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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9화 - 최선의 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9화 - 최선의 길 -

개성공단 2021. 4. 15. 06:10






폭풍과 번개가 출렁이며 전쟁터를 휩싸였다
일시적으로 구름이 걷히면서 눈을 녹이는 듯한
상쾌한 햇빛이 대지를 꿰뚫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다시 현현한 거인과 용의 상극
그 결과는 아무래도 거인의 승리로 끝난 듯했다

그 자체는 기쁘기 짝이 없다
카리아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사태 그 자체가 상정 외였다



저 허공을 그을리는 번개용
설마 그토록 큰 마법을 조타하는 마법사가 적측에 있을 줄이야
적어도 옛날에는 나는 피에르트 정도밖에 본 적이 없었다

최악이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면서 씹는 담배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마법은 편리하지만
전쟁터에서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손쉬움이 없었다
모험자가 하는 마물 토벌이라면 몰라도
전쟁터라는 대규모 장소에서
마법은 그저 조연이였을 뿐이였다

적어도, 피에르트라고 하는 시대의 변혁자가 세계에 나타날 때까지는...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람
아무래도 볼버트 왕조도 평화의 시대에
그저 두둑한 주머니를 불리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겠지
이왕이면 마성들과도 함께 그 부지런함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배후의 병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떤 사태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가 아니였으니 말이다




"자, 적은 무너졌다
가라, 마법사들의 콧대를 꺾어버리자!"




갈루아마리아 문 앞의 병들을 거느리며 보검을 어깨에 얹었다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숨소리가 지독할 정도로 뜨거웠다
전쟁터에 만연한 긴장감이 피부를 덮었다

내가 부탁한 역할을 카리아는 충분하다고 할 정도로 해냈다
그렇다면 다음은 내가 거기에 응답할 차례일 것이다
무너져버린 적 앞을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내동댕이쳐야 한다

이끄는 수비병은 800
적병은 내다볼 수 없을 정도
아아, 이 얼마나 돌격의 보람이 있겠는가

보검을 어깨에 얹은 채 동요를
드러낸 적 앞을 향해 달려갔다
영웅 살해라는 이름이 햇빛에 비쳤다

배후의 병사들이 자신을 쫓아왔다
일찍이 누군가를 쫓는 편에 지나지 않았던 내가
누군가에 쫓기는 편이 된다는 것은 몹시 기묘한 기분이였다




충분히 다가온 적과 접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인의 일섬에 제정신을 잃고
교란된 병사의 머리를 향해 보검을 휘둘렀다
개운하게 사람의 머릿속은 부서지고 피는 하염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다음엔 다른 적병의 배에 칼을 박고, 그 다음엔 목을 도려냈다
그러고 나서 다음,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누군가를 죽이는 기회가 생겼다
뺨과 귀는 이미 여러 명의 혈액을 맛보고 있었다

전쟁터의 혼란이란 무서웠다
군대란 통제된 하나의 군체이기 때문에
일단 엇나가면 곧바로 제어가 어려웠다
아무리 돌격을 가해도 볼버트군의 조직적인 반격은 전무했다


그렇다고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창을 내지르던 자군 병사가 갑자기 목을 베고 피를 토해냈다

침을 약간 뱉은 정도의 가벼운 것이였지만
하지만 그 녀석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면 여느 병사와는 다른 병사들이 달려왔다
기묘한 갑옷을 입으면서도 그 행동은 이상하리만치 민첩했다
무기를 다루는 모습도 여느 병사의 것이 아니였다



마법장갑병
원래 중간에 머물렀던 그들이 이제 전선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휘관은 선방이 지탱할 수 없다고 그렇게 판단한 것 같았다

마법장갑병들은 다양한 갑옷을 착용하면서도
대부분 일반병과 마찬가지로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마법의 정수를 다해 만든 마법장갑병
그랬던 이들이 선택하는 최고의 전투수단이
여느 병사와 다름없는 피와 살과 뇌장을 흩뜨리는 육탄전이라니
아이러니컬하기 짝이 없었다

마법장갑이 이들의 운동능력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공포마저 잊게 했다
그냥 일반 병사고 뭐고 이도저도 아닌 괴물이 되는 것이였다
그것은 소유자가 고위 마법사일수록 그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굉장히 지독한 속임수군
마치 손뼉을 쳐서 갈채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멈추었다
눈앞에 마법장갑병이 주먹도끼를 치켜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을 부릅뜨고 보검에 몸을 맡기듯 발을 내디딘 다음
그리고 시야에 선을 그었다

