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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8화 - 동쪽에서 온 소식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8화 - 동쪽에서 온 소식 -

개성공단 2021. 4. 1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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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이니오... 죽어버렸구나...."




도시 필로스의 외벽
담배를 입에 물고 지평에 이어진 산맥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아쉬운 듯이 자줏빛을 비추고
그렇게 해서 산간으로 숨어들어 갔다

내 말에 호응하듯 브루더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뭐야 고용주
군사를 거느리고 온 정적이 죽었잖아
조금은 기뻐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브루더의 어조는 희한하게도 기분이 상한 것처럼 느껴졌다
특별히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을 공격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뺨을 무너뜨리고 어깨를 움츠리면서 말했다
블루더의 모자 테두리가 툭 튀고 있었다




"뭐... 나쁜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이만한 일을 저지른 노인네야
얼마나 역량이 높은 사람이였을까
...라는 호기심이라는 거지"





외벽에서 내려다보니
많은 눈이 발자국에 짓밟힌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아직도 철수하지 못한 야영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천이 넘는 사병을 거느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단지 병사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성녀 마티아에게 반기를 든 것이였다
아마도 변변치 않은 노인이였을 것이다

어쩌면 리처드 할아범 같은 무리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브루더에게 물어 담배를 던져주며 걸터앉았다
기묘하게도, 꽤 오랫만에 기운이 떨어져 버린 것 같았다

왕도 함락에 마인 현현
그 뒤에는 문장교 내의 반란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요즈음은 신이 이렇게도 귀찮은 일을 내게 쏟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애를 써준다면 좀 더 골탕먹여도 되지 않을까?
그런 것을 브루더에게 말하니
고지식한 듯한 목소리가 반대쪽에서 울려 왔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훌륭한 연주자에겐 훌륭한 악보가 주어져야 하는 법입니다, 지휘관님"





흐트러진 나와 브루더와는 달리
허리를 미려하게 편 채 베스타리누는 발꿈치를 쳤다
정직하다고 해야 할지 방심할 줄 모른다고 해야 할지
강철공주는 여전히 그대로인 모습이군

이러다가 언니인 브루더를 본받아 허물어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건 그녀대로 뭔가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베스타리누는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뭐, 휴식을 원하신다면, 어울려 드리겠습니다"


"그게 좋겠어, 돌처럼 이렇게 가만히 있고 싶진 않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워낙 내 주위에는 많은 정신 나간 사람들 뿐이였기에
반면 그들과 함께 있다면 뭐랄까, 마음이 편했다

브루더는 예전의 유일하고도 좋은 친구였고
게다가 베스타리누가 가진 용병 특유의 분위기는
내게는 그리움마저 주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얀 연기를 강하게 내뿜으며 외벽에 기댔다
보검이 찰칵하고 울렸다




"그래서 브루더, 부탁했던 건 말인데
대성교에서 움직임은 있었어?
손을 댈 수 없다면, 그걸로 다행이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브루더는 못마땅하다는 듯 
갈색 머리카락을 뭉그러뜨렸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물고 있던 담배를 이빨에 굴리며 말했다




"알 수 있는 정보는 얼마든지 있었지
어찌됬든 북쪽에서 이곳으로 도망 나오는 인간은
썩어 남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말야"




실제로 여기까지 오지 못하고
지체를 썩히고 썩은 냄새를 풍긴 놈도 있을 거라고 브루더는 덧붙였다

왕도 아르셰는 마인들에 의해 먹혀들었고
최북단의 스지프 성채는 대마 제브릴리스의 손에 함락되었다
아직도 북쪽의 도시촌락은 제브릴리스의 준동에 겁을 먹고
신음소리에 심장을 튕겨 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비록 태어난 땅이라도
냅다 남쪽으로 도망 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눈꺼풀을 가볍게 깜박였다
첫째, 대마나 마인이 아니더라도 마수조차 인간에게는 충분한 위협이다
본래 저항할 존재가 아니라 방패와 창으로 내쫓는 존재였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인간에게는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몇 번이나 마수들의 눈을 피해 목숨을 건졌었다
그들은 그저 태초부터, 인간보다 훨씬 막강하다니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렇지, 두드러진 정보라 하면
발레리 브리트니스, 고용주랑 베스도 알고 있겠지?"




