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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27화 - 맞이한 아침 - 본문

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제1장 겉도는 마음

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27화 - 맞이한 아침 -

개성공단 2020. 12. 13. 01:42

 

 

 

 

 

 

맞이한 월요일 아침의 기분은 최악이였다

 

한밤중에 깨어나 토한 것이 원인이였을까

 

아니면 어제 꼬박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 원인이였을까

 

혹은 간신히 현실을 인정하고, 계속 울고 있던 것이 원인이였을지도 모른다

 

 

짐작이 가는 것이 너무 많아서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있었다

 

그것은 내가 텐가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것

회상하는 것만으로 죽고 싶을 정도의 후회가 나를 엄습했다

 

 

왜 고백을 한 것일까?

하지 않았더라면, 평소와 같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없는 법

결과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텐가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야

 

 

물론 나에게 텐가를 향한 고백을 재촉한, 코토네를 원망하진 않는다

 

그런 것은 그저 그녀를 향한 책임전가이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우리 사이를 순수하게 응원해준 코토네의 마음과

그 때 고백을 결심한 나 자신의 마음마저 배신하게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그런 형편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은 죽어도 싫었다

 

 

니시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녀석은 아무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니시노에 대해 원망의 감정이나 질투 같은 것은 일절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니시노를 마음에 들어한 모양이였다

 

 

어쨌거나 나란 인간이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안 되는 수확이였다

 

 

"일단 세수부터 하자..."

 

 

거울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지금의 나는 상당히 심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가볍게 잠옷으로 얼굴을 문대보지만

덜 마른 눈물 자국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이는 역시 좋지 않다

어제는 어떻게든 속였지만, 부모님이 사정을 물어보면 곤란하니까

 

부모님이 보기 전에 얼른 세면대로 가기로 했다

 

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휘청거리는 몸을 앞으로 움직이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다녀오겠습니다..."

 

 

힘없는 목소리의 표본 같은 인사를 현관에 남기고, 나는 집을 나섰다

 

실제로 거울로 본 내 얼굴은 너무 심한 나머지

좀비가 실제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초췌했다

 

몇 번이고 세수를 하고서야, 아침밥을 먹고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그 때, 부모님이 내게 보인 반응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숨길 수 없을 정도의 음침한 아우라를 걸치고 있던 것 같았다

 

엄마가 노골적으로 나에게 학교를 쉬라고 재촉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건 차마 받아들일 순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텐가와 아침 약속을 했기 때문이였다

 

내가 쉬게 되면, 분명 텐가는 자기 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난 그 녀석에게 그런 걱정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곤란하게도, 그렇게 힘껏 차인 나머지

쇼크를 받아 계속 울고 있었는데도, 아직도 나는 텐가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련스러운 남자인 것 같다

 

 

"나... 정말로 최저네..."

 

 

이러니 텐가에게도 차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야가 불투명해졌다

 

 

젠장... 그렇게 울었는데도, 또 눈물이 나는 거야?

 

실연 당해도, 하룻밤 울면서 지새우면 개운해져서 기분이 바뀌는거 아니였어?

 

 

아무래도 러브코미디 만화의 지식은 의외로 믿을 수 없는 것 아닐까

그것을 현실에 응용하려고 했던 내가 바보였군

 

적어도 나는 앞으로 주인공과 붙는 메인히로인보단

차여서 주인공의 곁을 떠나는 서브 히로인 쪽으로 감정이입을 할 것이다

 

 

여태까지 하렘물 만화를 재밌게 보던 나로서는 이제는 혐오감 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여러 명의 여자애에게 보여준다니...

 

좋아하던 만화가 싫어질 정도로 무섭고 강렬한 체험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상대와 마음이 연결되지 않은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마음에 구멍이 뻥 뚫려버린 감각이 있었다

 

 

언젠가 이 구멍이 메워질 수 있을까

 

 

"텐가가 돌아봐 준다면 당장.... 아니, 무리인 것은 알지만"

 

 

내가 말한 것인데도, 도무지 미덥지 못한 말이였다

 

솔직히 텐가가 돌아봐 준다고 해도 메워질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 전까지 감춰두었던 뜨거운 생각이

지금은 어딘가 사라져버렸다는 그런 묘한 확신이 있었다

 

 

어제 펑펑 울었던 것도 차인 충격이라기 보단

그 생각이 자신 속에 사라져버린 것이 충격적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게 남아있는 것이란 텐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의 잔불이였다

 

 

나의 텐가에 대한 마음은 대체 뭐였을까

 

내 자신의 마음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지금

나는 지금 모든 것이 슬펐다

 

 

이 아픔을 극복하고, 또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 답지 않네......"

 

"늦었어!"

 

 

내가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겨 있는 동안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내가 계속 듣고 싶었던 목소리이자

동시에 이제 듣기가 힘든 목소리

 

 

"넌 뭐 하나, 똑바로 하는게 없어? 남자인 주제에!"

 

 

뒤돌아보면 거기에 있는 것은

여느 때와 같이 모습을 보이는 소꿉친구

 

쿠루스 텐가의 모습이 있었다

 

 

"자, 가자, 유키토"

 

 

텐가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어왔다

 

 

그 손은 이제 내가 잡을 수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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