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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57화 - 왕관에게 바치는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57화 - 왕관에게 바치는 것 -

개성공단 2020. 5. 29. 22:20

밉다, 너무나도 밉다

말로 할 수 있다면, 증오라는 표현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필로스의 물방울이 튀어오르면서 타올랐다

 

 루기스라는 남자는, 대악의 이름을 가슴에 장식하고 

아무런 수치심도 느끼지 않고 그 악명 그대로의 짓을 벌이는 것이였다.

 

이번 일도 그렇다.  

친한 척 다가오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나의 같은 편이 되주겠다고 말해놓고서
결국엔 문장교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지 않았나.

 

아멜라이츠 갈라이스트의 딸, 첩 태생의 공주

 

그 허언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천박한 흉계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귀족들의 동향을 보건대,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낭설은 아니라는 것은 필로스에게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체 그걸 어디서 알게 됬는가.  

귀족들의 속내를 어떻게 파악한건가.
그리고 그는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본래는 그 모든 의혹을 뇌에 넘치도록, 곤혹을 가슴속에 띄워야 할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필로스에게는 그것들조차 아무래도 좋았다

 

생각하는 건, 단 하나


결국, 이 남자도 똑같다.  

자신을 이용할 물건으로 밖에 보고 있지 않다.


과거 이 손으로 독배를 들게 한 피가 

이어지지 않은 친족들과 그리고 자신을 포박했던 민회의장의 그자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예리한 눈매를 크게 부릅뜨며, 

뇌수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눈물로까지 바꾸면서 한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녀의 펼친 손바닥은 그저 루기스의 볼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행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저 가슴에 가득찬 울분을 토해내는 것이며 감정을 드러낼 뿐인 추태다.


본래 이러한 감정은 꺼려야 할 것이였다

귀하신 자로서, 피해야 할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 만큼은

 

시야 끝에 은발이 흔들리고 잇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팔을 억누르는 것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저 팔을 내리쳐, 뺨을 관통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찰나. 미쳐 날뛰는 감정의 흐름대로 팔을 내리치던 도중, 

필로스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전혀 저항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눈을 내리깔고 

마치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한, 루기스의 표정


뭐지, 그건


필로스는 자신의 감정을 관장하는 심경이, 거스를 수 없는 감정으로 느껴졌다

 

대악으로서 인간을 마음껏 휘두르고, 이용해놓고서. 

그런 죄책감이라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해서
속죄라고 말할 셈인가.


죄책감?


문득,  짐작가는 바가 필로스에개게 있었다. 

그러고보니 과거 이 도시에서의 소란이 끝나고
여러명의 시민들이 희생된 후, 같은 표정을 루기스는 짓고 있었다.


대악이라고 하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침통함을 씹고 있는 듯한 얼굴.
그 땐 정말 드문 일을 봤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었나.

 

설마,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건가,  가슴 속에 조각만큼이라도

 

필로스의 백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내리치려던 손이 멈췄다.
활짝 열려있던 손은 억지로 감정을 밀어 넣듯이 움켜쥐어졌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인지 손마디 주변이 삐걱거렸다.


그리고 떨리는 가슴속을 가녀린 몸 안에서 진정시키며, 입술을 움직였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느껴졌다 


"그래서 나를 이용해, 갈라이스트 왕국에 새로운 왕권이라도 내밀 생각이야?

그래, 내가 그것에 찬동하고, 쉽게 손을 들어줄거라고 생각한거야?"