턱을 당기고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을 굳힌 베스타리누의 표정이 보였다.
아무래도 감옥 벨라에서의 일막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일대일 대결의 끝에 비참한 결과였으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 내길 바라지는 않지만
허리뼈가 떨리듯 아팠다




"그 마인으로 착각할 만한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언니... 그 여자가 뭘 어쨌는데?"


"놈은 지금 북방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 같아
그가 지휘하는 군대가 유일하게 마수를 막아내고 있어
고용주, 대마 제브릴리스는 산이나 성처럼 큰 존재인가봐"




그걸 어떻게 막냐고
브루더는 두 손을 들며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어깨를 움츠리고 대답했다
사실 나도 그것에 대해선 잘 모르니 말이다



과거 발레리 브리트니스는
열두 번의 마수군을 무찔렀고
갈라이스트 왕국이 그 준비를 마칠 때까지
스지프 보루를 함락시키지 않은 영락없는 영웅이였다

아무리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그 영웅이라면 해치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
분명 예전의 그녀는 마인과 혈투를 벌인 끝에 전사했다고 전해 들었어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운명을 꺾고, 비상할 것인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이제 이 시대는 너무 흐름을 바꿔 놓아버렸다
어느 것이나 다 내가 알고 있는 예전부터 바꿔지고 있었다
내가 아는 것 따위는 이제 얼마 안 남았겠지

하지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나는 입술을 비뚤어지게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생각에 잠기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도 조용하니, 아무래도 생각에 잠기고 마는 것이 있었다


옛날 대지를 마음껏 유린해 보인 이동 재해
요새 거수 제브렐리스
삼림도 건축물도 짐승도 사람도 똑같이 먹고 싸던 그것...

지금 문장교에선 놈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싸움이 일어났다간 분명 전멸하고 말 것이다

그 거대한 것을 어떻게 죽이겠는가?
카리아가 가진 전격도, 피에르트의 전장 마법도
엘디스의 저주마저도 상처 하나 낼련지 잘 모르겠다
나 같은 것은 당연히 털끝을 움직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죽여야 할 것이다, 그 재해를...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발레리 브리트니스라는 순전한 영웅도 당해내지 못한
존재를 내가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이란 말인가

그래도 포기하는 것은 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다
그 따위로 놈을 대할 수야 있을 것인가
황금의 모습을 살짝 떠올리고 있자니
브루더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눈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지독한 눈매를 하고 있네, 고용주
그 어느 때보다도 정말 악인이 되어버린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베스타리누가 허를 찔린 듯 기침을 했다
아마 고지식한 베스타리누는 이런 농담을 잘 쓰지 않을 것이다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는 것이 어쩐지 유쾌했다

브루더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나도 베스도 고용주도 모두 사람이야
혼자 할 수 있는 일엔 한도가 있는 거야"




아니면 영웅님은 사람 따위를 그만 둔 것인지도
브루더가 뺨을 느슨하게 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브루더다운 말이였다




"저도 언니도, 지휘관님의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것이 낮이든 밤이든 말입니다"


"참으로 안심이 되네, 아 시골에라도 틀어박히고 싶어"




브루더가 잠시 눈을 부릅뜨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서먹서먹한 대화가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가라고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휴식 시간
그 뒤엔 당연하다는 듯 휴식 시간이 끝내는 무언가가 왔다
그것을 들은 모두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인간에게는 파멸이 임박했다고 말이다...



소식은 동쪽에서 왔다
자치도시령을 향해 동쪽의 볼버트 왕조가 침공을 개시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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