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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8화 - 그녀의 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58화 - 그녀의 말 -

개성공단 2021. 4. 17. 06:21




악덕의 주인, 대악 루기스
대성교에서 그렇게 말하는 영웅의 말투는
기묘할 정도로 부드러워서 하인드에게는 의외이기도 했다

확실히 말을 잘 하고 군사를 선동하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개 장수가 말솜씨를 보인다는 것은 전쟁터에서의 얘기
군사를 끌어들이고 물러나게 하는 지휘관이라도
교섭을 잘하는 법은 결코 없었다

모든 협상이나 말솜씨는 재주뿐만 아니라 훈련에서도 연마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군사에 재주를 가진 강자가
모종의 약자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언변 솜씨를
연마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 점에 있어서 루기스는 정말 특이한 성질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동행한 피에르트도 그를 보좌하는 정도만 하고
이야기의 주축을 잡고 있는 건 늘 이 남자였다



아니, 어쩌면 피에르트가 그 말의 고삐를 잡아
겨우겨우 버텨주게 하는 것일까
하인드의 그런 사색을 뒤로 한 채
루기스는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갈라이스트 왕국은 대마 제브릴리스 휘하의 마인이 잔존하고 있고
서방 연합 로어도 마인 보르곤의 침탈을 받았고
남방국가 일리저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각국 어디를 둘러봐도, 마치 마인의 정원이 되어버렸지"




동쪽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겠지, 라고 루기스는 말을 끊고
혼자 어깨를 움츠리고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를 시선으로 꿰뚫었다

마스티기오스의 덩치 큰 체구가 작게 흔들리며
루기스를 짐작하듯 눈꼬리를 내밀었다
그의 눈동자는 루기스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포착하는 듯했다




"그래, 그러나 국가가 위난을 당했으므로
우리는 우리의 사명을 다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마인재해, 그것은 결코 국가가 손을 잡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마스티기오스는 언외에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어떠한 국가라도, 반드시 체내의 어딘가에 결함을 안는 것이고
정치든 군사든 경제든... 뭐든, 모든 일이 정상인 채로
순조롭게 운영되는 국가는 이상세계에 지나지 않는 법이니까
그것은 인간 그 자체가 결함을 안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 결함을 삼키고서도 국가는 미칠 듯한 전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국가에 정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거니까

그러므로 그 결함과 장애가
대마, 마인의 종류로 바뀐다고 해서
각국이 동맹을 맺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가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어느 국가에서도 자신만은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니까

특히, 마법국가 볼버트 왕조에 대해서는 그러한 의식은 매우 강했다
우리는 선택받은 것이며 마법도 다루지 못하는 미개한 백성보다
훨씬 낫다는 선민사상이야말로 그들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국가 자체가 대마에게 먹혀들었고
다른 나라와의 공조 같은 건 정부조차 생각도 못했을 거라고
하인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올바른 선택을 찾더라도
그 특권의식이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식을 뒤틀리게 했다
볼버트가 안고 있는 결함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전제를 국가로 삼으면 그렇겠지, 하지만 백성들은 어때?"




루기스는 손가락을 꼬면서 그렇게
일체 거리낌없이 시선과 말을 들이대며 말했다




"국가의 위신을 위해 수백 수천만의 인간이 죽는다?
백성들이 생각하는 건 위대한 국가의 일이 아니라
그저 오늘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뿐이야
그들은 약간의 행복을 얻기 위해, 매일매일의 고난에 맞서고 있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장군, 당신과 나의 일인 것이고..."




아니냐고 묻는 루기스의 시선에 마스티기오스는 가늘게 눈을 흘겼다
말문이 막혔다는 투가 아니라
그냥 루기스라는 인간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순간 거기에 피에르트가 덧붙이듯 말했다




"각하, 우리는 아시다시피 엘프 국가인 공중정원 가자리아
그리고 이번 마인 재해로 인해 일리저드와도 동맹을 맺었습니다
여기 상급투사 테르살랏 르와나의 확인서가 있습니다
우리와의 동맹은 결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그 말에 무심코 하인드는 눈을 부릅떴다
이상하게 동요가 험악한 표정 속에 어른거렸다

일리저드라면 그 무용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가이자
볼버트보다 더 다른 나라와 손잡기를 거절할 것 같은 나라인데
그것이 다른 세력과의 협조를 바라는 거라면
상당히 마인의 위협을 민첩하게 알아차렸다는 뜻일 텐데
그렇게 문장교 세력 내를 믿고 있는 건가?

어쨌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분명하다
하인드의 동요를 외면한 채
마스티기오스는 천천히 숨을 돌린 뒤 말했다






"오늘 귀하들과 말씀을 나누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더할 나위 없이. 내 몸에 온갖 의무와 책임이 없다면
그 말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지독하고 부드러운 말이라고 하인드는 느꼈다
적어도 마스티기오스는 적의를 향한 인간에게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였다
필요하면 어디까지나 냉혹해질 수 있는 인간이였다

사실 마도장군이란 자리는
그저 우수하다는 것만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건실하게 아군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책모로 적을 가차없이 때려눕히는
피로써 피를 씻어낼 수 있는 길을 걸어야 영광의 자리에 앉게 되는 것

마스티기오스가 청정한 길을 걸었는가 하면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지금 마스티기오스의 모습에서는
냉혹함이라든가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친딸에 대한 감미로움이라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경의일 것이라고 하인드는 생각했다
마스티기오스는 음색을 떫은 것으로 바꿔 말했다





"하지만 이 몸은 결코 개인이 아닌
볼버트 왕조의 수천만 백성의 수호자이자, 국가의 칼이다
귀하들이 말한 대로 나에게는 볼버트 백성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구원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정을 완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죽음의 길일지라도 말이다

볼버트에게 그 몸을 현현시킨 마인
놈들은 볼버트 국내를 엉망으로 짓밟은 뒤
군주에게 좋은 거래를 제의했다

네놈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멸망시켜라
그러면 네놈들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너무나도 무례하고, 광적인 강요
마스티기오스는 그 약속을 지키리라고 믿지 않았다
마성의 무리는 인간을 도구처럼 여기는 존재들
분명 어딘가에서 우리도 버림받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군주는 그 거래를 옳게 여겼고
마법원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브릴리간트와 그 휘하의 마인들은
볼버트에 대한 침공을 정지했다



그렇다면 볼바트의 칼인 마스티기오스는 그 명을 따를 뿐이였다
설령 그것이 사형대에 버금가는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 될 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젠 굽히는 일 따위는 불가능할 것이
내가 전쟁터에서 적을 죽이는 동안만
백성들은 죽음의 공포를 피할 수 있다

루기스는 그 말을 받고, 그러나 이해한다는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비록 그 결과 인간이 마성의 가축으로 되돌아와도?
난 마도장군의 말을 들으러 온 게 아냐, 당신 말을 들으러 왔을 뿐이지"





그런 일이 있었다면, 결코 구박하진 않겠다
하지만 난 당신들과는 같은 길을 걷진 않겠다
루기스는 그 말을 붙이며, 말을 마쳤다

순간적인 침묵이 흘렀다
남자들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인 듯했다
서로가 서로의 의지를 이해하고
또 메울 수 없을 만큼의 골이 있는 것을
그렇게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발언을 한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검은 눈동자가 영리한 빛을 띠며 크게 떠지고 있었다




"그럼 각하, 이 자리에서 제 목을 베어 주십시오"


마법원은 볼버트 왕조의 의회 같은 기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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