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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2화 - 마법사의 영예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2화 - 마법사의 영예 -

개성공단 2021. 4. 17. 03:00



사나운 고양이와 개의 물림에
내 정신이 한바탕 휘둘린 뒤에야
겨우 대장 다운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카리아도 피에르트도
아직 그 눈에서 날카로운 빛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지만 말이다




"바보도 아니고...
바로 정면에서 돌격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 병력을 지휘하는 입장이, 수비도 모두 버리고 말이야..."




카리아는 언짢은 듯이 내게 말했다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마라
혹시나 방심했다간 군사는 모두 몰살일 것이다"




당연하다는 투였다
나는 마음이 바짝 무거워졌다



사실 그럴게 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부드럽게 해 주었으면 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아파왔다

지금까지 자신은 그저 영웅이라는 입장으로
쉽게 말하면 객원 같은 거라는 입장이였다
문장교의 실질적 주인은 성녀 마티아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문장교병, 용병 포함 4천명 미만
갈루아말리아 시민이나 주변 촌락을 포함하면
수십만이라는 인간의 생명이 나의 판단으로 살고, 죽을 것이다

내겐 너무나 버거운 위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돌격은 즉사, 그렇다고 농성도 곧 무너지고 말겠지
그래서 서니오 때처럼, 일부 병사만으로 돌격을 시도한다고?"




피에르트는 카리아와 달리 약간 목소리를 낮추어 입을 열었다
그 검은 눈을 무심코 쳐다보자 초조한 듯 피에르트는 볼을 움직였다.

그녀의 강한 눈초리가 오늘만큼은 연약해 보였다





"... 상대가 볼버트 병사라고 내가 대충 할 거 같아?
말 도 안돼, 마법사끼리는 서로 원수지간이야
같은 국가라고 해서, 대충대충할 이유는 되지 않는 법이야"





아버지 상대라고 해도 말이지...
피에르트는 마지막에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다소의 허세가 있겠지만
나는 물론 피에르트가 대충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카리아보다 피에르트는 솔직한 성질
다른 사람보다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였다

그렇다고 약한 여자도 아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였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라는 여자는
그러한 존재였다

하지만, 나의 염려는 다른 곳에 있었다





"걱정하지 않아, 넌 최고의 마법사야
그리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라브르라고 하는 마인 때문인데...
어때 아가토스, 뭐 알고 있는거 있어?"





보석 아가토스는 여전히 피에르트에 기대며 거의 뒹굴고 있었다
정말 이것이 전장의 병사들을 물러가게 한 마인인가를 묻고 싶어졌다

아가토스는 졸음이라도 있는지 하품을 한 채 어깨를 비틀었다




"전에도 말했잖아, 알지만 대답할 의리는 없다고
지혜를 얻고 싶다면 대신 대가를 치러
그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관습... 그래, 심장 하나라도 내밀어 볼래?
그러면 마인에 대한 일 따위는 얼마든지 가르쳐 줄게"


"심장 하나 내밀면 그냥 끝이잖아
네 안의 인간은 심장 몇 개를 가진건지 알아?"





아까부터 아가토스는 이런 모습이었다
통 상대가 안되는 걸

확실히 마인 드래그맨 때에 그녀가 정보를 제공해 준 것은
그럭저럭 공생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렇게 상대해 주지 않을 줄이야

참, 마성다운 자세다
알기 쉬워지는 거 같아서, 더 싫어졌다
그렇게 말한다면, 네가 피에르트에게 의지하는 대금을 지불했으면 하는데

아가토스는 순간 피에르트 쪽을 불쑥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서 유례없는 오만과 자존심을 담은 목소리를 울렸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번만은 그놈은 내가 마무리를 지을테니까
인간은 그대로 가만히 있도록
이런 추악하고 볼품없는 전쟁터... 당장 쓸어버릴 테니깐"


"기대할게, 신에게 기도하는 정도로 말이야"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첫째, 상대의 마인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고
마인끼리의 항쟁 등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만약 볼버트 군이 마인에게 그 등을 떠밀리고 있다고 해도
아가토스가 승리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낙관적이였다

그렇다면 역시 인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할 것이다
나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
피에르트가 말하는 것처럼
정예에 의한 돌격을 하기엔 상대 군이 너무 두껍다
유격군의 베스타리누라고 해서 정면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협공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어디까지나 농성 또는 게릴라 정도...

젠장할, 골치 아파 죽겠군
생각하면 할수록 반쪽 구석으로 내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예전의 여로에서도 이런 일은 몇 번인가 있었다
내 머리 등에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막다른 골목
희망이란 조각만큼도 없는 그런 장면...

문득 눈꺼풀 뒤에 그 황금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그 영웅이라면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볼이 느슨해지는 걸 느꼈다





"결정했어, 이건 전쟁이야, 조금만 무리를 해보는거야
영웅인 체하려면, 영웅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법이야"

순간 은과 흑의 눈이 크게 일그러졌다
일체의 신뢰라는 것이 그 눈빛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






볼버트군 본진에서
에일린 레이 라키아도르는 경멸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을 깔보는 일에 꽤 익숙한 모습이었다




"적군의 장수를 보고 그대로 물러나다니...
볼버트 군의 불명예 아닐까요?
마법사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군요"




적장 루기스를 눈앞에 두고 교전 끝에 마인의 개입을 받아 철수
그 보고를 듣고, 에일린은 긴 속눈썹을 위로 향하게 하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반면 하인드 뷰세는 예사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짢은 듯한 눈매는 감추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대장에게 보고를 계속했다




"보고는 이상입니다
라키아도르 부장의 말대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런 함축도 없이 하인드는 고개를 숙여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로 말을 던졌다
그의 깨끗한 성질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였다

서민 특유의 결벽이라고나 할까
귀족이 지닌 권력이나 자신의 성공에 대한
악마 같은 집착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보다는 개인의 긍지를 중요시하는 성격이었다

여전히 에일린은 못마땅한 듯
마스티기오스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 말을 들었다





"아니다, 네가 머리를 숙일 일이 아니야
따지고 보면 마법을 부려 병사들을 동요시킨 내 잘못이야
그러고보니... 적군도 만만찮은 존재군"





굳은 말투였지만 마스티기오스의 목소리는 결코 격하지 않았다

어쨌든 마스티기오스 자신이 원하던 싸움이 아니였기 때문
가슴속에는 죄악의 말뚝이 박혀
이러고 있어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인 라브르의 말에 거역할 수는 없다
그렇게 우리들은 오늘 여기까지 진군을 계속해 왔다
너무 순조롭게 그리고 너무 경쾌하게 말이다

하지만, 마침내 이 갈루아말리아에서는 그 진군도 발길을 멈추게 되었다
그 검붉은 빛을 가진 루기스란 자와
새로운 마인이라고 하는 자 때문에 말이다

그것은 라브르의 예상이 빛나간 점도 있었기에
약간 통쾌한 면이 잇었다




새로운 마인들이 라브르에 대해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좋다
그렇다면 이쪽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스티기오스는 가슴속에만 그 말을 내뱉으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약간의 침묵을 유지한 마스티기오스에게
에일린은 턱을 당기고 영리한 눈을 빛낸다




"각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상, 저도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게다가 어떤 변수가 있든 우리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몰아붙인 끝에, 확신을 얻었으니까요"





에일린은 자신감을 말로 가득 채우며 말했다
아니, 그녀는 늘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각하, 내일은 제게 공성의 영예를 주소서
저의 마법이야말로 철벽도시라 불리는 갈루아마리아를
분명히 함락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레이 라키아도르의 이름에 맹세코라며
당당한 몸짓으로 에일린은 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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