내리치는 도끼를 물리치고
그 기세 그대로 적의 목덜미를 도려내는 그런 선이 보였다
보검으로 쉽사리 될 일이 아니련만
보검은 참으로 쉬운 일이라는 듯이 날을 세웠다

정말로, 보검이 의지를 가지고
나에게 말을 걸어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되어 왔다
군말 하나라도 돌려주고 싶지만
역시 검과 말을 주고받았다면 괴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제멋대로의 상상에, 뺨이 느슨해졌다
그리고 다음에는, 눈동자에 그린 선 대로 칼날을 휘둘렀다
보검의 칼끝이 마법장갑병의 목을 잡아먹었다
장갑이 재미있을 정도로 찌부러져 있었다

마법장갑병의 비명이 전장을 덮치자
적군이 지금 다시 약간의 동요와 함께 걸음을 멈췄다
나는 멈춰있던 숨을 토하고 나서, 우리 병사들에게 외쳤다



"모두 달려라! 걸음을 멈추는 자는 죽는 줄 알아라!"



다음의 작전은 짓궂게도 대문까지 철수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정예라고 해야 할지 볼버트군은 회복이 빨랐다
한 번 무너진 정도로는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이상은 역시 위험하다
자군도 속속 죽게 될 것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전선을 무너뜨려 준다면
공성전으로 옮길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유격부대로 움직여 주고 있는
강철공주 베스타리누의 엄호가 될 수도 있겠지

첫 전투로는 너무 충분한 전과
틀림없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검이 마력에 반응하듯이 자주색 빛을 팅겼다


눈 주위에 약간의 둔한 빛이 스쳤다
시야에 고속의 마탄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
그것은 나의 사각지대를 기듯이 해 다가왔다

하나하나의 크기는 손가락 끝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철처럼 둔탁한 빛을 발하면서 그것은 허공을 달리고 있었다
곧은 궤도의 것도 있었고, 구불구불한 궤도의 것도 있었고
이 모든 것들이 공통되는 점이라면...

그 표적으로 나를 노리고 있다는 점 뿐이겠지

손놀림이 좋은 마법사로군




가슴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나는 그 광경에 일종의 안도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잘해주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하튼, 내가 할 일이, 그렇게 쉽게 잘되어 버리면 기분이 나빴다
어딘가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함정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차라리 악의적인 행동을 
당당히 해주는 게, 나는 좋았다

보검을 쥐고 정면의 마탄을 베어냈다
몇몇이 뺨이나 배를 스쳐갔지만
어쩐 일인지 피는 흘리지 않았다
다만 온몸의 근육이 지독하게 뜨거웠다
마치 온몸을 흐르는 피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전쟁터의 광기가 넘쳐날 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하지마! 소수의 돌격이다! 어짜피 보잘 것 없는 군대들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늘고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윤곽을 가진 남자였다
주위의 병, 그리고 마법장갑병과도 다른 병대장
게다가 말 위에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바로 지휘관의 그것
장식을 보면 장식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가진 인간일 것이다

남자를 시야에 담은 순간 즉시 각오를 다지며 발을 구르게 했다
자신이 죽어버릴 수 있는 각오와
자신의 군사들이 죽어버릴 것을 각오해야 할 최소한의 각오 말이다

죽인다... 여기서 적 지휘관을 죽일 수 있다면, 만금의 가치가 있을거야

내가 죽는다고 해도
아직 갈루아말리아에게는 카리아가 있다
지휘관 한 명을 일찍 잃고, 사기가 꺾인 대군은
카리아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야

이것이 최선이야
이것으로 죽은 사람이 적게 될거야
그렇게 확신하면서...



돌격하는 그 순간에 부대원 5명이 죽었다
마법장갑병의 위협 앞에 선 채 꼼짝도 못하는 고깃덩어리가 되 버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숨을 멈추고 눈동자를 부릅뜨며
검을 적병을 향해, 내리친 뒤 베어버렸다

호위로 보이는 마법장갑병의 머리 뚜껑을 손잡이 바닥으로 내리치자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무언가가 허공을 날랐다
또 얼굴이 더러워져, 이제 무엇이 걸려 있는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병사의 혼란이 적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의 목소리가 바로 거기에 들렸다

대규모 유혈 사태의 끝에
말 위에 눌러앉은 남자가 보였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어주겠어?
다음엔 날 죽여주면 돼



옆구리를 치켜올려
보검을 일직선으로 쳐들고는 내리찍었다
적의 말이 절규나 다름없는 울음을 터뜨렸다

대량의 선혈이 주위의 병사들 그리고 땅과 허공을 적셔갔다
훌륭한 전쟁터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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