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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5화 - 보석과 톱니바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5화 - 보석과 톱니바퀴 -

개성공단 2021. 4. 17. 05:21





성벽 도시 갈루아마리아 정면
첫날과 다름없이 맞대응하는 갈루아마리아군과 
볼버트 정면군은 뒷문의 공방과 판이하게
그 첫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나 다만 햇빛을 받아 자신의 은빛을 빛낼 뿐
병사 한 명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쟁터에 있는 이상 누구나 죽음은 각오하고 있었고
두려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에 짓밟혀 죽는 것은 싫었다

전쟁터의 하늘
하늘에서 내려다보듯이 열선의 비는 쏟아졌다



눈부신 보석을 빛을 반짝이며 공기 자체를 태우는
마인, 보석 아가토스는
본래의 붉은 머리카락, 흰 눈을 반짝이며 허공을 달렸다
그 본연의 자세는 자신이야말로 하늘의 지배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에 반하여 땅을 활보하는 무기질의 인형
그것의 호박색 눈은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고
마인 톱니바퀴 라브르는 담담한 모습으로 열선을 맞이했다

인간을 눈 깜짝할 사이에 태워버리는 폭력적인 열선은
라부르에게도 틀림없는 위협
맨몸으로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평생 살아있던 몸인 적이 없었다



라브르의 양다리가 변형을 일으켜
그 모습이 인형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화사해보이는 그것은 더 이상 다리가 아니라
날카로운 칼날 그 자체인 것 같았다




"보석 아가토스, 너의 왕은 이미 죽었어
그런데도 여전히 항거할 셈이야? 즉시 마원을 없애도록 해"



라브르는 순식간에 거대한 마각을 휘둘러 열선을 양단하고 베어 버렸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눈부신 보석의 섬광이 마각 앞에
모두 그 궤도를 바꿔놓고 있었다

하늘을 흔들거리는 보석은 몹시 꺼림칙하게 말했다




"왕이 죽었으면, 내가 왕이 되는 거잖아
그리고 그걸 말하는 네 왕도 마찬가지 아니야? 톱니바퀴 라브르
아, 미안... 너는 왕의 얼굴조차 본 적 없겠지
왜냐면 네가 태어나기 전에 네 종족이 모두 죽어버려서 말이지
그러니까 너는 왕의 세례조차 받지 못했지, 잘못 태어난 기분은 어때?"




열선을 타고 여전히 아가토스는 그 기세를 꺾지 않았다
오직 온 힘을 다해 톱니바퀴라는 존재를 짓누르는 그런 감정마저 깃든
섬광의 폭풍만이 거기에 있을 뿐이였다
그 섬광이 정면으로 운용되면 볼버트의 일군도
쉽게 날아가 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라브르는 그것을 정면으로 베어 버리고, 제자리에서 뛰었다
마각을 구동시켜, 더욱 더 그 흉악함을 강화해 아가토스와 대면했다

라브르에게 허공은 결코 먼 곳이 아니다
애초에 그녀는 하늘의 신의 마인이였기에 말이다

마각의 칼날이 허공을 날리고
아가토스의 목, 아니 체구 자체를 도살하려는 해괴한 소리를 울렸다
공간이 단절되는 비명을 지르며 그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었다

라브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데 말이야
패전의 좌절감에 젖어, 죽는 것보단 낫겠지
지금 당장 결판을 내드리지"




허공을 먹는 날을 보석이 열선을 가지고 쏘아 떨어뜨렸다
그 순간에는 다음 날이 아가토스의 배를 겨누고
다시 열선에 의해 요격당했다

그러던 것이 몇 번 이어졌다
곁에서 보면 이제는 눈으로 쫓기조차 힘든 마의 공방
열선 하나하나와 마각의 한 몸짓 하나가 응축된 마의 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검으로 그것들을 상대한다면
틀림없이 바로 순삭당하고 말 것이다
아무튼 그 정도의 무섭고도 기묘한 마들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잠시 계속 된 전투도 곧 끝날 것이다

분명히 아가토스는 그 기세의 빛을 잃기 시작했다
열선은 라브르를 미처 포착하지 못하고
라부르의 마각은 그 경외로운 속도와 예리함을 계속 빠르게 해나갔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아가토스는 아직도 체구를 확보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최대 화력에도 한도가 있었다

