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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2화 - 죽음의 한 순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2화 - 죽음의 한 순간 -

개성공단 2021. 4. 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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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칼이 소리나지 않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세차게 내동댕이쳐진 칼은

마인 드래그만의 머리를 꿰뚫기 위해 하늘을 갈랐다

두 개이 칼이 날라가, 각각 머리와 목덜미를 겨냥했다

 

드래그만의 눈이 크게 움직였다

 

그럴듯한 잔꾀를 부리는 군, 드래그만은 작게 탄식했다

이러한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자는 마성엔 적다

무구를 다루는 자가 적다는 것도 있지만

비록 다루는 것만으로 이렇게 잘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었다

이런 치밀한 공격은 힘 없는 자만 쓰니까

 

 

 

살을 베기 직전까지 다가온 칼을

드래그만은 손가락으로 잡아, 힘껏 움켜쥐었다

 

순간적으로 쇠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고

파편들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행동은 마치 장난감을 다루는 것 같았다

붙잡힌 인간들이 숨을 삼키며, 비명을 질렀다

마인에게는 상처하나 남지 않았기에 말이다

 

당연한 일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쇠붙이로는 마인에게 상처를 줄 순 없다

마인이란 대마라는 존재의 씨앗

인간으로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

과거 시대에서도 고작 쇳덩어리에 상처 하나 난 적이 없었다

 

 

 

"통제자님!"

 

 

 

베르그가 말의 하반신을 높이 젖히며 외쳤다

발굽이 세게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평소보다 엄숙한 그의 얼굴이 더욱 위험을 더했다

동요,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초조한 목소리를 띠고 있었다

그는 순전히 감정적인 마성이였다

 

그러나, 그 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검은색, 그렇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안개가

주위로부터 뿜어져 나와, 드래그만이나 베르그의 시야를 덮었다

주위의 마성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다

마치 목이라도 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기습... 적의 규모는.... 주술... 보석은 아닌가

 

몇 개의 단어가 드래그만의 사고를 스쳤지만, 이내 지워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통제자로서 할 일, 단 하나

 

 

 

"총원..."

 

 

드래그만의 땅을 핥는 듯한 낮은 음색이 주위를 덮었다

혼란스러웠던 마성들이 잠시나마 제정신을 되찾았다

 

드래그만은 흰머리의 소녀와 부숴진 칼을 보면서

 

재치가 있는 솜씨군

그리고 흰색 소녀는 틀림없이 인간들과 손을 잡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상황은 둘의 양동 작전 같은 거겠군

 

남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는 존재가 있을리 없어

 

그렇다면 보석의 권능은 지금 인간의 손아귀에 있다

그것은 너무나도 좋지 않은 상황이야

안되겠어, 이 힘을 쓸 수 밖에

 

드래그만은 손바닥으로 허공의 공간을 베었다

멀리서보면, 그저 하늘을 휘젓는 듯한 것이였지만

 

 

 

 

"나를 따르라, 그리고 무조건 죽여라"

 

 

 

그 두마디에

 

절규가 겹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그리고 막사의 창문, 벽돌, 외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서지고 파괴되었다

 

심지어 드래그만이 방금 허공을 휘저었던 곳의 앞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한 듯, 차례차례 무너져갔다

 

그야말로 주술 이상의 것을 보는 듯 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듯한 광경

하지만 실제로 이 붕괴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드래그만의 시야가 살짝 맑아졌다

인간을 죽인 감촉은 손아귀에 없었다

그렇다면 아직 남아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 있다

 

 

 

번개빛의 궤적이 드래그만의 커다란 눈에 비쳤다

그는 그 검을 쥔 인간의 눈을 보았다

 

틀림없는 살의, 죽이겠다는 의지, 굳건한 자아

그것들이 하나가 되어 그의 눈 속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드래그만은 일찍이 이것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느낌 또한 받은 적이 있었다

 

드래그만은 반사적으로 팔을 내밀었다

인간에게 칼을 맞는 것에 대한 굴욕도 분노도 아닌

단지 다른 것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 아르티아... 자네였었나

 

