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3화 - 축복받은 물건 - 본문
하늘이 무너져 지상으로 꺼진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카리아의 일격은 웅장했다
하늘 전체가 무너지는 것마냥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어디 한번 미친듯이 몸부림쳐보거라"
마인 드라그만의 본체는 물론
발밑을 겨냥한 강격, 일러두었던 대로의 궤도를 그린 것
드래그만은 그 마원 때문에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한 죽음을 모른다
모든 대지가 놈을 지탱하고, 생명을 연장시킨다
설령 고깃덩어리가 된다해도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불사성, 마인들 중에서 많든 적든 그러한 특성을 가진 이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드래그만은 특수한 자였다
다른 마인들이 갖는 불사성이란
어디까지나 근원이 되는 마원이 상실되면 죽는 것이였다
말한다면 불사성이라고보단 뭔가 제약이 있다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드래그만의 것은 달랐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대지 그 자체가 놈의 한계였다
네놈의 불사성이 사라지는 것은 대지 모두가 사라졌을 때
그러나 그런 때가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더욱 귀찮은 것은
보통 마인은 능력이 여러개가 아니다
능력이라고 해봤자, 기력이나 괴력 같은 원시적인 것
하지만 녀석은 재생 이외에도 다른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자 같은 이름을 내걸 수 있는 것이였다
그러므로 드래그만을 죽이려면 땅을 박살내고
그 몸을 하늘로 떨어뜨려 단숨에 일을 끝내는 수 밖애 없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분명 이 쪽이 살해될 것이다
여기서 죽인다
반드시 죽여야 해
틀림없이 전력은 적군 쪽이 위
하지만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였다
결정적으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전력 차이가 아니다
정보량의 차이야말로, 승패를 결정짓는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마인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검섬이 미려하게 허공을 나르고
기세껏 땅을 향해 파고 들었다
순간 대지 자체가 뭔가에 부딪힌 듯, 산산조각이 났다
호걸무쌍
그 누가 그녀를 앞설 수 있을까
그 누가 그녀에 대해 평할 수 있을까
그 누가 나서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돌바닥이 산산이 부서져 금을 냈고
대지는 자신의 몸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그것은 비유가 아닌, 카리아가 이뤄낸 일격이였다
여기는 원래 군인들이 자주 드나들며 생활하는 막사
카리아가 낸 구멍은 왕도의 아래, 지하도를 드러냈다
돌판 하나를 깨뜨리면, 그 밑은 지하도
내가 예전부터 다녀왔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땅은 버팀목이 부서지면, 그 자리에서 푹 꺼진다
그러면 싫든 좋든 마인의 발이 땅에서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피에르트의 마법으로 그를 하늘에 유지시키고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작전이였다
신호를 보내려고 소리를 지르려하는 순간
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만으로, 등줄기에 기분 나쁜 무언가가
기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놈의 눈은 아직도 냉담하게 주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요도 없고 경탄도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냉정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이 풀릴 사이도 없이
마인의 손바닥이 조그맣게 쥐어졌다
본 적이 있는 얼마 안되는 광채가 시야에 비쳤다
그것은 엘프와 요정들이 쓰는 축복의 빛이였다
그리고 한 순간 후
마인이 손바닥을 쥔 순간
부서졌을 대지가 다시 그 몸을 복구했다
정확히 말하면, 더 깊은 땅 속에서 대지를 솟아오르게 한 것이였다
아니 이게 뭐야
상식 밖의 수준
이 말은 도저히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
카리아의 강격을 따위라고 부를 수준이였다
'그 앞에선 대지가 일그러지고, 병사들이 알아서 터졌다고 합니다'
할아범의 부관에게서 들었던 말이 귀에 들어왔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그런거였나
말 그대로였다는 것은 정말로 최악인 것이다
조금 더 빨리 이해했으면 좋았건만
대지는 일그러지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는지
새롭게 나무마저 싹텄고, 숨을 삼키는 사이에 거목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것들은 창과 같은 예리함을 가지고
공중에 무방비하게 뜬 카리아의 사지를 파고들었다
은빛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선혈이 대지를 향에 흘렀다
정보량의 차이...
