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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4화 - 인간들의 싸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4화 - 인간들의 싸움 -

개성공단 2021. 4. 17. 05:01

 

 

 

 

 

 

볼버트 군이 부리는 마법수병

아마도 그것은 사자나 호랑이에

목걸이를 걸어 마법으로 조종하는 것일 것이다

 

마법에 의해 변형을 보였던 그 모습에서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것들의 송곳니는 사냥감을 부술것이고

손톱은 병사의 장갑을 도려낼 것이다

 

소년병 헤이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러나라, 물러나! 어서 벽 안으로!"

 

 

 

 

갈루아말리아 후문

병사들의 목소리가 신음 소리를 내며 울려 퍼졌다

 

첫날의 공세에는 충분히 견디고 있던 간이 벽이나 돌출된 울타리의 종류

그것들이 지금 마법수병에 의해 종잇장처럼 깨지고 있었다

 

헤이스에게는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어제 그토록 믿었던 진이 순식간에 삼켜지다니, 아니 그뿐이 아니야

미처 피하지 못한 전선의 병사들은

그 등에 물려 순식간에 누더기처럼 되었다

 

그것을 헤이스는 성문 위에서 보고 있었다

전선 병사가 아닌 성벽 수비병이 된 데 불복했던 헤이스였지만

지금 이 때만큼은 행운에 감사하고 있었다

 

 

 

 

"이건 안 되겠어, 우리에겐 너무 버거운 존재야"

 

 

 

고참병 지즈의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를 들으며 헤이스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불안감을 잠재울 방도를 찾듯 입을 열었다

 

 

 

 

"무슨 의미입니까 지즈씨, 아직 시작일 뿐이잖아요"

 

 

 

 

지즈가 장기인 장궁을 겨누며 화살 하나를 장외로 쏘아 떨어뜨렸다

원래 장궁은 대충 겨냥하여

여러 사람이 일제히 화살을 쏘는 데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지즈가 쏜 화살은 신기하게도 잘 맞았다

지즈가 제법 많이 쏴보았기 때문일까

 

지금도 또한 눈 아래 마법수병의 입안으로 그 화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분명히 살을 꿰뚫은 감촉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흥분한 짐승의 포효는 멈추지 않았다

 

지즈는 얼굴에 새겨진 주름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병, 잘 알아두도록

전쟁이란 건 영웅의 영역이야

처음 한 번, 두 번의 결판으로 승부는 결정되는 거야

그 다음은 깨끗하게 지느냐, 질질 끌다가 지느냐일 뿐이지"

 

 

 

 

헤이스는 그 다음 말을 재촉했다

전쟁터에서의 긴장감과 절박함이

고참병들에 대한 기묘함을 낳고 있었다

 

수비대장의 목소리에 이어지듯 지즈와 헤이스는 활을 쏘았다

현을 당기는 손가락이 심하게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수비병들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면으로 하면 패전일거야"

 

 

"...그렇다면 갈라이스트 때나, 일리저드 때도 그냥 도망치지 그랬어요!?"

 

 

 

 

화살을 멀리 쏘며 뱉듯이 헤이스가 말했다

머릿속에 응어리져 있던 불안감이

지즈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분노로 표출되었다

 

답답한 짜증 같은 것이 헤이스의 피부를 뒤덮었다

피가 몹시 차가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몸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심장만은 고함이라도 지르듯 두근거리고 있었다

 

수비병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눈 아래 보이는 마법수병의 돌격에 병사들의 맹공

그리고 이쪽을 쉽게 뒤덮을 수 있을 만큼의 병수

 

아아, 반드시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설령 군이 승리한다고 해도 반드시 이곳이 우리의 관이 될 거야

그런 체념에도 가까운 생각을 모두가 품고 있었다

 

비로소 군사를 수용한 후문이 닫히고

대성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적병의 기세가 약화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그들은 공성을 위한 철퇴를 치켜들 것이다

 

그걸 우리는 견뎌낼 수 있을까?

