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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5화 - 반역은 항상 은빛에서 시작되는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5화 - 반역은 항상 은빛에서 시작되는 것 -

개성공단 2021. 4. 10. 03:12







도시 필로스의 집무실 내에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라르그도 안은 양피지에 잉크를 떨어뜨렸다

몇 통째 성녀 마티아와 루기스에 대한 전령문이었다
내용은 간결하게, 지금 발발한 살레이니오 봉기
도시 필로스의 통치 상황, 일리저드로부터의 사신들을 기술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자신이 절명했을 때의 대응에 대한 제언을 휘갈겨 써, 서명을 새겼다
곧바로 사자에게 건네주어, 전선으로 달리게 했다

안은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리고 뻗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살레이니오 봉기에 대해서는 판명된 직후 일찍 보고하였다
그러나 살레이니오도 그것을 쉽게 허용할 만큼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이다
안이 알고 있는 그 걸물은 결코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선발대를 보내
우리 사신을 모살하는 일을
당연한 것처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여러 명의 사신을 보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었다
많은 사신은 전선에 가기전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 일은 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한숨 돌리고 나서 휴식을 취하니 집무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상당히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다시금 마수떼가 도시 근교를 휩쓸고 있습니다
소규모이지만,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도시 필로스의 행정관이 집무실에 들어서며 말했다
얼굴은 약간 창백하고 피로가 엿보였다
머리카락에 섞인 흰머리도 늘어난 듯했다

또인가, 하고 안은 더듬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로조 반란 때부터
이 주위에 여러 마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해결한 것도 아니엿다

도시 필로스의 부흥과 통치를 우선시했지만
그 피해가 최악의 시기에 불을 뿜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쪼갤 수 있는 병력은 극히 미미한데 말이다

안은 눈을 가볍게 뜨고 왜소한 몸을 집무 책상에 맡기며 입을 열었다
행정관은 그 말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만, 백 명의 규모로 병단을 조직하여 대응을 부탁 드립니다
지휘를 맡길 사람은, 베스타리누님과 의논을...
베스타리누님 본인은 다른 임무가 있으니까요"





군사 면에서 말하면
안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강도나 소규모 용병을 상대로 대응을 한 적은 있지만
좋게 말하면 교본대로... 나쁘게 말하면 대응력이 떨어지는
지휘밖에 되지 않았다

적어도 상대의 일순간의 움직임에서 의도를 읽고
임기응변으로 진형을 바꾸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살레이니오의 반란이 명확해진 시점에서
안은 감옥 벨라로부터 강철공주 베스타리누를 의지하곤 했다

이 일대에서 군사적으로 의존할 만한 자로는 가장 제격이였다
또 성녀 마티아나 루기스와의 관계도 깊으니, 어느 정도 신뢰가 갔다


어찌된 일인지 본인은 완강하게 감옥 벨라를 떠나기를 거절해서
일시적이라는 조건으로 어떻게든 도시 필로스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그 이유는 대체로 알고 있었다
안은 반사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양손을 허리에 댔다
그녀의 미간에 노골적으로 주름이 잡혔다

영웅님의 영향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베스탈리누가 보고 문서에서
여러 차례 그의 이름을 사용한 것을 안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또 안이한 말을 해서
사람을 감정의 사슬로 묶어 놓고 있는 것이였다
그 사람은 자기의 존재나 말을 무엇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 정도로 무게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그런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정말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듯 안은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만약 만사가 잘되어 이 자리를 넘겼다면
그때는 그 얼굴을 산산히 울려주겠다고
안은 몰래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만, 그것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가슴에 무게가 잡히는 것 같았다





"그게... 자칫하면 마수의 대처에 몰릴 상황입니다
조금 방침을 바꾸어주셨으면 합니다만..."





각종 보고 마친 행정관인 남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원래부터 말을 꺼내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 매끄러운 말투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병력은 열세인데 말이다

더구나 적의 세력은 살레이니오의 전의에 상승해
사기도 높은 것 같았지만, 이쪽은 도망을 치는게 나을 상황이였다


살레이니오 봉기를 성녀 마티아에 대한 반역으로 보고
분노를 일으키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문장교도들은 동요하고 있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군이면서
가르침을 같게 한 자가 졸지에 이쪽으로 창을 들고 달려든다는 것이였다그 상황에서 납득도 이해도 없이
전투행위를 할 수 있을 만큼 문장교병은 우직하지 않았다

원래 높은 신앙심 때문에 군인이 된 자들이 많았으니
동포에게 송곳니를 낼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중에는 부모 형제나 친구가
적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사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만일 병력이 어떻게든 조달되어
기적적으로 농성에서의 철저 항전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군량은 대부분 전선으로 쏟아지고 있고
농성이란 성의 시민의 협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법
안쪽에서 반발을 일으키면 순식간에 방위태세 등이 와해될 터였다

그리고 도시 필로스는 문장교, 특히 앤에 대해서
호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점령 후의 통치자가 미움받는 요소는 있어도
좋아하게 것이 있었던 전례는 현재까지 없었다

이만한 악재가 다 모였으니
살레이니오와의 대립방침을 전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행정관의 말은 아마 옳을 것이다
정면으로 충돌하면 쓸데없이 목숨만 쏟아질 뿐이다

하지만 안은 입술을 치켜들며 말했다
눈동자에 비치는 색채에 동요나 초조함이 없이
오직 하나의 감정만이 배어 있었다





"행정관님, 살레이니오...
그들은 성녀 마티아에 대한 명백한 배신자입니다
화해의 길 따위를 할 것 같습니까?"





신앙심이라는 이름의 무엇보다 큰 감정이
지금 안의 가슴속을 메우고 있었다

라르그도안이라고 하는 여성은
도시 필로스의 통치자이기 전에
문장교의 교도이기 전에
무엇보다 성녀 마티아의 광신자였다
그녀의 사상에 경도되어 그녀를 이상적으로 보는 자였다

그 성녀의 등을 찌르고자 하는 패들을
문장교를 두 동강 내려고 한 놈들을
어떻게 허용할 수 있겠는가
무슨 소리냐는 듯 안은 의아해했다

그 뿐 아니라 안 개인으로서 생각하는 구석도 있었다


이번 살레이니오의 반역
그것은 성녀 마티아와 루기스가
전선으로 나갈 기회를 택해 일어섰다

그럼 만약, 전선에 나간 것이 성녀 마티아 뿐으로
루기스가 도시 필로스에 머물러 있으면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
혹은 다른 주요한 사람이 여기를 비웠다면?

살레이니오는 봉기를 멈췄을 것이다
진실은 그의 가슴속에만 존재하겠지만
안은 그렇게 판단했다


결국 내가 업신여져기고 있는 것이다
보잘것없다고 말이다
군사를 가지고 쳐들어가면
쉽게 손을 비틀 수 있는 상대라고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안의 가슴속에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불태웠다
확실히 나는 전술에 있어서 재주가 없다
그러나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특히 살레이니오 상대로는 말이다





"안심하세요, 정면으로 충돌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피해는 최소화 할 생각이니까요"




최후엔 제 목을 바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안은 방한구를 몸 곳곳에 걸쳤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그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행정관은 안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뭔가 창백해보였다





"……안 님"





뭐요? 그렇게 되받아치려던 안의 눈동자에 은 빛의 뭔가가 비쳤다
아주 낯익은 색... 그것은 안의 몸 따위는 쉽게 도려낼 만한 것이였다

은색을 띠는 칼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안은 순간 입술을 움직였다
말을 꺼냈는지, 않았는지는
안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아... 역시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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