내가 몰랐던 놈의 권능
젠장할, 최악의 상황이야
폐가 압박되어 내장이 삐걱거렸다
무거운 돌 같은 것이 가슴속 밑바닥에 있는 것 같았다
실패... 그 말이 뇌리를 스쳐갔다
어쩌지... 어떡해야 하나?
지금... 저 녀석은 완전히 대지에 몸을 내리고 있다
이제 방책은 없고, 다른 마성들도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당초 그리던 그림이 모두 산산조각났다
끔찍하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심한 자기혐오가 머릿속을 물어뜯었다
아아, 젠장할 내기에서 패배한거야
그렇다면 죽는 수 밖에 없나
그래도 이렇게 그저 죽어버리긴 싫어
뭐 없을까?
눈을 두리번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그 끝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지보인가 뭔가 했었는데 말이다
지보가 뭐지? 아르티우스와 관계 있는 건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아르티우스와 관계된 마구라...
그때 떠오르는게 있었다
머릿속에서 두 조각으로 갈라진 반지가 떠올랐다
일찍이 신비라고도 불리며
사람의 의사조차 통제했던 물건
반사적으로 가슴팍에 손을 대었다
남의 손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지는 물건이였다
그것이 마인의 손가락 따위에 꽂히면 어떤 사태를 일으킬까
불안한 손가락 끝으로
반지가 있을 위치를 향해 감촉을 확인했다
등줄기에 소름이 기어갔다
두 조각 중 한쪽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였다
눈에 경련이 일어나며, 가슴이 초조해졌다
동시에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깨뜨린 건가? 경탄스럽군"
얼굴을 들자
반지 조각 하나가 마인의 손아귀에 있었다
조금 전 허공에 내던져졌을 때인가
아무튼 언제인지는 이제 상관없다
오직 최악의 물건이 놈의 손에 있다는 사실만이 있었다
침이 소리도 없이 목을 역류했다
시선을 주위로 살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호흡이라는 걸 해보는 것 같았다
마인이 한 걸음 다가오며
이미 주저앉아 있는 나에게 말했다
"네가 갖고 있겠지
어서 돌려주는 게 좋을거야
그렇게 하면 일단 죽이진 않겠다
물어볼 것도 많으니 말이야"
타이르는 듯 하면서도, 뭔가의 압력이 있었다
말의 참뜻은 알 수 없지만, 사람이 내뱉는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말 한 마디로 놈에게 영혼 자체가 잡힌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가슴팍에 손을 넣었다
검은 안개가 점점 엷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남은 반지 조각을 잡고, 숨을 헐떡이며 꺼냈다
여전히 시야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큰 열을 가지고 있었다
아, 그렇군... 뭐에 반응했나 싶더니
주인에게 반응을 하고 있던 것이였어
반지를 앞에 두니
마인의 눈이 살짝 떠지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반지를 집어 올리고서는
반지 한 조각을 입 안에 던져 놓고, 소리 내며 삼켰다
루기스는 뺨을 오므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군, 방금 내가 먹었다
네 말에 고분고분 맞춰줄 줄 알았나?
안타깝게도 그건 다른 사람을 찾아야 겠는 걸"
마인은 눈에 불같은 동요와 분노를 넣었다
오... 마인이라고 해서 감정이 없는 건 아니였군
마인은 곧바로 그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죽일 생각인지, 팔을 치켜들고 있었다
지금 이때만큼은 다른 어떤 사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이 순간이다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흰 머리카락이 출렁이고 있었다
흰색의 광선이 드래그만을 관통했다
동시에 기회를 노리고 있을
우리의 공범자를 향해, 그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14장 마인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5화 - 쌓을 수 있는 벽돌 - (0) | 2021.04.05 |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4화 - 죽이는 자와 죽지 않는 자 - (0) | 2021.04.05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2화 - 죽음의 한 순간 - (0) | 2021.04.05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1화 -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자들 - (0) | 2021.04.04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0화 - 가슴의 두려움과 마인의 말 - (0)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