답은 뻔하겠지

 

그런 군사들의 가슴속으로 살며시 다가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루아마리아 수비병들이여, 유예를 주겠어요

당장 무기를 버리고, 문을 연다면 목숨만은 빼앗지 않겠습니다"

 

 

 

마법에 의해 증폭된 여자의 목소리가 갈루아말리아의 뒷문을 뒤덮엇다

 

드물게 적 지휘관은 여자인 듯했다

전선에까지 진출해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대담한 자 일것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대드는 건 용서하지 않겠어요

귀를 썰고, 코를 찢고, 손가락을 으깨버릴 테니 말이에요

당신들의 창자는 귀여운 마법수병들의 점심이 되겠지요?"

 

 

 

 

헤인즈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수비병 거의 모든 사람이 그 광경을 쉽게 상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늦게 도망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였다

산 채로 짐승의 먹이가 되는 모습과 목소리가

병사들의 눈과 귀에 아로새겨졌다

 

헤이스와 많은 병사들의 가슴에 한결같이 동요가 있었다

 

영웅과 그 여자들도 먼 곳에 있을 뿐

후진에는 오직 수비병들만 있다

그 누구도 그들을 고무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병사들은 다행스럽게도, 불행하게도 그냥 인간들이었다

공포에 굴복해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그런 인간

목숨을 걸고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

 

 

 

헤이스는 짜증을 내듯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가 딱딱 울리는 것이 들렸다

공포가 심장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기에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느닷없이 지즈가 헤이스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겁쟁이 소년병, 무섭나?

하지만 난 도망가지 않을테야, 내 뒤엔 딸이 있으니까"

 

 

 

 

 

딸... 그 당돌한 말에 지즈는 분노도 불안도 한순간 잊었다

지즈는 무슨 소리냐는 고참병들을 돌아보며 크게 웃었다

 

 

 

 

"뭐야 의외야?

이래뵈도 젊었을 땐 인기가 있었다구..."

 

 

 

갈루아말리아의 빈민굴에서 살아오면서

용병으로 나가 벌어도 먹고살기가 벅차 옷조차 사주지 못했다

어린 시절 팔에 안아주는 일조차 없이 어느새 다 컸어

나는 변변한 아버지가 아니였나봐

 

 

 

 

지즈가 담담하게 말하는 그 삶의 편린을

헤이스는 적 지휘관의 목소리와 동시에 들었다

고참병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납득이 가는 부분은 있었다

 

설령 꼴사납게 보인다 해도, 살고 말테야

뭐, 난 이런 나이까지 병을 달고 있지만 말야

 

 

 

헤이스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살고 싶어하는 지즈가 왜 이런 열세의 싸움에 참가했을까

왜 지금까지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싸움을 계속했을까

 

만약 여기서 수비병이 무구를 버리고 항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약정대로 군사는 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의 시민은 어떻게 되는 걸까

 

볼버트군은 강행군

4만에 가깝다는 인간과 짐승들이

얼마나 식량을 필요로 할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식량을 그들이 쉽게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을

헤이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충당하기 위해

그들은 반드시 시내에서 약탈을 할 것이다

약탈은 군에게 잇어 최고의 상이니까

 

헤이스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화살을 겨누었다

 

 

 

그것은 결코, 지즈에 대한 동정도 감상도 아니였다

헤이스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것

그래서 거기에 합리성은 한 조각도 없었다

 

생각하는 건 하나

짜증스러운 분노이었다.

 

 

젠장할, 난 왤케 겁에 질려있는 거야, 이상하지 않은가

 

어째서 남의 뜰에 성큼성큼 들어와

목숨만 살려주겠다고 지껄이는 추잡한 강도들에게

우리가 겁을 집어먹어야 하는가

어째서 놈들이 시키는 대로 무기를 버리고

스스로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는가?

 

영웅이라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는 모습은 헤이스에게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나면 그의 등을 다치게 할거야

 

헤이스는 현을 한계까지 끌고 화살을 당겼다

오직 분노만이 소년을 움직이고 있었다

 

헤이스의 모습을 보고 지즈 역시 활을 겨누었다

자연히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누구나 자기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마법수병의 포효에 보답하듯 장궁의 화살이 일제히 쏘아졌다

후문에서도 마와 인간간의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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