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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6화 - 뿜어져 나오는 핏빛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6화 - 뿜어져 나오는 핏빛 -

개성공단 2021. 4. 10. 16:44




은빛의 위협이 안의 목덜미를 향했다
한순간의 망설임이 없이,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틀림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절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의 오감이 감지한 것이였다

사실 칼을 맞는 것 자체는 안도 처음은 아니였다
성벽 도시 갈루아말리아의 빈민굴에서 활동한 적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서 원한을 산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소녀에 지나지 않았던 안에게
기습적으로 칼을 뽑아 드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폭력배들에게도 어딘가 방심이 있었고
혹은 완력에 힘입은 자만심이 안에게
입을 열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그런 미련한 놈이 휘두르는 칼을
안은 언제나 혀끝 하나로 멈쳐오곤 했다
그들은 언제나 우직해서 안으로서는 설득하기가 매우 쉬운 자들
몸에 상처를 입는 일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에게 불행하게도
지금 눈앞에 선 남자는 안이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깔보지 않고
오히려 야수를 앞에 둔 심정으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칼은 틀림없이 안에게 상처를 낼 것이다

안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와들와들 떨렸다
언젠가 이런 사태가 오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 위한 훈련도 했다
하지만 정작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실천이란 정작 사람의 몸을 얼어붙게 하는 법이니까

영웅님이든 카리아님이든
항상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걸까
하고 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몸과 어깨를 작게 비틀었다
어떻게든 팔로 칼을 뿌리치려고 해도,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이다
손발은 저린 듯 둔감했고, 떨리는 눈 사이에 무언가의 모습이 비추었다
그리고 휘익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렇게 선혈이 튀어올랐다
검붉은 피가 바닥에 낭자하게 흘려졌다





"으....으읔"





신음소리가 났다
평상시에서는 도저히 흘릴 수 없는 피와 함께 말이다

실내에 반짝반짝 빛나는 가느다란 철이 있었다
그것이 몇 개, 남자의 손바닥에게 꽂혀 있었던 것이다
안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파악한 것은 칼이 본래의 궤도를 벗어났다는 것

날카로운 칼날은 그 순간 동시에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더 이상 의지 없이, 그저 반사적으로 흔들릴 뿐인 칼끝은
안의 어깨살을 스치고는, 남자의 손에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몸에서 쏟아지는 초조와 동요
순간순간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안의 머리에서 모조리 쏟아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무튼 살았다, 그런데 어떻게?



안의 무궤도한 사고가
뒤엉켜 이해되지 않은 채
눈앞에서는 계속 사태가 이어져갔다

휘익하는 소리가 계속 나며,
동시에 행정관인 사내의 목에 은빛 바늘이 꽂혔다
안도 남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눈을 부릅떴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후, 남자는 손발이 저린 듯
경련을 일으키고, 거품을 뿜으며 쓰러져 갔다
아마도 남자를 찌른 쇠, 아니 바늘
 즉효성의 독이라도 발라 있었을 것이다

남자의 실신한 모습을 보고서야 안은 호흡을 재개했다
어느새 폐가 그 움직임을 멈춘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입을 열어도 말이 잘 안 나오는 상황이였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호위를 붙이라고"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천하태평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천장에서 바늘을 몇 개들고 있는 여자 목소리였다

물론, 이런 상황에 익숙하게 행동할 사람은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목소리야말로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목소리일지 모른다
안은 두 어깨로 숨을 몰아쉬고, 목 언저리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답했다





"고맙습니다 브루더 님...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호위는 받고 싶지 않아요
거꾸로 파고들 틈을 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자 곡예사처럼 천장에서 브루더가 내려왔다
갈색 머리가 실내에 녹아들어 묘하게 아름다웠다

그 수중에 있는 것은
손바닥에 꽂힌 것과 같은 가느다란 바늘
그것들은 그녀가 휙 손을 돌리니, 다시 그녀의 손목으로 돌아왔다

원래 용병이나 암살업 같은 것을 한 것은 알았지만
솔직히 이렇게도 솜씨가 좋을 줄은 안은 몰랐다
그녀 자신이 별로 뽐내지 않는 성격인 탓도 있었을까




"아아... 이런, 상처난 것 같은데, 금방 치료하면 눈에는 띄지 않으려나"





그렇게 말하고 브루더는 씩씩하게 안의 어깨를 닦아냈다
통증이라기보다 열 같은 것이 안의 왼쪽 어깨 부근을 물었다

별로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감촉
꽤 오랜만에 입은 칼부림이었다
엉겁결에 안은 자신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다
브루더의 말대로 제대로 치료하면 금세 상처가 아물 것이다

교섭자로서 몸에 상처가 있다는 등 
그것은 부끄러움 그 자체이자
괜한 상처가 있으면 의심을 사기 쉽다
시급히 치료하는 것이 제일일 것이다

그게 제일 정상적이긴 하지만...



안은 코를 킁킁거리며 눈동자 안쪽을 빛내며 생각했다
이건 그냥 놔둬도 될 것 같다, 라고 말이다

앞으로 문장교가 대성한다면
반드시 내부에선 공로자가 누구인가 하는
내부적 다툼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몸에 상처 하나 안 낸 자가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 군속 인사 특유의 성질이였다

어깨에 상처 하나 있는 것은
그런 인간을 침묵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협상자로서도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말이지...
안은 눈을 풀고 뺨을 풀었다


분명 이 상처를 본 영웅님은 표정을 일그러뜨려 줄 것임에 틀림없다

반루기스 세력이 일으킨 투쟁으로
자신이 이런 상처를 입었음을 알게 되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미안하다는 등 사죄의 말 정도는 할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 나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해 줄까?

그 자리는 그것으로 끝나겠지만
반드시 영웅님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런 성격이다
이 상처만큼이나 질퍽하게
그의 마음에 자국을 남길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생각하며 안은 온화한 깊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눈동자 속만은 유난히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런 안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브루더는 가벼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그래서 이 녀석은 어떡하지?
죽지는 않겠지만, 회복엔 시간이 걸릴 거야"




얘기라도 뜯어낼까
그렇게 묻는 블루더에게 안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어차피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조심성 있는 살레이니오가 수하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리 없을 테니까

오히려 교란 때문에 불필요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적어도, 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앤은 바닥에 놓인 칼을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어깨의 열이 통증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손가락 끝이 떨렸다





"문장교의 허술함은 문장교 스스로 만들어지는 법
브루더님은 주위의 경계를 부탁하겠습니다
이 남자가 혼자서 배신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행정관이란 사람은 매우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가 배신한다면 당연히 다른 동료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을 살해한 후
이 도시 필로스를 움켜쥐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
어느 정도 병권을 가진 자들이 대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서두르지 않으면 성가신 일이 될 것이다
여기저기 불이라도 지피고 다니면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이다

하지만 브루더는 느긋하게 물고 있던 담배를 이빨에 머금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지 어색한 기색이 있었다





"부대장이 배신한다해도 걱정 없을 거야, 베스가 있으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자랑인 것처럼 어딘가 득의양양했다
갈색의 눈동자가 쾌활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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