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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52화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본문
"텐가, 일단 진정해"
계속 울고 있던 텐가와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나 사이에
한 명의 소녀가 비집어 들어왔다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었다
언제나 이런 때에 우리 사이에 서는 인간이란, 한 사람 뿐이였으니까
"아... 코토네... 미안해, 나 진짜 아니야, 나...나는..."
코토네를 본 텐가는 매달리듯 안으려 하지만
코토네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막았다
텐가는 그렇기에 점점 더 눈물을 쏟아 떨었뜨렸지만
코토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눈 앞의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응, 알았으니까, 지금은 일단 진정해
그리고 여기서 그만 이동할까? 다른 사람도 보고 있으니 말야"
그 말을 듣고서야
지금의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텐가의 얼굴이 금새 창백해졌다
바야흐로 우리를 에워싸듯 구경꾼들이 이쪽을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던 사람도 걷는 속도를 늦추곤 무슨 일이 있는지 바라보는 정도였다
지나치게 주목 받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많은 번화가였다
그런 곳에서 분명 남녀의 아수라장으로 보이는 현장을 마주친다면
호기심도 생길 터였다
그리고 이 녀석은 스스로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미인이였기에 주목도 또한 월등히 다를 것이였다
"저기, 유키 군도"
"코토네... 이래도 괜찮은거야?"
그런 말을 내뱉은 텐가에게조차
평소와 다름없이 상냥함을 보이는 코토네의 모습에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텐가에게 너무 관대하잖아
코토네가 보살 같은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하야마 코토네라는 소녀는
상냥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소녀였다
정말 평범하고 상냥하고 잘 돌봐주는 여자애
결고 부처나 하나님 같은 마음의 소유자는 아니였다
슬프면 울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웃는 아이였고
물론 화가나면 심하게 화내곤 했던 그런 여자아이
그 모습을 보고 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였지만
아무리 코토네라도 소꿉친구인 텐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상처 받지 않았을 리가 없었던 것이였다
그래서 내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텐가가 비록 아무리 울더라도, 이것은 적당히 끝내선 안되는 일이였다
솔직히 지금은 얼굴을 보기는 커녕,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아예 텐가를 냅두고 이 자리를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코토네가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그것을 실행할 생각이였지만
현실의 그녀는 텐가에 대해 늘 하던 자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것이 텐가의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하는 행동이라면
아무래도 참견하지 않을 순 없었다
말하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 세상엔 너무나도 많은 법이니까
"텐가는 그런 말을 너에게 했다고! 그런데도 너는...!"
"유키 군 침착해, 지금은 일단 냉정하게 생각하고, 빨리 역까지 가자고"
코토네는 격분하고 있던 나를 냉정하게 타일렀다
그녀는 얼굴을 숨기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흐느끼는 텐가의 어깨를 안고
천천히 이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식을 달래는 엄마와도 같았다
그 모습은 정말로 상냥해보였다
그런 코토네를 보니 나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냉정할 수 있지...?
그렇게 되면 코토네는 아무것도 보답받을 수 없잖아...
이런 건 용서해도 될리가 없잖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용서해 버릴 수 있을 만한 그런 것이었단 말인가?
이제까지 우리의 관계는 대체 뭐였던 거지?
하다못해 욕설 하나라도 내뱉어 줘
우리의 추억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지잖아...
하지만 내가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내 앞의 코토네도 울음을 보이지 않는 판국에
내게 그럴 권리가 주어질 수 있겠는가?
그게 너무 속상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심한 허탈감이 나를 엄습하고 있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유키 군, 짐 좀 들어줄래?"
코토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에게, 왼손에 쥔 짐을 내밀었다
방금의 일은 한순간에 일어난 거였지만, 나에겐 영원처럼 느껴졌다
이젠 지치겠어...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코토네가 들고 있던 짐을 넘겨받았다
코토네는 내게 짐을 넘기며, 내 옆으로 쪼그리고 있었는데
그 때 코토네는 나만 들리게끔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괜찮아, 나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도 안 했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코토네는 이미 짐을 들고 일어서 있었다
의문의 소리를 낼 틈도 없는 순간이였지만, 분명히 나는 보았다
뒤에서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텐가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코토네의 눈동자가 섬뜩할 정도로 차가움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였다
그런데 왜 그랬던 걸까?
그것을 기쁘게 생각해 버렸던 것은...
왜 그럴까?
그런 코토네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해 버린 것은...
아마 나는, 코토네가 변하지 않고 있어 준 것이 기뻤던 것은 아닐까?
소꿉친구라는 관계를 소중히 해 주고 있는 것이 그저 기뻤을지도 모른다
코토네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 준 것이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것은 텐가와는 상관없는 눈물
슬픔이 아니라 기쁨에서 나오는 눈물이엿다
나는 곧바로 그것을 닦아내며, 둘을 뒤쫓아갔다
아마 오늘로 텐가와의 관계는 끝이 났다
하지만 새롭게 맺어지는 것이 있었으니
나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두 사람과 함께, 돌아가는 전철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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