 

그럴 리가 없지, 당신은 사람 마음이란걸 모르는 건가

 

눈을 크게 뜨며, 루기스와 숨이 겹쳐질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며

필로스는 생각했다


뺨을 조금 떨면서, 

가능한 한 눈앞의 상대를 최대한 상처입힐 생각으로, 말을 쥐어짜냈다.
조금이긴 하지만, 루기스의 표정이 경직되고, 긴장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가슴 속에서 통증을 느꼈을 때,  

전부 똑같이 이런 표정을 하는 법이였다.
필로스는 가슴속 밑바닥에, 따뜻한 것이 굴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군, 루기스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격에 맞지 안헥, 자신을 이용한 일을 잘못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

 

그렇기 때문에, 나의 말은 유효하게 먹힐 수 있는 거야

 

아아, 그렇다면, 때리는 것 따위 할까보냐

속죄 같은 것을 시켜줄까 보냐

그저 나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갖고 살아가면 되는 거야

 

이건 옳은 일이다. 

대악당에게 올바른 것을 인식시켜, 올바른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라도

따라서, 항상 나에게 치부할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자

그야말로 관에 들어갈 때 까지, 죄를 뉘우치게 하는 거야

 

필로스는, 루기스의 눈을 정면에서 응시하면서, 말했다. 

그녀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요

난 소도시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계집애

그런 내가 어찌 왕관 같은 것을, 가슴에 장식할 수 있겠어?"

 

그건, 틀림없는 사실일거라고 필로스는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이 필로스라는 시골도시 하나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을 무턱대고 위험에 빠트리기까지 했다.


그런 자에게, 임시라곤 해도 왕권을 손에 쥔다는 건 가능할리가 없다.
단순한 장식이 되더라도,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 

정당한 혈통이나, 그것 웃돌 정도의 정치적 수완
혹은, 사람들을 한데 모을 재능...

 

자신은 그런 건,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대같은 걸 받아도 그저 민폐일 뿐이다. 

이용한다 해도, 어차피 마지막엔 버려질 게 뻔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시선도 주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말했다


"미안, 네가 원하는거,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할거 같내

모걸 잘 소화해낸 영웅님에겐 이해하지 못하시겠지 만요"

 

평소와 같이 통치자 다운 언행이 아인, 필로스 자신의 말

필로스 스트레이트 라는 이름 아래서, 그녀는 본색을 드러내듯이 말했다


말과 동시에, 은색과 흑색의 눈동자가

시야 안에서 흔들린 것이 알 수 있었다


정체는 똑바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루기스를 따르는 카리아 버드닉과,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다


어디까지나 사납고, '

사실상 인간이라기보다 사자나 독수리 같다고 말하는 편이 

어울릴 눈을 그녀들은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 같은 건 그 눈길 하나만으로도 사살당할 것 같은 열량.
그녀들이 틀림없는 황금의 광휘를 보이는 것이,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상관없다

 

풍향계처럼 거인의 시선에 부르르 떠는 것은 몇번이고 해왔다. 

그렇게해서, 필로스라는 도시는 살아남아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게다가 어째선지, 역으로 미소조차 떠오르는 것이였다.


끓는 필로스의 시선이, 루기스 단 한사람을 관통하고 있다

그걸 보고 은색이 말을 걸었다

 

 

"루기스, 네 생각이 어떤 건지 대충 이해는 가지만

지금 입에서 꺼내기엔 이르지 않았나"

 

냉담함을 숨기려 하지 않는 카리아의 말


그것은 실로 상식적인 말이었고, 도리에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이 분위기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카리아, 미안하지만

지금 나는 필로스와 이야기하고 있어"

 


그 말이 루기스의 입에서 나온 순간. 카리아는 그 은색눈을 크게 떨었다.
화려한 선을 그리는 입술이, 비틀린 듯이 꺾였다.

 

반면 필로스는 그것을 보며 백안을 가늘게 떴다. 

설마,  그의 오른팔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입을 막으면서까지, 

자신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자 할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이용하고 싶다는 것일까.


놀란 마음과,  조금 싹트기 시작하는 우월감이, 

필로스의 뺨을 매끄럽게 쓰다듬어갔다.
자, 무슨 말을 할 것이냐 하고 루기스의 입술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필로스. 변명이나 사과의 말은 입이 두개라도 할 수 없어

나는 틀림없이 대성교 놈들이 말하는 대로의 존재니까 밀이야"

 

대악. 배신자. 대마 브릴리간트. 

