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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0화 - 타버린 재와 마법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0화 - 타버린 재와 마법사 -

개성공단 2021. 4. 26. 06:44

 

 

 

 

볼버트 왕조의 영토에서는 한동안 연기가 끊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것은 촌락을 불태운 것이자, 마성에 대한 순종의 표시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노인과 어린이는 맨 먼저 죽었고

여자는 사나운 군사들에게 그 몸을 난폭하게 다루며 죽임을 당했고

끝내는 마지막까지 항거한 남성들까지 죽었다

 

생각건대 이것이 전쟁의 결과라면 아직 구원은 있었다

그 행위에는 하나의 목적이 있고, 죽음의 끝에는 새로운 시대가 있는 법이니

이와 비교하면 아직도 의미 있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악!"

 

 

 

 

마법사 군단이 포위한 마을을 불태워 갔다

그것은 전쟁이 아닌 단순한 학살이었고, 변변한 저항은 없었다

무기도 없고 훈련도 받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와 병력의 집단을 당해낼 리 없었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의 머리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시체는 불태워지고, 검은 먼지가 되어 눈에 뿌려졌다

 

그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났다

초록색 연기는 볼버트령 곳곳에서 뿜어져 나와 그 존재를 과시해 갔다

 

연기는 바로 마성에 대한 충성의 맹세였다

동포된 인간을 스스로 태워 죽이고 자신이 그쪽이라고 말하는 소리

그러지 못하는 마법사는 배신자로 처형되었다

 

이제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뒷면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마법사의 국가는 자꾸 그 형태를 바꾸어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점점 더 일그러지거나, 더 마적으로 바뀌었다

 

그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 기둥을 보며 마인 라브르는 말했다

여전히 감정을 보이지 않는 표정이 얼굴에는 굳어 있었다

 

 

 

 

"쥬네르바, 왜 그런 인간을 중용한 거야?

쓰려면 재주 있는 자를 써야지, 그 자는 재주가 없어, 즉각 응답을"

 

 

 

 

인형 같은 용모를 보이는 라브르가 소파에 걸터 앉았다

볼버트의 궁전에서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이 귀빈실은

기묘하리만큼 호화롭게 꾸며졌다

 

마인 쥬네르바는 라부르의 물음에 가볍게 부리를 닫고

그리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야 겨우 생각이 난 듯이 열었다

 

 

 

 

"크하하, 아아, 그래... 부하로 들인다면 쓸만한 놈이 낫겠지

하지만 그 녀석은 내 부하가 아니야"

 

 

 

 

쥬네르바는 라브르를 위해 들여온

값비싼 마법꽃을 실내에 놓으며 부리를 놀렸다

목소리는 평탄해 별다른 감회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재능이라면 재능이야

너 동족을 눈치껏 죽일 수 있겠어? 마성에도 좀처럼 없다고

항복해서 배를 드러내는 마수는 얼마든지 있지만

나 살자고, 동료들의 목에 송곳니를 박는 놈들이 얼마나 있겠어?"

 

 

 

부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에 라브르는 이상한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쥬네르바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했다

 

그 킬이라는 인간은 쥬네르바의 사상에 공감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을 스스로 죽이고 다니는 것 아닌가

 

그러자 쥬네르바는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그것은 라브르를 비웃기 위한 것이 아닌, 어딘가 상냥한 미소였다

쥬네르바의 이런 표정을 본 자는 아마 라브르뿐일 것이다

 

쥬네르바 입장에서는

그 남자가 자신의 사상에 공감했다고는 조각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권력에 취했을 뿐이다

쥬네르바는 장난으로 그 남자에게 지위와 권위를 부여했다

그것으로 충분히 안전을 확보했을 텐데도

여전히 그 남자는 학살을 저지르고 다녔다

 

 

 

아니 그 남자만이 아니었다

그것이 마성을 통하는 길임을 알면

누구나 자기를 위해 다른 것을 죽였다

그것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아아, 역시 하고 쥬넬바는 그 부리를 쓰다듬었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뿔도 없고, 체구도 작으며

온몸을 쉽게 팔아 치울 수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아르티아도

마지막에는 동료에게 살해당했다고 들었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물인건가?

 

역시 인간은 불완전한 생물이다

이런 존재가 한때나마 대륙의 패자였던 것은 기적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아르티아라는 기적이 그들을 살린 것이겠지

 

하지만 기적은 오래가지 않아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

 

쥬네르바는 교활한 미소를 그 새의 머리에 지으며 말했다

 

 

 

 

"라브르, 심장은 어때?

