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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6화 - 미소의 의미와 가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6화 - 미소의 의미와 가치 -

개성공단 2021. 4. 17. 05:44





마인끼리의 전투는 마치 신화 같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많은 단련과 고난을 이겨내고도
모자랄지 모르는 위협이 소용돌이를 이루며 힘을 겨루고 있었다

그 꼴은 연극 따위는 비교가 안되는 것
인생은 연극보다 더 충격적인 법이니 말이다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상공의 그것만을 계속 보았다
묘한 잔향음이 귓전을 때렸다
규격 밖의 투쟁이, 아직도 허공을 매우고 있었다

병사들은 역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지휘관으로부터 명령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모두 무기를 들고 너나없이 천공을 응시했다




"왜 그래, 진격하자
저 얘가 저만큼 이목을 끌고 있는 걸"




검은 눈동자를 깜박이고
로브에 머리와 얼굴 대부분을 가리면서 피에르트는 말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나 만큼 천공의 격투에 의식을 빼앗기지 않은 것 같았다

어쨌든 그 규격 밖의 상징인 마인을, 그 애라고 칭한 것이였다
카리아보다 섬세한 면이 돋보인다고 생각한 피에르트였지만
내가 모르는 것 이상으로 대담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옛날에도, 한 번 결정한 것에는 흔들리지 않는 인간이기는 했지만...

피에르트를 따라하듯 로브를 눌러쓰고 표정을 숨기며
전장보다 조금 떨어진 가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에 흘린 한숨소리가 피에르트에게 들린 모양이였다
나는 재빨리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시야엔 검은 머리카락이 로브 사이로 출렁거렸다




"아직도 뭔가 불복할게 있는거야, 공범님? 내 의견은 싫어?"




그것은 지독하고 정성스럽게 꾸며진 목소리처럼 들렸다
감정은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결코 평온해 보이진 않았다

나도 모르게 눈썹이 흔들렸다
카리아든 엘디스든 그녀들이 기묘하게 상냥하게 여기거나
미소를 지을 때는 대개 좋지 않은 감정이
그 이면에 싹트고 있다는 증거였다
드디어 나라는 인간도 그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원인이 뚜렷했다

갈루아말리아의 집무실에서
내가 카리아와 피에르트에게 말한 전술이라고 하면 간단한 것
단지 적으로 하여금 나를 노리게 한다는 것뿐이였다



즉 나는 소수의 군사를 거느리고 야외에 침투하여
기습으로 적의 후진을 찌른다
그리고 동시에 단숨에 본진을 급습하는 것
결코 자살 돌격을 하자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양동에 가까울 것이다
볼버트군의 입장에서 보면 적군의 대장이
소수의 군사를 이끌고 본진을 향해 기습을 이뤄오는 이상사태

적의 지휘관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무엇인가 있을 것이 틀림없다
병사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래서 지휘관과 병사가 서로 맞지 않고
걸음을 멈춰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요격을 한다해도 상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적 지휘관이 나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증거기에...



요컨대, 그 뇌룡이 갈루아마리아를 뚫는 일은 이제 없어지고
그렇다면 카리아가 자유롭게 검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적이 내가 이끄는 기습부대에 공세를 가하면
갈루아말리아 본대가 그 등을 찌르고
옆구리를 베스타리누의 유격부대가 급습한다
반대로 그들이 본대와 상대할 것 같으면
그냥 내가 본진을 물어뜯으면 될 것이다

기습부대는 분명 위태로운 위치지만
그렇다고 전멸을 의도한 것은 아니였다
어짜피 잘 될려면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그녀들에게 말했건만..




"루기스, 설마 내가 두 팔 벌리고, 멋진 생각이라고 할 줄 알았나?"

"맞아, 농담이지? 설마 진짜 할 생각은 아니겠지?"




