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00화 - 태양과 마법사 - 본문
오늘은 햇빛만이 비치는 눈으로 뒤덮인 하늘 가운데
볼버트 수도만 내려다보듯 유난히 가까이 태양이 그 몸을 드러냈다
햇빛을 받은 독극물 쥬네르바는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람과 마의 무리와의 투쟁이 거기에 있었고
서로 목숨을 주고받는 송곳니와 창의 분격이 모여있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보면 모두 작은 것
하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전장 특유의 음악도, 오랑캐 소리도 닿지 않았으니까
하늘은 좋군
하지만 사실 쥬네르바는 그렇게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늘은 싫은 것을 상기시키니 말이다
지난날, 이 하늘 모두가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태양처럼 군림하며 바람으로 대지를 어루만지던 그날들
신앙과 힘을 내 것으로 했던 영광
지긋지긋한 향수가 쥬네르바의 마음을 스치고 있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날개를 펄럭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란 지상에 대해 늘 우위
땅 위를 기어다니는 지렁이는 하늘을 나는 매를 잡을 수 없다
사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아래에서 위로 기어오르는 일은 결코 없다
그것은 불변의 진실
아무튼 이제부터 시작될 것은 투쟁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쥬네르바가 땅 밑을 쳐다보니
아무래도 군세끼리의 싸움에서는
인간이 우세하게 서 있는 것 같았다
독수리의 눈이 어이없다는 듯이 가늘어졌다
아르티아가 대마, 마인들을 없애버린 후
단 수백 년 사이에 상당히 마성의 지성은 퇴행해 버린 것 같았다
쥬네르바가 깨어난 직후만 해도 이들은 자신들의 종족조차 알지 못했다
어쩌면 종족이라는 개념조차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마력이 약해진 세계에서 마수는 서서히 짐승으로 퇴화하고
마족은 마력 덩어리로 변해 버렸으니까
지성의 본성은 타락이고, 그들은 결국 타락해버린 것이였다
전장의 모습은 위에서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인류측 우익에 마군이 너무 매료되고 있다
놈들에게도 적의 약한 곳을 물으려는 본능은 있으니 말이다
그것을 감쪽같이 이용당하고, 중앙이 얇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마군의 중앙은 인류의 반항에 의해 잠식당하고
협공당하는 쪽은 마군 쪽이 되버릴 것이다
인류를 지휘하는 자는 분명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군
쥬네르바는 일종의 박수 갈채까지 주고 싶었다
집단의 성능을 살려 군을 이루는 마성을 하나의 개체로 살릴 줄이야
전술이라고 하는 면에서는 인류가 앞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더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평범한 덩어리는 강렬한 하나에 짓밟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니까
쥬네르바가 조용히 부리를 여는 순간
큰 소리가 주위의 공간을 관통해 갔다
쥬네르바의 마가 확산되어, 성대한 반향음을 일으킨 것이였다
그것이 끝난 직후, 끝이 당도했다
하늘이 썩기 시작한 것이였다
흰색과 재가 섞인 둔탁한 하늘이
독살스러운 검은색과 군청색으로 침식돼 갔다
울긋불긋한 색의 진흙이 쥬네르바를 중심으로
허공을 요동치며 확대되고 있었다
쥬네르바의 마력은 독이 되어, 만진 것을 부패시키고 녹여 침범한다
무엇 하나 주지 않고 빼앗아 흩뜨릴 만한 사나운 짐승이 되어 대지에 쏟아졌다
마의 한 방울이 가까운 지붕에 떨어졌고
지붕이고 뭐고 그 주위의 벽과 기둥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그 흉악한 마가 인간에게 닿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루어졌다
불과 몇 방울만으로 사람이 뭉쳐 죽어 갔다
밀집한 사람들 틈에서 쉽게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목숨을 버리지 마라!!"
