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1화 - 아름다운 것 추한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1화 - 아름다운 것 추한 것 -

개성공단 2021. 4. 17. 02:31

 

 

 

 

마의 반짝임이 자유자재로 전쟁터를 휘저었다

그것은 변덕스러운 비와 같으며, 엄숙한 심판과도 같았다

 

이러한 업을 이룰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아는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보검을 받쳐들고 자세를 갖추는 순간

시야에 그 보석의 반짝임이 엿보였다

 

어디까지나 무작위로

보석 아가토스는 전장에 계속 반짝임을 내렸다

아니, 그녀에게 있어선

이것은 전쟁터 따위가 아니라, 단순한 놀이터인지도 모른다

 

혁혁한 마인이 나에게 등을 보이듯 내려섰다

그 와중에도 수많은 보석들이 허공을 누비며

전장의 시야를 독점하고 있었고

누구나 그 위협에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만 명의 인간과 싸우는 전쟁터

지금 단지 일체의 마인 앞에 정지되어 있었다

참으로 기묘한 풍경이다

 

 

 

뒤에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일찍이 보았던 붉은색의 머리카락이 드리워져 있었다

순간 전성기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기에

이제 그녀도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의 두 팔엔 피에르트가 안겨 있었으니... 응?

 

 

 

 

 

"어머나, 인간 영웅이 왜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안돼, 이건 아름답지 않아, 더 유연하고 우아하고 눈부셔야 해

애초에 이 자리부터 아름답지 않는 군

전쟁터는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법

누군가가 만들어낸 전쟁터 따위는 질색이라구"

 

 

 

 

보석 아가토스는 잠깐 내 모습을 시야에 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무엇을 가리켜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거만한 말투와 잘 돌아가는 혀는 건재한 것 같았다

 

레우의 얼굴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니, 으윽...

 

 

 

 

 

"우아함은 왕후나 귀족에게나 부탁하면 되지

난 내 나름의 방식이 있어, 보석 아가토스"

 

 

 

 

 

자세를 깊게 하고 보검의 칼끝을 올렸다

아가토스에게서는 적의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고

주변에 위해를 가하는 기색도 없었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가

보검이 반응하여 자주색 빛을 울렸다

 

지금 아가토스의 무언가에 직감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너는 마인인가? 마인... 또 마인인가"

 

 

 

 

분노 넘치는 아가토스에게

적 중 유일하게 반응한 게 남성 지휘관이였다

오른팔에 몰아넣은 필살의 마가 아가토스 앞에서는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서서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대장으로서 충분한 담력을 가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시선이 아가토스, 그리고 피에르트의 모습을 잘 포착하고 있었다

 

아가토스는 뒷모습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머리카락을 감정대로 떨며 말했다

 

 

 

 

 

"인간들아, 오늘은 모두 물러가도록

이건 충고가 아니라 명령이야

이런 아름답지 않은 싸움엔 분명

톱니바퀴 라브르가 있는 거겠지

그런 놈한테 끌려다니다니, 이 하등한 녀석들..."

 

 

 

라브르, 라는 단어에 적 지휘관이 미간을 치켜올리며 반응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마인이 깊게 상대방에게도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

귀찮은 일이군... 마인이라는 존재만 세계로부터 빼앗아 준다면

좀 더 쉽게 세상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가토스가 노래하듯 입을 열었다

 

 

 

 

 

"그럼 너희들은 그 마인에게 전해주겠어?

이 보석 아가토스가 직접 죽이러 가겠다고"

 

 

 

 

 

 ◇◆◇◆

 

 

 

 

 

"...어떻게 된 거야, 보석 아가토스

전쟁에 개입하라는 신의 계시라도 있었어?"

 

 

 

 

나는 갈루아말리아 집무실 내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위는 기묘한 분주함과 긴장감

그러면서도 약간의 안도로 가득 차 있었다.

보석 아가토스의 섬광에 휩쓸린 전장이 한 차례 진정되고

양군이 재공방을 앞두고 군비를 정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런 게 아냐, 말했잖아?