훌륭한 미소였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카리아도 피에르트도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단 말이다
아아, 그렇군... 역시 미소라는 것은
결코 우호의 의미를 담는 것은 아니란 거였어
때로는 흉악함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그리고 카리아는 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것으로는 상대가 안 될거야
의외로 네 아버지는 우수한 사람이란 말이야"




내가 말한 계책의 결정적으로 치명적인 점을 찌른
카리아는 어깨를 움츠러 뜨리며 말했다

즉, 총지휘관이 어디까지나 우수하고 냉정해서
부대를 혼란시키는 일 없이 나의 기습이나 본대의 공격을 견뎌냈다면
그걸로 모든 게 끝난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였다

어쨌든 지력은 어디까지나 저 쪽이 위
그것도 기습을 감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충분한 열세
그 상태로 완전히 기습을 피했다면, 나머지는 짓눌릴 뿐
이래저래 순식간에 끝나버릴 것이다
또한 카리아의 눈에는 그 광경이 역력히 비쳤을 것이였다



그로부터 여러 말을 주고받았지만 카리아는 막무가내였다
원래대로라면 멋대로 군사를 이끌고 뛰어나가 버렸어도 좋았을 텐데

그때의 카리아는 어느 때보다도 위험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내가 움직이면 그대로 목을 물어뜯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건 절대로 비유로 하는 말이 아니였다

그러던 차에 말을 꺼낸 사람은 누구도 아닌 피에르트 본인이었다



"알았어, 그렇게 기습을 하고 싶다면
내가 아버지께 글을 보내드릴게
목숨을 아끼지 않는 기습 돌격보단 낫겠지?"




일순간 멍해진 나에게 피에르트는 말을 이었다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는 마법사답게 지극히 합리적인 인간이지만
마성을 기꺼이 받들 만큼 그런 저능한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마인과의 공동 투쟁도 결코 본의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딸의 이름으로 회담을 희망하는 문서를 낸다면
얼마간의 반응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다른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걸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피에르트는 말했다.

그때 피아라트의 모습은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없는 것도 아닌, 오히려 모종의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반면, 지독하게 겁이 많은 것을 참는 듯한, 그런 모습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스티기오스라는 인간이 어떤 성격이며
어떤 판단기준을 가진 인간인지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피에르트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카리아 버드닉과 바벨리지 버드닉처럼
궁합이 잘 맞는 부녀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선천적으로 아버지나 어머니도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을 감정의 기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리를 내고 호락호락 들어갈 만한 곳은 잘 알고 있었다

인간 누구나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영역은 존재하는 법
나에게도, 그녀들에게도 말이다...

그리고 군사가 내민 피에르트의 이름을 적은 글에 과연 반응이 있었다

각 도시의 항복권고조차 끊어온
그 남자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호구지책의 함정이든 뭐든
상대 지휘관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군침 도는 기회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로브를 쓰고
얼굴을 가리면서까지 회담장까지 가고 있는데
피에르트는 아무래도 내 표정과 한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것 같았다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로브에서 보이는 검은 눈이 나를 서서히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하고 피에르트는 말했다




"부..불복할리가 없잖아? 이렇게까지 해주니 더더욱 감사하고 있다고"





그러나 생각하는 바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어쨌든 나 같은 것을 믿고 따라와 준 병사들의 무리가
지금도 전쟁터에서 적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만 회담장에 나간다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을 것이다

내 등에 목숨을 맡겨준 패거리가 있다면
이왕이면 함께 죽는 것이 의리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균형이 잡히지 않는 법

그런 반응에, 내 옆의 피에르트는 잠시 로브를 올리며 말했다





"너무 착각하지는 마
그거 당신다워서 싫어할 수는 있지만
병들이나 카리아와 내가 네게 목숨을 맡기는 것은
네가 죽기를 바라서 그러는게 아니야"





검은 눈이 천천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단번에 알아챘다
부드러운 말투에 반해 거기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영락없는 분노
얇은 천 한 장만큼도 숨길 수 없는 순전한 분노가 거기에 있었다

이전의 때도 포함해
피에르트에게 이 정도의 분노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죽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네게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에
그렇기에 모두가 네게 목숨을 맡기고 있는 거야
너는 나의 황금이자, 모두의 영웅
모두는 너만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전쟁터를 벗어나 가도조차 벗어난 변두리 안
피에르트 내 손을 잡아 올려, 갑옷에 자신의 뺨을 대면서 말했다
목소리가 기묘하게 귓속을 찔렀다




"알겠어 루기스?
난 네가 죽으라고 하면, 웃으며 죽을 수도 있어
그러면 너는 평생 나를 잊지 않겠지
분명 머릿속에 영원히 간직 할 거야"




너무나도 놀랄 만한 일을, 피에르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놀라고 있던 것은 그 말에 있는 것이 아니였다

그런 피에르트의 얼굴이 홀딱 반할 정도로
예쁘게 웃고 있었다는 사실이였다
그것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의 요염함마저 띠고 있었다



이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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