하지만 인류의 반응은 빨랐다
특히 볼버트군은 그걸 한번 경험한 적이 있기애
그 독기 어린 푸른 진흙 공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최저한의 피해를 버리며
그뿐 아니라 마군에 대한 우세조차도 간단하게 버리고
인류는 진을 후퇴해 갔다, 쥬네르바에겐 그 꼴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우위를 범하려는 것이 생물의 본성일테도, 일체의 주저함이 없었으니 말이다
추격을 이루려던 참에 쥬네르바는 독을 뿜으며 눈을 찡그렸다
무조건 적인 철수라니... 그것도 아무런 적은 피해로...
어떻게 훈련하더라도 순간적인 장면에 생물은 대응하지 못한다
마인이 오면 물러가라는 명을 받았다고 해도 보통 방황이 생기는 법이였다
그런데도 마치 지금의 철수는, 마인이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쥬네르바의 의심을 잠재우듯 굉음이 옆 뺨을 스쳤다
그것은 하나 뿐만이 아니라, 둘, 셋, 넷
수 많은 마의 섬광이 쥬네르바를 뒤덮고 있었다
아직도 녹지 않은 가옥에 도사리고 있던 마법사들의 일제사격
통상적인 마성이라면 이것만으로 체구가 튕겨나갈 마의 밀집
물론 마인에게 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눈속임이 될 정도의 것
그리고 마법사들에게는 그것으로 좋았다
그저 아군에게 시간을 벌 수 있으면 되니까
굉뢰. 굉음. 굉폭
폭위로 변한 마의 천둥이 쥬네르바의 온몸을 관통한했다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의
검은 머리가 튀어올라 상공에서도 두드러져 보였다
그 모습을 쥬네르바는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지난 전쟁터에서 본 용감한 장수였겠지
쥬네르바의 날개 일부가 불에 타면서 고도를 낮췄다
마인에게 상처를 줄 만한 열량
역시 그것은 영웅이자 용사라 부르는 자일 것이다
이제 인류라는 한계를 벗어나 마를 반 걸음 내디딘 것이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대마법을 직격당할 것이라고는 쥬네르바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마법진을 포함해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내가 여기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 그렇군, 무식한 것은 나였구나, 크하하하하
거기서 겨우 생각이 미쳤다
신속한 병사의 거동에, 겨누고 있던 마의 밀집 사격
그리고 마인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의 대마법
자기는 유혹을 받은 것이다
이 전쟁터 자체가 함정인 것
그들은 중앙에 우위를 점하면
반드시 자기가 거기에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오기만 한다면, 자신도 사냥감인 법
쥬네르바는 거대한 새의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살짝 상처를 입은 날개를 접자, 마의 독이 얼마 되지 않아 침공을 약화시켰다
이것은 단순하면서도 장대한 함정
인류측도 물론 알고 있었겠지
이것은 이제 군과 군의 싸움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존명을 걸기 위한 싸움이였다
"아이고, 아프다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군"
"그렇다면 조금은 아픈 표정을 지어주는 편이 더 귀여울 텐데."
단 한 사람이 마인과 대면했다
쥬네르바는 미소를 천천히 머금은 뒤 부리를 열어 말했다
"모처럼 주운 목숨인데, 나머지 생은 정원이나 가꾸면서 보내지 그랬나?"
"이미 그러고 있다
지금은 내 잔디에서 뭘 뜯어먹는, 새대가리를 잡으려는 중이지"
마스티기오스는 아직도 마력이 넘쳤다
손끝에서는 천둥소리가 튕겨나왔고
그는 더 이상 장수가 아닌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마인 앞에 서 있었다
마스티기오스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죽더라도 뒤에 영웅이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최악의 경우
병사들은 그의 눈앞까지 전선을 물러서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저 개인으로서, 그를 믿고 싸움을 해보자
쥬네르바는 마스티기오스를 보며
다시 한 번 감탄과 약간의 연민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자신의 앞에 선 마스티기오스라는 마법사
자기를 끌어들인 멋진 솜씨도 군사 지휘 능력도
그리고 용기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런 훌륭한 자를
그리고 그 병사들을 모두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조금은 연민이라는 것을 마인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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