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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7화 - 시작되는 회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7화 - 시작되는 회담 -

개성공단 2021. 4. 17. 06:02

 

가도를 벗어난 마을길

과거 가도가 정비될 때 폐기됐던 그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버려진 여인숙도 버팀목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때문에, 여기가 이용되는 것은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볼버트군과 문장교군

양대 사령관의 회담

참석하는 것은 마도 장군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와

문장교 영웅 루기스

 

마스티기오스는 준비된 의자에 걸터앉으며

부장인 하인드에게 말을 걸었다

 

 

 

 

"전쟁터에서 봤다는 것은 역시 틀림이 없는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본 딸과 비슷한 인물이라면 확실합니다"

 

 

 

하인드는 주인의 물음에 언짢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기운이 빠졌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번만 세 번째였기에

 

마스티기오스가 한 가지 사실을 두 번 이상 확인하는 것은 드문 일이며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였다

 

 

 

봤다는 건 다름이 아닌

검은머리 검은 눈

마스티기오스의 딸 중 한 명인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

 

그녀는 문장교 복음전쟁 중 행방불명되어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

간혹 풍문으로 비슷한 인물을 듣기도 했지만

모두 불확정한 정보일 뿐이며, 그렇다고 마스티기오스는

직접 그 풍문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명문가 마법사란 특별한 자들

설령 자식이 고난을 당했다고 해서 부러져 버린다면

그것까지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유통되고

때문에 많은 소문을 만들어낼 것이다

 

여러 송이의 꽃을 기르고

벌레에도 약에도 지지 않는 씨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솎아내 버리는 것이

마법사들이 가진 생각이였다

 

 

 

그러니 그 중에서 마법사의, 나아가 국가 그 자체의 모범인

마스티기오스가 자기 딸에 대해서 그 소식을 분주히 찾아다닐 리 없었다

 

하지만 하인드는 실제로 대장이 딸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원정에서 한 번도 승낙하지 않았던 회담을 받아들인 것도

딸의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가 한 요인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또 회담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마스티기오스를 계속 감시해온 마인 라브르의 부재였다

 

늘 그 뜻대로 마도 장군을 움직여 오던 라브르가

이때만은 같은 마인과 충돌을 계속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러기에 회담이 가능해졌다고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 한시만이라면 병사들의 모든 것을 정지시키고

시간을 갈라놓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일린은 말도 안된다며 무슨 일이냐고 분개할지 모르지만

하인드로서도 이것은 흥미로운 회담이었다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의 안부도 그렇고

전쟁터에서 엿볼 수 있었던 그 영웅 루기스란 자가

자신의 대장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설마 항복은 아니겠지만

일시적 정전이나 화해라는 선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일지도...

어쨌든, 그 대부분은 거절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인물상을 측정할 수는 있겠지

 

영웅된 인물이 어떤 성품인지를 알고 싶다

그것은 볼버트 군 부장으로라기보다는 하인드의 개인적인 흥미였다

장교는 대부분 영웅을 동경한다

적이든 아니든 관심은 끌리는 법이였다

 

이들이 도착한 것은 하인드가 그들의 호위병을 보고

주위에 두 번 정도 척후를 던졌을 때였다.

 

 

 

아마도 따로 호위병이 있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보이는 것은 단지 2명

로브를 푹 눌러쓴 남녀였다

 

 

 

 

"대장님, 온 것 같습니다"

 

 

 

 

음, 하고 마스티기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마음이 없다는 것을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무심코 하인드는 동요를 일으켰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의연한 표정과 태도를 유지한 채 로브 차림의 2인조에게 말했다

 

 

 

 

"멈추시오, 당신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싶군"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말

완곡한 표현이나 말투는

전쟁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례였다

 

두 얼굴이 거의 동시에 드러났다

하나는 하인드가 전쟁터에서 만난 얼굴

몇개의 상처가 남아있는 얼굴이였다

그는 당당한 모습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루기스, 그것 뿐이야, 그거 말곤 이름이 없어"

 

 

 

그는 가명도, 칭호도 말하지 않았다

서민, 모험가 출신이라고 들었지만

가명조차 갖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한 자가 지금 여기에 서 있다니 놀라울 지경이였다

 

하지만 지금 모두가 이목을 끌고 있던 쪽은

루기스보다 그 옆에 바싹 붙어 있는 검은 여자였다

 

미려한 검은 눈에, 윤기나는 검은 머리

마스티기오스와 같은 색깔의 것을 가진 그녀는 말했다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 입니다

이번 회담장을 마련해 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하인드는 자신의 눈을 한번 의심했다

과거 그는 피아트와는 만난 적이 있었고

솔직히 말해 그때 품었던 감정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였다

 

항상 주위의 평가에 연연하는 소극적인 소녀

그것이 순수하게 하인도가 품었던 피에르트는 소녀의 평가였다

볼고그라드의 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재치 있는 형제자매나 주위 인간들의 그림자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허무한 인상마저 느끼고 있었건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세월이 흘러 성장한 것만이 아닌

그 마음마저도 매우 강해진 것 같았다

 

외모는 볼고그라드의 핏줄임이 분명하지만

일찍이 내가 본 소녀와는 아무짝에도 겹치지 않았다

 

 

 

하인드는 잠시 사이를 두고 나섰고, 자신의 대장을 바라보았다

마스티기오스는 눈동자를 지그시 가늘게 뜨고

의자에서 일어나 덩치 큰 몸을 쭉 펴면서 말했다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다

예로서 환대해야 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군"

 

 

 

 

 

마스티기오스는 피에르트 쪽을 잠깐 쳐다보았지만

그 이상의 것 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로서의 정과 지도장군으로서의 책무가 서로 붙어

그로서의 행동은 고작 그것일 것이다

 

하인드는 주위의 병사등에게 재차 준비를 시켜

즉석이긴 하지만 회담의 장소를 만들었다

만약 역사에 남는 것이라면, 가도의 회담이라고도 이름이 붙는 것일까

하고, 그런 것을 하인드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장소가 잡히자, 하인드가 먼저 말을 열었다

 

 

 

 

"우리 총사령관, 마도장군 각하는 귀하들에게 회담 기회를 주셨다

우선은 당신의 목적과 솔직한 요구를 듣고 싶다"

 

 

 

 

군 사령관끼리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히 단순한 친분관계가 아니다

분명한 요구가 있고, 지향해야 할 목적이 있기 때문에 열리는 것이였다

 

진군정지냐, 화해냐

하인드는 상정할 수 있는 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목소리를 기다렸다

 

목소리를 듣고 입을 연 쪽은 루기스 쪽

그 표정에는 상처 같은 것은 없고

그저 농담이라도 건네는 듯한 분위기에서 그는 말했다

 

 

 

 

"대마 브릴리간트, 마인 라브르...

아니 그 이외에도 마인은 엄청 많겠지

인간에 적대하는 대마와 마인들을 이 대지에서 쓸고 싶어

그걸 위한 동맹을 맺으면 매우 고맙겠어"

 

 

 

 

순간 모두의 표정이 멈추었다

 

루기스가 한 말은 적어도 하인드의 상정에서는

크게 벗어난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 요구는 지금 여기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역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마, 마인이라 불리는 자들 모두에 대한 것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였다

 

그 이형을, 그 위협적인 대재해를, 쓸어버리겠다니

의문이나 곤혹스러움보다는 제정신을 의심하게 하는 말...

 

 

 

 

"이야기를 듣지"

 

 

 

 

 

그러나 마스티기오스 한 사람만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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