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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3화 - 미소짓는 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3화 - 미소짓는 독 -

개성공단 2021. 4. 1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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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마티아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눈의 눅눅한 향기도, 초목의 냄새도 전혀 맡지 못했다
공기가 콧구멍을 스치고 있는데도 향기가 없다는 것은 이상했다

사실 그럴 만했다
강렬한 한 가지 냄새에 나머지 모든 것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였다

그것은 철 냄새
짙게 감도는 철과 피가 전쟁터에서 향기를 잃게 하고 있었다
마티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작게 떴다

그녀의 눈에는 전장의 모든 것이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마병들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한 마리가 도망가고, 뒤쫓아 또 누가 도망가고
그렇게 모두가 균형을 잃고 있던 것이였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군대가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군대는 하나의 육체와 같다
손발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면 더 이상 그것은 기능을 하지 못하는 법

위용을 자랑하던 마수떼들이
지금은 문장교병과 갈라이스트병들 앞에 무참히 갈가리 찢겨져 있었다




".....이겼어? 이긴거야? 저 강한 마성들에게서?"




필로스=트레이트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말을 꺼내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뺨에는 피가 흥건했다
누군가의 피가 튀겼겠지만 그걸 닦는 것조차 필로스는 잊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고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정말 승리를 음미해도 좋을지
온몸이 망설이는 것 같다고 필로스는 생각했다

수없이 죽음을 각오했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손톱이 눈앞을 달린 적도
부대가 무너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필로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신의 착각인가 뭔가가 아닌가 하고 그렇게 느껴질 정도
마티아는 필로스의 흔들리는 외안경을 바라보았다





"네, 저희 인간들의 승리입니다, 마수들이 무너지기 시작한거에요"



 
마티아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달래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지친 입술을 벌리며, 그대로 장병들에게 추격을 명령했다
그녀는 창을 들고 문장교 깃발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승리의 와중에도
마티아는 괴로운 것을 뺨 가장자리에 띄우고 있었다
미처 가릴 수 없을 정도의 초조함을 말이다

이것은 영락없는 인간의 승리다
그건 틀림없어
마수들은 이제 등을 보이고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장교의 승리는 아니다

적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그 해답을 찌른 사람은 갈라이스트 장수였다
그들은 이제 승승장구하며 성문 앞까지 다가왔다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견고한 성문도 언젠가는 그 큰 입을 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터에서의 빛나는 공은
갈라이스트가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였다

문장교가 왕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려면
왕도에 누구보다 먼저 들어가야 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마티아는 초조한 나머지 목에서 아픈것이 느껴지는 것도 몰랐다

저 당돌한 마수의 무너짐
자연적인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 말이다
마수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었을까?

그것은 결국 마인의 소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것을 해낸 사람이 있다면
마티아에게는 단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자기의 혼인자이자, 자신의 칼
루기스뿐

얼마나 고난이 많았을지는 모른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승리를 바쳐준 것이
그를 두고 달리 있을 리 없다고 마티아는 판단했다

그런데 그걸 내가 망칠 작정인가
마티아는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낀 반지를 쥐었다
장병들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마음은 암담했다

무슨 수를 내야해
최악의 경우 갈라이스트병과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말이야
굵은 땀방울을 이마에 흘리며 마티아가 입술을 찡그렸을 때였다

필로스가 볼을 움직이며 마티아의 표정을 응시하며 말했다





"중요한 점은, 왕도의 실효 지배를 위해서
시민들에게 누가 공을 세웠는가 과시하면 되는거지?"




그 말에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필로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껴입은 가죽갑옷을 그 자리에 떨어뜨리고
주위의 호위병을 몇몇의 사신에게 몰고갔다

어찌된 일인가 하고 마티아는 필로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필로스는 말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허리에 찬 단검조차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나도 전에 배운 것이 있어
전에는 올바름이야말로 전부라고 생각했어
공평과 정의에 힘쓴다면, 나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아니였다고 필로스는 입술을 열었다
그녀는 그 몸을 가볍게 말에서 내리더니
장비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이제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소소한 속옷뿐이었다

본래 귀족이었던 자가 드러낼 리 없는 모습
그래도 볼 하나 물들이지 않고
필로스는 마구에서 짐을 꺼내 검은색이 섞인 옷을 펼쳤다
귀족으로서의 그녀의 예복이였다





"로조라는 녀석이 가르친 건가요?
필로스 트레이트, 그건 조금 좋지 않은 생각인데요"




마티아는 필로스가 하려고 하는 것을 약간 이해하면서도
마음을 가라앉히게 하기 위해 말했다
여하튼 필로스의 눈은 피를 흘리며, 강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비호해 온 시민들에게 배신당하고
구타당한 기억은 어떻게 발버둥쳐도
마음속 깊은 곳에 암울하게 자리 잡는 법이였다
그러다 어쩌다 한 순간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이였다

필로스의 외안경이 흔들리듯 기울어졌다





"맞아요, 하지만 내가 신봉했던 진리는 잘못 생각하고 있던게 맞고
사람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옳은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감정을 담으면서도 여전히 담담한 말투였다
마티아는 스스로 말에서 내려
필로스가 새 치장으로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면
불안한 생이 가슴을 스쳐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별로 좋지 않은 감정
일종의 의심에 가까운 감정을 마티아는 필로스에게 품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 꽤 위험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마티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필로스는 노래하듯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녀석이 가르쳐 줬어요
공명정대의 진실도, 아무리 올곧은 바름도
때로는 한 방울의 야망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을... 그렇죠 성녀씨?"




그 말을 듣는 순간
마티아 안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녀, 필로스=트레이트는
지금 그 마음에 품었던 지침을 명확히 뿌리쳤다
공평에서 불의로... 견고한 정의에서 혼돈의 음모로

그것이 누구의 영향인지 묻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필로스 트레이트가 깊은 곳에서 잠들게 했던 생각을 그가 끌어냈다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악한 짓을 하는 자 입니다
저도 저의 올바름을 위해 더 이상 수단을 택할 생각은 없어요
설령 앞으로 입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 독이 되더라도 말이죠"




필로스가 보낸 사자가 다시 여기로 왔다
이제 대부분의 일을 마친 귀족병들
이쪽으로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로스를 옹립하기 위해 다음 세대의 권력자와
나란히 뛰어다니는 자들이였다

그러나 그들도
그리고 자신도 모든 것은 오산이었던 것 마티아는 지금 깨달았다
필로스트레이트라는 자는 정의와 공정성을 외칠 만한 소녀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뼛속까지 녹여버리는 독... 그것이 그녀

검은색을 토대 한 예장을 몸에 두르고
뺨에 묻은 피를 여전히 닦지 않으면서 필로스는 말했다





"왕은 백성을 두고 도망쳤고
공주는 몸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백성들을 도왔다...
갈라이스트와 문장교 병사들을 데리고 말이죠
진실은 아닐지라도... 모두 그런 동화같은 내용을 좋아하잖아요"





필로스 트레이트는 지금까지 보여 준 적 없는
어두운 목소리로 마티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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