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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1화 - 요정왕과 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1화 - 요정왕과 핀 -

개성공단 2021. 4. 9. 00:56







마력 덩어리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엘디스는 정신을 육체에서 떼어내 눈앞의 세계로 흘려보냈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미숙하고 다만 거칠어질 때까지의 힘이 넘치는 극소의 세계로 말이다

그곳은 아직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정신세계였다
물질적으로는 아주는 아니지만 끼어들 수 없었다
보통이라면 그 과대라고 할 수 있는 마력량에 압살될 터

하지만 지금 정신만의 존재라면
아직 자기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엘디스는 생각했다

정신과 환영, 물질이 아닌 신비의 세계는 아직도 엘프의 영역
설사 상대가 요정에 속하는 것이라 해도 상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마인 드리그만이 자신의 마원을 놓아 만들어 낸 세계다
그것을 없애려면, 그것의 핵을 먼저 제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일으키는가
엘디스는 그것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결과로 자신의 목숨이 가볍게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뒤에는 루기스가 있는 것이다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엘디스는
드래그만의 원전으로 한 발짝 들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엘디스의 결심은 산산조각이 났다

마원으로 형성된 세계가
엘디스 정신에 정보로 받아들여졌다
순식간에 전신의 오감이 그것을 감지해 버렸다
엘디스가 그 이상 세계의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넣은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삼림으로 펼쳐진 위대한 대지
요정이 춤추고 웃고, 마성들이 자연 그대로를 영위하는 모습
약간의 문화나 신전의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인간이 쌓아올리는 도시의 형태는 그림자도 없었다

지평선 끝까지 마의 조상이 펼쳐지며 자연이 숨 쉬었다
마성이 살기 위해 만들어진 이상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하늘에 빛나는 단 하나의 지고, 정령신 제브렐리스
빛나는 빛 아래서 만들어지는 통제된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세계에는 한이 없다
백 년도 못 살고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인간 세상과는 달리
이상이 영원히 이어지는 세계였다

이것이 바로 드래그만이 바라고 만들어 낸 이상의 광경
그리고 아마 이것은, 일찍이 정령신 제브렐리스가
만들고 있던 세계일 것이다



단지, 인간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엘디스는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굳히면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목이 심하게 마르고 손가락 끝이 팽팽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이것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정신 물질로만 만들어진 세계
그렇다면 붕괴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엘디스는 그것을 이루러 왔다

아, 하지만...
엘디스는 생각해 버렸다.

마에 속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광경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

머릿속이 뜨겁고 달콤한 꿀에 용해되었다
정신의 근간을 찌르던 무언가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싫어. 너무 싫어져"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엘디스는 오열을 터뜨렸다
이빨이 딱딱 소리를 내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분명 이 세계는 마성에 있어서 너무나 옳은 곳
인간은 죽었고, 그들의 문명은 없어졌다
남은 마성은 절대적인 존재를 받들어 통제된다

그것은 무한한 행복
마를 가진 요정, 엘프, 마성들은 모두 이 곳을 받아들일 것이다

손발이 휘청거렸다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광경에
모든 것이 압도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엘디스의 정신은 결코 카리아나 피에르트처럼 강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는 그 정신을 벗어나기 전까지
유폐탑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 정신성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겁이 많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 정도로 취약했다

하지만 인간이든 엘프든
많은 사람들은 그녀와 같을 것이다

무엇 하나 내다볼 수 없는 고통의 어둠 속에서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자가 얼마나 있다는 말인가
그럴 바에야 약간의 고통에 시달리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우울과 근심의 채찍은 언제나 영혼을 억제하는 법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첫발을 내딛는 자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이였다

엘디스는 부서질 듯한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뱉었다
숨이 너무나 거칠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드래그만"



사라져버린 마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답은 없었다, 당연하지
그는 이제 사라져 이 곳에 남는 것은 마원 뿐
세상을 형성할 의지만 남았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광활한 세계에 말을 던지듯 엘디스는 말을 이었다




"네가 그린 건 틀림없는 마의 이상향이야.
훌륭해, 갈채조차 보내고 싶어, 하지만 말이야..."




이건 네 이상향이 아니잖아

엘디스는 푸른 눈을 부릅뜨고 이가 으스러질 듯 깨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드래그만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훈계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고말고
강한 자의 통제를 받으며 영원히 영위하는 세상은 이상 그 자체다
아마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한 순간의 해후를 거치며
엘디스는 드래그만의 사상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꺼림칙한 과거도, 정체된 생애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라던 것도...



"너도 끝이 아름답지 못했던 것을 알고 있잖아?
요정왕... 당신은 그저 도망칠 뿐이야,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야"




요정이나 엘프나 모두 같은 과정을 겪었고
모두 똑같이 자신들의 종족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라가 망하고, 신앙을 빼앗기고, 종족 그 자체가 타락당했다

보다 못한 요정왕 드리그만은 결국 자신의 생애를 걸고
요정족을 위해 정령신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그 굴욕과 분노는
아무리 말라 떨어져도 분명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엘디스는 푸른 눈 끝에 감정의 모든 것을 얹으며 말했다





"과연 정령신에게 통제되는 세계가 이상적일 것일까?
세계를 통달하는 것은 정령도, 인간도 아니야
수천의 시간이 지난다 해도, 요정의 일각인 엘프 뿐이겠지"



선도, 악도, 아름다움도, 추함도, 경의도, 경멸도
그 모든 것은 우리가 결정한다
그것은 결코 요정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를 위한 이상 세계는 부정된다
있어야 할 것은 오직 엘프, 아니 나만의 이상세계

게다가... 여기엔 그가 없잖아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그
그 자신이 결코 강했던 것도 아니다
재치가 뛰어난 것도 아닌 그저 인간이었다

반드시 도망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게 나았을 게 뻔해
하지만 그는 손을 끝까지 잡아주었다

얼마나 고귀한 자인가
얼마나 훌륭한 자인가


그러므로 엘디스는 판단했다
그가 없는 세계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아아, 언젠가
인간조차 정벌해
엘프가 모든 것을 이 손에 넣자
그러면 그는 얼마나 기뻐할까

어쨌든 어차피 우리와 동종이 될 테니까...
이미 씨앗도 심었고 말이야...

엘디스의 목소리는 감정에 응하듯 세계를 소용돌이치게 했다
그녀는 정신을 그 전역에 퍼뜨리고
세계를 뒤덮어 그 세세한 부분까지 채워 나갔다

엘디스는 정신이 타들어가고 닳을 듯한 느낌마저 느끼며 입을 열었다





"요정왕이여, 너무 걱정하지마
무모한 행위를 하려는 게 아니야
단지 우리들을 탄압한 정령신을 향해 역습을 해버리는 거야
나는 엘프의 여왕, 핀 엘디스니까 말이야"

요정과 엘프의 긍지를 걸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녀석들을 쫓아내 버리자
그러면서 엘디스는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세상이 흔들리고, 마력을 방출하면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엘디스의 말에 호응한 것인지
아니면 드래그만과 성질이 가까운 것이 엘디스의 명에 따른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엘디스의 긴 귀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




"요정왕의 이름으로, 너에게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엘디스의 손에는 아름다운 술잔만 남아 있었다
통제된 하늘의 색상... 이상세계의 잔재가 단지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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