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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9화 - 물보다도 진하고 깊은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9화 - 물보다도 진하고 깊은 것 -

개성공단 2021. 4. 14. 02:18




괴뢰도시 필로스
그 전체가 갑자기 소란스러움을 더해갔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전령병이나 사람이 오갈 때마다 그 강도가 커졌다

그들이 떠드는 말은 여러 가지지만 그 근본에 있는 것은 단 하나


동방의 볼버트 왕조가 자치도시 국가에 대한 서침

이유도, 배경도 불명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볼버트 왕조는 웅장한 마법 장군을 필두로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도시국가군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자국 또한 마인 재해에 시달리면서
왜 그러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단지, 타국정세를 보는것 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것은 없었던 전례는 아니였다



볼버트 왕조는 역사상 여러 차례
그 지배 영역을 확장하고자 도시국가군을 침공했었다
때로는 기습을, 때로는 다수의 군사를 거느리고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장병의 피를 희생하고
장기 실효 지배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요인은 도시국가군 자체가
더 이상 병든 국가로 안이하게 함락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도시국가군은
갈라이스트 왕국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것이였다

볼버트 왕국이 서방을 향한 야심을 품었을 떼
그 모든 것은 갈라이스트 왕국에 의해 분쇄되었다

하지만 현재 볼버트 왕국의 거물급 위협은 지금 존재하지 않았다
왕도는 마인들에게 먹혀들고 국군은 아득히 북쪽으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볼버트 왕조가
다시 그 야심을 북돋운다고 해서 무슨 이상한 일이란 말이겠는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란 비대화 야욕을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였다

어쨌든 도시 필로스의 소란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당분간은 아침도 밤도 없을 것이다
늘 군사와 문관들이 빠른 걸음으로 오고갔다

어쨌든 문장교에 있어서
도시 국가군에 속하는 성벽 도시 갈루아말리아와
용병 도시 베르페인은 틀림없는 주요 거점
그것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비록 말단의 전령병이라고 해도 위기감이라는 것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브루더라는 용병은
그런 점을 한 조각도 느끼지 못했다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모자를 쑥 잡아당겨 눈을 가늘게 떴다

옆에선 매끈한 입술을 가진 여동생 베스타리누가 말을 이었다





"또 전쟁인가 보내요
볼버트 왕조도 마인의 위협에 노출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베스타리누의 말에 브루더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베스, 옛날엔 사형수를 서로 죽여 구경거리로 삼은 나라가 있었어
진다면 당연히 사형, 살아남으면 다음날 또 다른 사형수와 싸우게 한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 반복하다가, 홀로 남은 사형수는 어떻게 됬을까?
당연하게도 관중 앞에서 처형당하고 말았지"




브루더의 말투는 여동생 앞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일찍이 아직, 브루더라고 자칭하지 않았던 무렵의 것이였다
상냥한 기색이지만 어딘가 가시가 돋친 말투였다

베스타리누는 언니의 말을 알아듣듯 입술을 열었다





"요컨대 사람은 어짜피 죽는다는 것을 알더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거라고.. 그런 건가요, 언니?"




브루더는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재치있게 손가락으로 바늘을 돌렸다
볼버트 왕조 역시 마찬가지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들이 마인의 위협 앞에 심대한 피해를 본 것은 틀림없다
아무리 마법사라 해도 마인이 보기엔 보통병사와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총명한 그들은 하나를 깨달았다
정면으로 마인과 싸우다가 짓밟히는 것보다
타국으로 쳐들어가, 생존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은 읽을 수 없지만
속셈은 그런 것일 것이라고 브루더는 말했다

하지만 브루더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였다
솔직히 볼버트 왕조가 쳐들어오든
도시국가군이 얼마나 멸망하든 브루더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녀가 흥미있는건 단 두가지 뿐
즉 여동생 베스타리누와 고용주인 루기스
나머지는 아주 아무래도 좋다
그래서 그 눈동자는 미미하기만 했다

브루더는 깨달았다
이러한 볼버트 왕조의 기습 침공에서 그는 다시 동원될 것이다
그는 영웅이며 강자라는 존재니까 말이다
볼버트 왕조를 막아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듣겠지

브루더는 눈매를 강하게 하고 수중에 바늘을 쥐었다

이러니 마치 그는 문장교의 물건 같지 않은가
싸움이 있으면 그때마다 그는 또 상처를 몸에 새겨갔다
그것을 사람들은 마치 영예인 양 말하는 것이였다
대의를 위하여, 세계를 위하여, 사람을 위하여. 훌륭한 일이라고 말이다

브루더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언저리에 열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고 뺨이 일그러졌다



누구나 그를 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영웅이고 강한 체구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말일까?
사실 아무도 그의 약한 면을 안 보려고 하는 것 아닐까?

고용주는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앞으로 나아간갈 것이다
확실히, 그 모습은 강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육체와 정신에 상처를 만들어 갔다
앞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새로운 상처를 낳았다
그래도 루기스는 멈추지 않았다

아아, 얼마나 위험한가 하고 브루더는 생각했다
이미 광기의 세계다, 그리고 루기스는 그곳에 발을 딛고 있었다
기사도, 마법사도, 엘프도, 성녀도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만 바라볼 뿐이였다




그들로서는 안 된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루기스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들 또한 같은 종류니까 말이야
진흙과 같은 감정이 브루더의 피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밖에 말릴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하고 브루더는 눈을 가늘게 떴다
힘은 없고, 지혜도 없고, 핏줄도 아무 것도 아닌...
어디까지나 평범에 불과한 자신이
그를 붙잡아 두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강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약한 자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몰아세우고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 자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머지않아 깨지게 마련이다
억지를 쓴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어차피 그 억지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말이다

그때 루기스를 영웅이라고 부른 자는 무엇을 해줄까?
분명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것이다
영웅이란 늘 그런 것이였다




주위의 눈길이 브루더의 눈에 비쳤다
그중에도 루기스를 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영웅이라면 볼버트 왕조마저도 
뒤엎을 것이라는 등 무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혀를 찰려다가, 브루더는 그만뒀다
하긴 나도, 베스타리누도 그에게 구원받았다
그가 없었다면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그저 제멋대로인 생각인걸까? 브루더에게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걸음을 멈출 권리는 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세계가 어떻게 되든 브루더는 알 바 아니다

그를 낭비하는 세계는 죽어버려야 해

진심으로 브루더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체의 변함없이...




그리고 또 여동생 베스탈리누도 사상에 차이는 있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똑같았다
꺼림칙한 브루더와는 반대로 베스타리누는 쾌활하게 입술을 열었다




"하지만 언니, 저는 그런 모습도 좋아하거든요"




무르면 무를수록 평온을 더 원할 것이다
그러다가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버려
결국엔 더 이상 전선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베스타리누는 말했다

루기스의 담배 다발을 보며 브루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더의 물담배는 지금 루기스가 들고 있었다




"그래... 만약 그가 물러터지고, 부서져 버린다면..."





갈망의 소리가 울렸다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저 패거리가 있는 한 그렇게 안이한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제쳐두고라도 이루고 싶은 일이였다




"그때는 어떡할래, 베스?"


 


답은 뻔했다
자매가 입 밖에 낸 것은 똑같았고
그리하여 같은 류의 미소가 두 사람의 뺨에는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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