나는 추악한 것을 싫어해

너희들이 서로 자신의 의사로 싸우다 죽으면 상관없지만

무정하게 만들어진 전쟁터에서 서로 죽이다니, 그런 추한 건 싫어

톱니바퀴... 이 자식 내 예상되로 최악의 짓을 저질렀군"

 

 

 

 

아가토스는 그러면서 불쑥 피에르트에게 몸을 맡겼다

아직 모든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말이다

역시 마인이란 족속들은 모두 오만방자한가 보다

 

 

 

 

 

"루기스, 너는 몰랐겠지만

볼버트에서 하인드 뷰세라는 사람의 마탄은 굉장히 유명해"

 

 

 

 

너도 무사했을지 모른다고

검은 눈을 부라리며 피에르트는 말했다

그녀가 감정을 드러냈을 때의 버릇 같은 것이었다

 

나는 담배를 입술에 누르면서 대답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피아라트의 말은 틀린 게 없다

그때 그대로 적의 목을 베기 위해

앞으로 직접 나가, 마탄을 그대로 맞았다면

나도 그냥 거기서 죽어버렸을 것이다

 

아... 이거 잘못하면 또 카리아에게... 

 

 

 

아가토스로 인해 양군의 혼란이 일어난 후

볼버트군 지휘관은 본군의 전령에 따르도록 병사를 물러났다

일체의 주저와 아쉬움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무슨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본군에 이변 같은 게 있었던 탓일까

 

이왕이면 후자를 바라고 싶지만

내 소망은 대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군과 군의 첫 전투는 어이없는 일을 동반해

쌍방이 창을 당기는 형태가 되었다

볼버트군이 피해는 더 크겠지만 그래도 결과는 예사롭지 않았다

 

정면은 카리아의 일대일이나

아가토스가 개입한 것도 있어 이쪽이 우세했다

저 일면만 보면 우리의 승리일 것이다

 

하지만 보고를 보면

타방면으로부터의 적 공세에는 거의 대응이 되어 있지 않았다

성벽을 넘는 것만은 없었지만 많은 군사가 희생되었다

 

 

 

앞으로 몇 차례 같은 공세가 계속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볼버트 군도 그것을 이해했을 테지

 

피해상황을 보고 깨달았을 것이다

성벽 도시 갈루아말리아는 분명 철벽

소수의 병사도 정예 볼버트군을 상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이 병력 차이

얼마간 카리아와 같은 전력으로 국소적인 승리를 얻어내겟지만

최종적으로는 압살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한마음으로 지휘관 하나는 죽이고 싶었다

우리 같은 소수 세력이 승리를 거두려면

서니오 전투의 재현이 필요했다

 

 

 

따라서 전장 전체를 동원한 총병력의 전역이 아닌

지휘관을 겨냥한 국소전으로 신속히 적군 요소를 파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가

부분적인 승리는 얻었다지만 전체를 보면 패배에 가깝다

이게 계속되면 패배하는 것은 분명 우리 쪽일 것이다

 

정말 미치겠군

우리는 첫 전투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어야만 했어

 

손가락이 탁, 탁 무릎을 쳤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가슴속에 그 감정을 안은 채

담배를 한 개비 통째로 다 써버렸을 무렵

집무실로 카리아가 들어왔다

오늘은 노크조차 없군

 

카리아는 살짝 이마에 땀 자국을 남기며 말했다

 

 

 

 

 

"기다리게 했나

이 바쁜 시간에 무슨 일이야?

내 피라도 그리워진거야?"

 

 

 

 

은빛 눈을 반짝이며 카리아가 똑바로 나를 보고 말했다

그 눈은 일순간 피에르트 쪽을 바라보았지만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피에르트는 검은색 눈을 크게 뜨며, 내게 말했다

 

 

 

 

"저기, 루기스

전쟁 중에 피라도 난 거야?"

 

 

"으...응, 그....그래, 그랬지?"

 

 

 

 

나는 볼을 실룩거렸다

이야 카리아는 정말 훌륭한 여자애야

전쟁의 초조함이라는 것을 이렇게 잊게 해주다니

 

나는 현실을 외면하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