈만을 빛내면서 말을 내뱉었다.
그 이상의 말은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배후에 굳은 채로 서있는 병사들이, 희미하게 그 몸을 떨었다.


시간은 더이상 주지 않겠다는 건가. 

이쪽의 상황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느긋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이거 참 큰일이군. 내가 제일 귀찮아하는 성질인데 말야 

모처럼이면 좀더 생각이 많은 녀석이 훨씬 다루기 쉽단 말이지.
그녀가 전력을 다해 기량을 뽐내면,  

이쪽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전멸할 것이다.

 

나도 베스타리누도 병사들도.

 

큰소리치면 조금은 성을 내는 모습 정도는 보여줄거라 생각했는데, 

그리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군, 이걸 어찌한담


신체 내부에서 심장이 날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릿속에 하나의 광경이 보였다.
저들의 군대가 감옥내로 들어가서, 제멋대로 살육을 저지르는 모습...
문장교의 피로 넘쳐흐르는 감옥의 모습...


피할 수 없는 죽음. 명확한 죽음의 광경. 

몇번이고 상상하지 않으려고 해도, 다시 솟아났다


하지만 표정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나는 일부러 볼에 미소를 머금었고

옆에는 베스타리누가 지휘관 님, 이라며 호소해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손으로 제지했다


그렇고말고, 나는 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베스타리누와 용병 모두에게 있어서 지휘관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제와서 어떻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지금 그리 쉽게 감옥을 넘겨줄 수는 없다.
발레리를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갈라이스트 왕국은 그 활력을 되찾고, 

다시 마수군대를 몇번 이상 격퇴할 정도의 여력을 보일 것이다

 

그것만은 안된다

이전 세계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문장교와 갈라이스트 왕국 모두가 전멸할 것이다

세상은 마인마수의 세상으로 변할 것이고

믿음직스러운 동료들도, 알류에노도 무사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갈라이스트 왕국이 

타국이나 타세력과의 협조를 필수적으로 할 정도까지는
그 여력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발레리를 묶어둬야만 한다.

나는 그녀와 문답하며, 일단 시간을 어찌 벌어야만 했다

 


"무능이라는게 뭔지는 잘 모그렜고

네가 지금 태평하게 여기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큰 전과를 올렸는 걸"


먼눈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발레리의 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철혈의 의지라고 해야 할까.


본래라면 이 틈에, 수비 태세를 완전히 갖추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였다

시선을 그녀에게 주저없이 뗀다면, 그녀는 주저없이 여기로 달려올 것이다


나는 입술을 떨었다.

 


"서니오 전투에서 병사들과 용사를 끌어내렸고

대성당 자랑인 성당 기사는 프리슬란트에서 무너졌고

그리고 지금 막무가내인 발레리 장군을 이런 곳에서 멈추게 했다"

 

가능한, 내 억양을 붙여 초조함을 감추었다

내 가슴속에 무엇이 있는 가를 깨닫게 해선 안되었다

그것은 일체의 변명의 여지 없이 죽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말을 계속해야만 했다


"그 모양으로, 갈라이스트 왕도 아르셰를 어떻게 지켜내겠어?"

 

물론 호국관이 있는 한

그렇게 쉽게 왕도에 진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발레리도 그 부분은 알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러도 적병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다면

주위의 용병과 베스타리누가 마음을 진정시킬 유예가 주어지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반해 발레리는 눈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물어보겠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딱딱한 목소리였다. 

발레리의 두눈이 똑바로 나를 관통하고 있다.
거기에는 어떠한 의도가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순간 입술을 움직이며 대꾸했다.

 


"루기스 브리간트

뭐.. 뒤에 브리간트라는 건, 원래 내 이름은 아니지만..."

 

말을 마친 순간, 목이 뚫린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활에 의한 것도, 어떠한 투척 무기에 의한 것도 아니였다

 

단지, 발레리의 시선이 물리적인 충격마저 느끼게 할 정도의 

열량을 수반해, 나의 목을 태우고 있었다.


지금, 명확히 내 말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였다 

방금전까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감정과 같은 것을, 

지금은 무엇 하나 숨기는 기색 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지만, 

루기스라는 이름은 그녀에게서 원한이나, 

그에 준하는 감정을 향해지고 있었다.


"루기스, 그렇군

네놈이... 나의 친구를 상처입혀 준 놈이구나!!"


말을 거듭할 때마다,  

 음색은 중압감이 더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기가 급격히 수축되고,  긴장과 압박에 몸을 비틀듯이 말이다


친구? 대체 누가?

그 점을 알면, 좀 더 부추켜 줄 수 있을 텐데, 알 수가 없군

솔직히 이제까지 쳐부순 대성교의 사람만 해도 얼만데

얼마든지 원한을 살 요인은 충분히 있었다


나는 몸을 조금 앞으로 내밀며

 

"미안하지만 누구 말하는지 모르겠어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군, 죽은 사람인가?

그렇다면 유감이야,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주겠어?"

 


전장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너도 그런식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왔을거라고, 

그런 의미를 담아 말했다.


순간, 공기가 삐걱거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 소리가 난 걸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의 근원은 틀림없이, 발레리 장군

 

옆에서 베스타리누가 뺨을 씰룩 거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가 없다고

게다가 조금이라도 상대가 화를 내주고

단순한 전투가 되어 준다면, 그 이상의 일은 없을텐데

 

발레리는 땅속 밑바닥에서 치솟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려와라, 대악 루기스

네놈이 살아서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네놈을 죽일 이유가 된다

발레리 브리트니스의 이름 아래, 너를 죽이겠다

절망에 엎드려 죽어라, 피에 젖어 죽어라, 그냥 죽어라"

 


예상외의 말이었다. 

분명히 일기토는 과거 그녀가 몇번인가 벌였던 일이고,
그러한 것을 선호하는 인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문장교의 인간을 상대로 일기토를 벌인다니...


본래 일기토란 기사나 장수들에게 있어서 명예로운 자리이며,  

그저 간단한 일이 아니였다


그것은 상당히 큰 명예를 건 싸움이라던가 한을 푸는 싸움이였다

예를 들면 원수라던가, 내가 발레리에게 있어서 그만큼 가치가 있다던가


하지만 뭐 딱히 상관은 없다   

오히려 내가 저 발레리를 당해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 수 있다면 다행이다.

 

베스타리누라면, 그 사이에 요새의 방비를 전부 끝내줄 터.

게다가 또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마티아에게 보낸 편지 외에, 

또 하나 보냈던 편지의 수신인이 제때 맞춰준다면 아직 승산은 있었다.

 

나는 허리춤의 보검을 빼어들며,  한숨을 내쉬면서 말한다.


"상대를 유인하는 것 치곤 최악이군

좀 더 요염하게 권유 받고 싶은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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