언제까지나 내 왕이 잠들어 버린 그대로라면, 싫어

제브릴리스 놈도 언제 깨어날지 모르잖아"

 

 

 

 

 

그들의 왕은 지금 볼버트 수도가 내려다보이는

베핌스 산에서 그 몸을 내리고

며칠에 한 번씩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고 있었다

 

천성거수 대마 브리간트는

몇 차례 도시를 붕괴시킨 후

지금은 단지 그 거구를 쉬게 하기 위해

날개 하나 펴지 않는 상태였다

 

요인은 이미 알고 있다

일찍이 아르티아에게 빼앗긴 심장

막대한 마력을 모아두고

그리고 다시 만들어내기 위한 존재였던 핵을 빼앗긴 지금

빌리간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시간이였다

 

그런 왕만 나온다면 이 나라는 어찌되건 상관없다

 

 

 

빗자루로 털어 버리듯

인간들의 거처 따위는 날아가 버리겠지

자신들의 왕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고 쥬네르바는 알고 있었다

 

라브르, 쥬네르바와 비교해도, 존재로서의 힘의 차이.

 

그런 왕이 있는데도

이런 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해야 하는 것이

쥬네르바에겐 억울했다

반면 라부르는 매우 침착한 듯 말했다

 

 

 

 

"안심하도록 해, 검은 머리의 마법사는

충분히 심장에 걸맞는 핵에 해당해

당분간 변조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야"

 

 

 

 

 

라브르의 말에 쥬네르바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브르가 할 수 있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저 사실밖에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쥬네르바는 라부르를 믿고 사랑했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라브르뿐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계속된 말에

쥬네르바는 자기도 모르게 새의 눈을 떴다

라브르가 그 원전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였다

 

톱니바퀴 라브르

다른 사람의 운명의 톱니바퀴를 쉽게 교란시켜버리는 위용

라브르는 보기 드물게 볼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나를 대체할 만한 자가 있었어

그 쪽은 더 마적이였고, 머지 않아 여기로 곧 올거야

그러니 즉각 안심하도록 해"

 

 

 

 

 

 ◇◆◇◆

 

 

 

 

 

킬 바자로프는 마법사의 집안 출신이었지만 

결코 그 재주를 타고났다는 것은 아니었다

 

가문 자체도 명가는 아니었고

정확하게 따지자면 마법사라기보다는 그저 마법을 부릴 뿐이라고 해야 했다

명가의 마법사들처럼

스스로 마법을 발굴하거나 자유자재로 이용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볼버트 왕조에서는 마법의 재능만이

그 자의 지위를 결정하는 의의와 가치를 좌우했다

 

마법사가 아닌 자는 다른 재능을 펼칠 순 있겠지만

마법사이면서 재주가 없는 자는 그들보다 더 비참한 격이였다

 

그들은 자신이 마법사라는 비대한 자존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사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곤 했다

 

 

 

광기를 그 피에 흘려넣고 신체구조 자체를 바꾸어

마법의 진수를 극도로 드러내는 명가의 마법사들

라 볼고그라드, 레이 라키아도르, 루자 칼리노미아스

이 3개의 가문은 볼버트 왕조의 천상인이였다

 

이 가문들을 제외한 마법사들은

결코 그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평범한 자들을 마법사로서 변변한 공적도 세우지 못한 채

비 마법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 중에는 부랑자인 녀석들도 있었다

 

그런 인간을 명가의 마법사들은 시야에 넣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스스로와 같은 마법사라고 인정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다

킬은 존재 자체를 모욕하는 듯한 시선을

여러 번 받았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킬은 지금 황홀했다

지금 그가 걸터앉는 것은 상위의 마법사만이 앉을 수 있는 원탁의 한 자리

그리고 그 앞에서 피를 토하고 있는 여자는

일찍이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배신자, 새..."

 

"요령이 좋다고 듣고 싶군

어짜피 너도 마인을 이길 수 없잖아

그렇다면 진작에 머리를 조아리는 게, 더 똑똑하겠지"

 

 

 

 

 

킬은 여자의 머리채를 잡으며

그녀가 손에 쥔 양피지를 들여다보았다

그 내용도 그렇지만 거기에 새겨진 이름에 무엇보다 흥미가 있었다

킬은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쓰인 것은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의 이름

다시 한 번 여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킬은 종이를 구기며, 그 양피지를 쥐어 으스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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