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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5화 - 전장의 숙달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5화 - 전장의 숙달자 -

개성공단 2020. 5. 17. 22:06

밤의 어둠이 걷히고, 아침 햇살이 내리는 눈 속,

네이마르 글로리아는 유연히 서 있는 감옥 벨라를 바라보았다

 

감옥의 모습은 엄숙함이라기보다는 어딘지 퇴폐함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이것이 한 세대 전의 건축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감옥 벨라는 건축의 선구자인 선왕이 심열을 기울인 것이다. 

그 왕이 그러한 허술함을 보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원인은 안에서 행해지는 일에 있는걸까. 하얀 입김을, 토해냈다.


네이마르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서있는 

그녀의 상관, 발레리 브리트니스가 무거운 울림을 동반하며 말했다


"저걸 어떻게 생각하나, 네이마르 부관"


여러가지 필요한 말을 생략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질문이었다.  

네이마르는 짧은 인연이면서도 자신의 상관이 그러한 화법을 

선호하는 인간이라고 결론 지었다


악의도 없고, 시험할 의도도 없이, 이 장군은 늘 이런 식이였다


네이마르는 그 장군이 원하는 내용을 입 속에서 찾아

몇 순간 간격을 두고,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는 과거에 배운 건축술의 지식이 회전하고 있다.

네이마르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최소한 비상사태는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구조상 본래 있어야 할 곳에 위병은 없고

이 정도의 병사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데, 침묵이 지나칩니다"


물론 감옥 베라의 위병들의 숙련도가 극도로 낮을 가능성도 있지만...

 

네이마르가 그리 덧붙이자, 발레리는 세련된 움직임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가볍게 고삐를 당겨서 말머리를 돌리고, 

병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쪽의 의견을 물어본 후 무언가 행동이든 지시를 내릴거라고 생각했다만
아무 말이 없는 건 무슨 일 일까. 

스스로 짐작해보라는 건가. 네이마르는 눈썹을 찌푸리며 사고를 집중한다.

 


솔직히, 이러한 면을 보면 이전에 섬기던 대대장이 훨씬 편했다.
밉살스럽긴 해도, 고민이 있으면 명확하게 지시나 유도를 해주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니 좋은 교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그 정도로 성격이 뒤틀린 교사는 절대 사양이지만


네이마르는 입술을 벌리며, 발레리의 등에 대고 말을 던졌다. 

발레리의 단발이, 아주 조금 눈에 얽혀있었다.


"전령과 척후병을 보낼까요? 브리트니스 장군"


감옥이 있는 외벽을 보면, 

적어도 이쪽을 경계하는 듯한 인영과 같은 것이 보였다.
어떠한 사태이든 간에,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접근하기 전에 최소한의 정보는 얻어두어야 한다.


네이마르가 말한 것은, 

어떤 의미로 정석 그대로의 말이었다. 

전장에 있어서도 정치에 있어서도 정보는 무엇보다도 가치를 지녔다.

 

지방귀족이자, 정치의 장에 있어서도 

몇번이나 고배를 마신 글로리아 가문의 인간으로서,
네이마르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유효하게 활용하지 못한 

스스로와 자신의 가문의 어리석음도 말이다

 

아마도, 예전의 대대장님이었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말에 동의했을 거라고 네이마르는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건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수없게 말했겠지.

 

그렇기에 네이마르는 생각했다. 

과거 대대장님과는 상성이 조금 안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 눈 앞의 장군과 자신은, 뚜렷하게 보는 시각이 달랐다

 

발레리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불필요하다. 나와 그대의 의견은 일치되었으니 말이다

저 곳은 이미 함락되었다. 쇠와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나는 그런 말은 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네이마르는 필사적으로 그 말을 억눌렀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인가, 아니면 정보를 경시하는걸까.  

그것도 아니면 수없이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일까.
종종, 이렇게 경험과 직감을 중시하는 장군이 있다는 것을 

네이마르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좋고 나쁘고는 별개로, 네이마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생각이 보이지 않는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의도를 전부 헤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논리의 신자인 네이마르에겐 그것은 견디기 힘들었ㅏ.