사실상 그런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을 그의 또다른 이름
그것들을 곱씹으면서 루기스는 말했다.

 


"하지만 네가 소도시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계집애 라는 말은

바보 같은 어리석은 이야기야

말했지, 여기는 네 관짝으로 삼기에 너무 적다고

고래는 웅덩이에서 살 수 없고, 독수리가 작은 새를 사냥할 수는 없어

이것은 그것과 마찬가지 일거야"

 

그 말을 듣고서, 필로스는 조금 눈꼬리를 집어넣었다.

 

꽤나 자기쪽에 유리한 말만 청산유수처럼 쏟아내는 군  

이쪽의 심정도 모르고. 어차피, 좌절해본 적도 없는 영웅님인 주제에


출신도 불분명한 몸으로 그 두다리로 일어서,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 함락에 있어서 큰 공을 세웠다
공중정원 가자리아의 내분을 평정시키고, 

용병도시 베르페인을 칼날 아래 엎드리게 했다.

 

서니오 전투, 그리고 도시 필로스에서의 분투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상 복음전쟁에 있어서 좋든 나쁘든 그는 하나의 상징이였다.


대성교에게 있어선, 악몽. 문장교에게 있어선, 영광


그만한 일을 손에 쟁취해온 인간이, 

대체 자신의 뭘 안다는 것인가. 

좌절을 맛본 인간의 마음이 꺾인 인간의 무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필로스는, 그리 생각했다.  

그런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루기스의 형형한 눈빛이, 필로스의 바로 코앞에 있었다.


"들어봐, 필로스

네가 무릎을 꿇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도, 난 아무말도 하지 않을게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

너나없이 일어서서 바보같이 용기를 짜내라고 하는 것은 오만해

일어설 일이 옳다고 누가 판단하겠어?"

 

열을 가지고 씹듯이, 루기스는 말했다.  

시선이 얽혀, 그의 눈동자 속에 자신만이 비추어져있는 것이
필로스에겐 보였다.


그만둬, 알 수 없는 그런 소리는 제발 하지마

그런 달콤한 말에 낚이는 사람은, 모두 마지막엔 버림당하는 결말 뿐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란 말이야


심장이, 뛰었다.  

무심코 목이 떨리는 것을, 필로스는 느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다른 목을 모두 베고, 

그 머리에 왕관이라도 얹어 보이겠어

너에겐 그만한 재주가 있다고 믿어"


기분 나쁜, 녀석이다. 

어쩜 이리도 기분 나쁜 녀석일까 

필로스는 무심코 그렇게 가슴속에 생각을 떠올림과 동시에 백안을 비틀었다.

 

심장이 뛰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기가 떠오르는 기분마저 들었다. 

의식하지 않으면 숨결이 거칠어져 버릴 것 같았다.


어째서 그런 말을, 당당한 모습으로 말할 수 있는 건가.  

약소귀족의 딸의 손을 잡고 왕관을 씌워주겠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싫어, 이상한 기대를 갖게 하지마

그런 것을 가슴에 끌어안으면 안을 수록,

사람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니까

조각만큼이라곤 하지만, 기대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아


아아, 그런데도

어찌하여 난 이리도 발끈하고 있는 것일까


필로스는 일순간 말을 고민하며. 충분히 숨을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


"그건 뭘 걸고 말하는 소리야, 루기스

그게 실패했을 땐, 넌 내게 무슨 배상을 할 건데?"


그것이, 지금 필로스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허세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에게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감정이

목에서 흘러나올 것 같았으니까.


루기스는 순간 눈을 뜨고, 직후 눈을 가늘게 좁하며 말했다

 

"이 몸이 닿는 데까지,  손을 내밀어 보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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