결국 라부르는 보석에 의해
일격에 죽임을 당하지 않는 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가토스는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압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
이제 이 공방에서의 종착이 서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가토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 긍지 때문에 표정이 일그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초조는 생겨났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패배
그렇다고 해서 출력을 계속 올리면
비명을 지르는 것은 레우의 영혼일 것이다



마력으로 체구를 가득 메운다면
손발은 아가토스의 것이 되고
얼마 남지 않았던 레우의 영혼도 사라질 것이다

본래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레우에게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 주겠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의 생명과 비교하면 저울이 어떻게 기울지는 쉬운 계산일 것이다

목이 울리는 것을 아가토스는 느꼈다
마력이 부족해... 지금도 보석에서 아낌없이 뿜어져 나오는 열선
하나하나에는 미칠 듯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그리 오래 지속될 것 같진 않았다

그 모습을 알아챈 듯 라부르는 마각을 내걸며 입을 열었다





"보석 아가토스, 한 번만 더 말하죠
마원을 봉하는 겁니다, 당신이 인간따위에 끼어들 이유는 없어요
약하면서 만들어낼 것 없는 그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그들의 역할이라면 단지 자신들의 마력을 모아서
우리에게 돌려주는 정도.... 즉각 결단을 해주세요"




마각이 쏘아대는 일섬이 마침내 아가토스의 몸에까지 전해지기 시작했다
팔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와 하늘을 오염시켰고
아가토스의 체구 곳곳에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열선조차 한 번만 더 놓으면 무너질 거라는 것일 것이다

라브르가 말하는 것은 아가토스에겐 틀린 말은 아닌 것

인간을 죽이고, 먹는다... 그것이 마라는 존재
인간의 역할이라는 것은 모아둔 마력을 죽어서 토해내고
마성에 바치는 가축 정도의 것이다
아마도 라브르가 이번에 이루고 있는 것도
그것일 것이라고 아가토스는 생각했다

지금 이 세계는 아가토스가 태어난 시기와 비교해서
너무나 마력의 농도가 희박했다, 원인은 불명
마의 근원인 마성은 그 자취를 감추고
아르티아는 마를 정형화시켜 그 진수를 탈취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 세계에서는
본래의 마라는 개념조차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라브르는 대량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하긴 하나하나 죽이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겠지



그리고 인간들은 항거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목숨 아까움에 동족을 죽이고 있는 것이였다

역시 인간은 추악하고 약하다
그것을 부정하는 마음 따위는 아가토스에게도 없었다
잠시 숨을 몰아쉬며 아가토스는 허공을 달렸다

하지만... 한 가지 승복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아가토스라는 마인은 결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는 자였다





"응? 뭐에 가치가 없다고?"




그래, 승복할 수 없어

아가토스는 보석 같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오랜만에 피맛이 났다
그러고는 힘껏 팔을 치켜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라브르를 격추하기 위한 한 방이였다

라부르는 당연히 요격해야 했고
그리고 그대로 심장을 도려내기 위해 마각을 쏘았다

육체의 죽음이 일순간, 아가토스에게도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그녀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가토스는 여러 사람을 보았다
어떤 인간은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라도
누군가를 구하려고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또 어떤 인간은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도 자애로운 일을 베풀었다

그리고 어떤 인간은 신랄한 과거를 당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남을 도와줄 것을 애쓰며 몸부림쳤다

너무나도 연약하고, 원전도 가지지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여기에까지 이른 것이였다

그 처럼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붉은 머리칼이 하늘에 떠올랐다
하얀 눈이 당당하게 펼쳐졌고
순간 아가토스는 자신의 체구를 되찾았다

길게 뻗은 사지에 여성다움을 갖춘 그 체구는
바로 아름다움의 현현
보석의 전성기란 이걸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보석의 열선을 라브르와는 반대로
자신의 몸을 앞으로 끌어내는 데 이용했다
시야에 들어올 수도 없는
인간에게 향했다면 그대로 고깃덩어리가 될만한 속력...

순간 라부르의 반응이 늦었다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에는 반응이 없다는 것을
아가토스는 잘 알고 있었다




"강인함밖에 자랑할 수 없는 너희보다
약해빠진 그들이 훨씬 더 아름다워, 라브르"




둔탁한 소리가 났다
공간 그 자체를 쳐부술 만한
열선에 의해 가속한 고속의 주먹이
라브르의 체구를 파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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