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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0화 - 엘프의 주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0화 - 엘프의 주인 -

개성공단 2021. 4. 8. 22:53

 

 

 

 

 

세계라는 그릇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1초, 1분도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이미 거기에 옥좌가 있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는 무너졌다

다만 침식될 만한 잔해만이 거기에 있었다

 

이제 몇 분 후면 이 옥좌 사이는 모두 잠식되고 말 것이다

 

위협 그 자체 같은 광경을 앞에 두고 은색의 빛이 눈꺼풀을 치켜올렸다

 

 

 

 

 

"뭐든 시켜라, 네가 하라는 대로 하겠다

장애물은 때려 부술 수 있을 때, 부숴야 하니까 말이다"

 

 

 

 

은발머리를 흔들고 고양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카리아가 나에게 말했다

그 모습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지만,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카리아의 입술은 쾌활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자세히 보면 마디마디의 움직임에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보였다

손끝의 움직임은 언제나의 부드러움을 잃고 있었다

 

역시 사지가 무너진 것은

카리아에겐 아직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그녀의 몸으론 아직 무리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붉은색 거대검을 자유자재로 조종해 보이는 것은 뭐랄까

 

긴 손가락과 손목을 돌려 카리아는 칼끝을 만졌다

뭔가 카리아의 의지가 전달되는 듯한 솜씨였다

 

하지만 그 발걸음을 푸른 눈이 멈추었다

 

 

 

 

"좋아, 나도 이제 그저 겁쟁이로만 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카리아, 이건 좀 다른 문제야"

 

 

 

 

가는 손가락 끝을 휙 돌리며 엘디스가 말했다

 

전력으로 휘둘러서는 안된다... 그게 무슨 뜻이지?

카리아의 인간과 동떨어진 괴력으로는

이 왕성 통째로 날려 버리기 때문이라든가 그런 뜻인가?

 

물론 프리슬라트 대신전에서의 일막을 생각하면

결코 농담으로 끝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내가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자 피에르가 말을 이었다.

 

 

 

 

"카리아라면 천지를 뒤바꿀 정도로의 힘을 이용해서

저것을 부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 구체는 마력을 모은, 분화 직전의 화산 같은 거야"

 

 

 

 

 

그것을 억지로 때려 부숴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라고 피아트가 입술을 강하게 찌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렇군 그 한마디로 나도 겨우 이해가 갔다

결국 카리아의 장기인 강력한 일격으로는

피해를 키울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어쨌든 이 구체의 세계는 확대와 침식을 있는 힘을 다해 계속했다

그리고 다른 좋은 계책이 없다면

역시 피해를 보더라도 이쯤에서

숨통을 끊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설령, 나 자신이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생각을 살짝 가슴속에 떠올린 순간,

엘디스의 푸른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쩐 일인지 슬쩍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별로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몇 초 뒤 엘디스는 입술을 가늘게 놀리며 말했다

 

 

 

 

"됐어, 내가 할게, 물론 도움은 받겠지만"

 

 

 

그녀의 당돌한 말에 무심코 눈을 떴다.

할게, 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엘디스는 미소마저 머금고 말을 이었다

 

그 말마디 마다 어딘가 떨리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기사가 비장한 결의마저 굳혀가는데

주인이란 자가 등을 보이고 도망칠 순 없잖아?

잘 봐둬, 루기스... 너의 주인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위대하니까"

 

 

 

엘디스는 입술 끝을 치켜올리며 꽤 즐거운 듯이 그렇게 말했다.

 

 

 

 

 

 ◇◆◇◆

 

 

 

 

 

내가 할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엘디스는 자신의 손가락 끝이

더 이상 떨릴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은 것을 느꼈다

사실 말은 허세였다.