 

그래서 다음에 발레리가 한 말은, 네이마르의 심장을 더 강하게 했다

 


"즉시 공성전으로 넘어간다

적을 짓밟고, 저것을 탈환하도록 하라

모두에게 준비를 마치게 하도록, 네이마르 부관"

 

네이마르는 눈을 부릅떴다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브리트니스 장군, 적의 수는 불분명하며

또한 우리는 다수가 기병이기 때문에, 공성전도 잘 할 수 없습니다

군량이 오고 있기는 한다지만, 그 이상으로 유리하진 못할 것입니다"

 

목이 쉰 목소리였다.  

위기감이 돌면서도, 초조함으로 가득한 말

 

본래, 부관이라 해도 장군의 뜻에 반론을 제기해선 안될 것이다.
경험도 지혜도, 네이마르에 비해 발레리는 몇 수 더 앞선다고 봐야겠지. 

원래부터 네이마르 또한, 그 정도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발레리의 말은 논리에 반해있었다.
전장의 정의가 그녀의 말 속에 있다곤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분명히 감옥 빌라는 전선과의 중계지역이긴 하다. 

그곳을 적에게 함락당했다면 탈환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비라는 단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감옥 베라는 난공불락에 가까운 구조다.


네이마르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 이 장군은 진심으로 돌격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말을 증명하듯이, 발레리의 말을 듣고 있었을 기병들이나, 

그녀를 따르고 있는 인간들이 누구 하나 

그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발레리는 네이마르의 말을 듣고, 

의외의 상황에 대한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는 커녕 순간 눈을 굴리더니 뺨의 근육을 느슨하게 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그리운 것이라도 보는 듯하다.

 

"너는 마치 리처드를 닮았군

그 놈이 내 부관으로서, 너를 추천했던 것도 이제야 알 것 같아"

 


그것은 과연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모멸적인 발언인걸까.


일순, 네이마르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발레리의 표정을 보건대, 아마도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 대대장님과 닮았다는 소리는

네이마르에게 여간 기쁜 소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리처드는 나보다도 훨씬 똑똑하고 영리했지, 그건 사실이야

아마 녀석도 너와 비슷한 말을 했을거야

어짜피 난 전투활동밖애 눙력이 없는 여자니까 말이야"

 

발레리 브리트니스라는 인간은, 

이유가 있어서 군부에선 낮은 직급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그 위명은 타국으로도 떨칠 정도였다. 

그녀는 틀림없는 갈라이스트 왕국의 영웅호걸이다.


그런 그녀가, 조금이라곤 해도 

다른 누군가보다 뒤떨어진 것을 이리도 쉽게 인정하다니,
도저히 네이마르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의외로, 뚜렷한 자기 신념을 가진 자라는 것은 이리 되는 걸까.

 

발레리는 입술을 작게 벌렸다.

 

"하지만 네이마르 부관, 

전장에 있어서, 나를 능가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 정도로 나를 신봉하고 있다는 거야, 

잘 봐라 네이마르 부관"

 

외벽 위를 가리키며, 발레리는 말을 이어나갔다.  

계속 과묵하던 그녀의 입이 이상할 정도로 말이 많아졌다.


마치 그것은 어떠한 열을 받은 것 같았다

아니, 발레리는 뭔가에 열을 받은게 아닌, 그녀 자신이 열인 것이였다

 

주위의 병사들은, 그녀의 말에 응하듯이 그 호흡이 거칠어졌다.


"몇 명이 망을 보고 있긴 하지만, 모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방위에 익숙한 병사가 아니며, 

충분한 지휘를 할 수 있는 상관도 없다는 뜻이다"

 

네이마르는 목구멍에 커다란 침이 삼켜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귀에서 열기가 들어와 온몸에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에 이르러서 네이마르는 이해한다. 

어째서 발레리가 영웅 호걸이 될 수 있었는지


"게다가 이렇게까지 적이 접근하면, 지휘관은 합당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놈들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정도야"

 

다른 이들을 집어삼킬 것 같은 강대한 자기주관.  

주위의 심장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방대한 열.
그리고 무엇보다도 병사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은

발레리가 가진 압도적인 장군의 재목이였다


지금까지의 냉담한 목소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발레리는 말했다.
입술이 그녀의 가슴속을 대변하듯이 물결치고 있었다

 

"확신했어, 네이마르 부관

감옥 벨라를 함락시킨 자는 전투의 숙달자이며

전장에 있어서는 아마추어 안거야

지금은 정보보다 속도가 중요해, 

적에의 잠시의 사고도 허락하지 않고, 그저 때려부수는 거야"

 

발레리가 가진 마법갑옷이, 주인의 말에 공명하며 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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