몹시 그립군

드래그만은 그 꺼림칙한 이름을 가슴속에 중얼거렸다

 

 

 

 

 

◇◆◇◆

 

 

 

 

한 순간 

영원을 응축한 것 같은 시간이 여기에 있었다

그 순간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눈깜짝할 시간

검은 안개가 마성을 비틀어 엎어놓을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시간이였다

 

보검이 신음 소리를 내며

마인의 목을 잡아채며, 번개빛을 냈다

칼끝이 거친 반원을 그리며 하늘을 단절했다

 

동시에 마인의 손바닥이 눈에 띄었다

그의 큰 손바닥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죽음의 기운이 온몸을 뒤덮어 갔다

땀도 눈물도 아닌 것이 모공에서 뛰쳐나왔다

이전 세계에선 이런 기운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지금... 명확한 죽음이 내 눈앞에 있었다

 

 

 

직감이 있었다

인간은 죽음을 특별한 일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 것은 다른 것이였다

이 죽음은 마치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죽음 같은 것이였다

 

피하지 않으면, 당연히 죽는다

그런 직감이 내게 있었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손바닥을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왼쪽 다리를 당겨, 반바퀴 회전하고 보검의 방향을

놈의 목에서 팔로 바꾸어 흔들어 뽑았다

그러기 위한 궤도는 보이고 있었고, 호흡은 멈춘 지 오래였다

 

일격이 허공을 그렸고

발목을 구동시키고 허리에서 어깨와 팔에 힘을 주어 내리쳤다

그것은 틀림없이 마인의 왼팔을 도려냈을 것이다

 

피가 솟구치며, 놈의 왼팔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칼로는 상처 하나 내지 못했던

마인의 피부가 지금 보검으로 이뤄낸 것이였다

 

 

그 태세 그대로

바닥에 꽂힌 칼끝을 돌려

놈의 왼쪽 옆구리로부터 오른쪽 어깨에 이르는 일격을 시야에 그렸다

루기스는 허리가 아플 정도로 회전하면서 척추를 돌렸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보검을 뽑아들었다

 

다시 육신과 뼈를 도려내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손아귀에 계속 퍼졌고

번갯빛이 피의 빨강색과 조화를 이루며, 마인의 반신을 베어나갔다

 

숨을 내쉬지도 들이쉬지도 못한 채

이젠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마인을 향해

보검을 치켜드는 순간..

 

그 고깃덩어리가 말했다

 

 

 

 

 

"그래... 그 칼... 아르티아의 것인가

그렇다면 아르티아의 권속인가? 아무튼 반갑군"

 

 

 

마인은 입술을 찡그리며, 평소와 다름없는 침착성을 지니고 있었다

고깃덩어리의 마인은 갑자기 까맣게 물들더니

 

다음 순간 하늘과 땅이 반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 자체가 대지에 이끌리는 힘을 상실한 것처럼

어디론가 내동댕이 쳐진 것이였다

 

뼈와 살이 으스러지고, 뭔가가 혼합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돌려받겠다... 나의 지보... 그것이 행복일거야, 나에게도 너에게도 말이야"

 

 

 

 

찢어진 팔뚝이 고깃덩어리에 합류하고

그리하여 다시 마인의 모습을 이루었다

피와 살점이 놈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갔다

 

이 괴물 같은 자식...

그런 말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것도 유분수지

진심으로 원망의 말이 나오려고 했다

어떤 마성이라도, 몸이 찢기면 죽는 게 상도일텐데

 

하지만 이 결말 자체는 반쯤 예상 했던 일이였다

놈은 땅에 발 붙이고 있는 한 절대 패배하지 않으니 말이다

대지는 놈을 축복하고 있었으니, 모든 은혜는 놈의 손아귀였다

 

아, 그래서... 놈은 예전에 두 번이나 하늘에서 죽음을 당했단 건가

 

 

 

하늘에서 검붉은 색이 보였다

굉음이 들리며, 하늘 자체가 날아갈 정도의 강격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거인을 연상시킬 정도의 위세로 장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한번 몸부림 쳐보거라"

 

 

 

은색의 머리카락과 마인의 손바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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