 

거기에 치솟아 있는 것은 순전한 공포 그 자체

어려움에 맞서기 전의 기분 좋은 전율이 아닌

불가능을 앞에 둔 통곡에 가까웠다

 

목구멍이 거칠어져, 침을 몇번이나 삼켰다

시야는 휘청거릴 것 같았다

 

이러면서도 어떻게 엘디스는

스스로 그 무시무시한 세계를 담아 보이겠다고 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그건 내가 제일 적임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루기스는 이미 만신창이

카리아는 온 정신을 다 짜내면 그걸 부숴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주위 일대, 적어도 왕도 자체가 증발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사라져 연기가 될 것이다

그건 너무 무모한 짓이야

 

반면 피에르트와는 궁합이 너무 안 맞는다

그가 조종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더라도 마력을 이용하는 기술

그리고 옥좌에 눌러앉은 세계는 마력의 그릇 그 자체인 것이다

 

피에르트의 마법을 사용했다간

오히려 구체가 마력을 빨아들이므로써

크기만 더 커지게 해지는,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는 것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엘프이자, 마성의 자이며

그리고 종족적으로 가장 요정에 가까운 자신이야말로

적임자라고 엘디스는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최악 중의 최선의 택이지만 말이다

 

 

 

 

아아, 하지만 이건 아냐

 

 

 

엘디스는 가슴에 있던 생각을 가볍게 발길질했다

분명 그런 이성적인 생각으로 나는 여기에 선 것이 아니다

엘디스는 자신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엘디스의 눈앞에 드래그만이 만들어낸 극소의 세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크기를 계속 확대해, 소리를 울리며 주위를 삼켜 갔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나는 그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리가 없지

 

손을 옆으로 뻗어 신호를 보내면

공기가 압축된 듯한 감각이 엘디스의 뺨을 엄습했다

카리아가 그녀의 혁혁한 맹위를 떨치려 하고 있는 것이였다

 

일찍이 세계를 석권하고, 대륙의 패자였던 거인의 왕

그 본질의 일단이, 지금 여기에 있었다.

 

 

 

 

"새로운 세계라는 소리는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것이야말로, 금세 망하는 법이다

엘디스, 어서 결정해, 난 한계야"

 

 

 

카리아의 목소리와 동시에 그 위협은 펄쳐졌다

 

일체의 빛이 보이지 않는 검은 색에 주홍색이 감싸졌다

공기 자체가 오열을 터뜨리며 거대 검을 위한 길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굉음과 함께

세계 그 자체로 퍼져 나갔다

거인의 원전과 요정의 원전과의 충돌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왜곡을 허공에 토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일

순간, 마력 덩어리가 오열을 토해내며 모양을 바꾸었다

구형이었던 그것이 몸부림치며 미숙한 내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은 감싸고 있던 마력을 억압하던 것이

느슨해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미칠 듯한 마력이 주위에 튀었다

여러 개의 섬광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허공을 날랐다

그 하나하나가 죽을 만한 파괴의 빛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건져내는 것이 마법사의 역할이었다

잘 다듬어진 마법그물이 섬광을 덮고

피에르트는 열 손가락 모두에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력을 묶어 집약해나갔다

 

피에르트는 이를 악물고 신호를 하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다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것이였다

 

그러자 엘디스는 잠깐 말을 꺼내며

 

 

 

 

 

"그럼 몸 좀 부탁할게, 루기스

자네의 주인으로서 마땅한 일을 하고 올테니"

 

 

 

등짐을 지고 루기스를 남에게 맡기면서

엘프의 여왕답지 않은 응석부린 목소리로 엘디스는 말했다

말을 받은 남자는 긴박한 장면에 어울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서 있는 정도 뿐 인데 말야.."

 

 

 

 

 

무슨 소리야?

엘디스는 입술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날 지탱하는 건 네 의무이자 특권이잖아?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게 할 생각은 없어"

 

 

 

 

 

그러면서 엘디스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거칠게 으르렁거리는 마인 드래그만의 마원과 맞닿게 했다

엘디스는 의식이 폭발할 것 같은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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