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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99화 - 태양이였던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99화 - 태양이였던 자 -

개성공단 2021. 4. 30. 10:26

- 태양이였던 자




"그래서 놈은 어떤 권능과 원전을 가진 마인이죠?
도시 하나 정도 독을 내뿜을 수 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마인이라고 그것이 다 인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마안수 도하스라가 턱을 내밀고 의구심을 드러내며 말을 내뱉었다
구릿빛 용 샤드랩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큰 눈동자가 그녀에게는 왠지 부담스러웠기에 말이다

마안의 본질은 추궁
마안은 상대의 본질을 역겨울 정도로 드러냈다
샤드랩트 같은 정체를 가리고 싶은 마성에게
이보다 더 거추장스러운 존재는 없었다

그러니까 너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하고
샤드랍트는 가볍게 목소리를 신음하며 머뭇거렸다

쥬네르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결과 적으로 그들... 루기스가 놈을 죽여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여하튼 대마나 마인의 권능을 
새삼스럽게 말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수가 아니다
마성이라는 존재, 특히 일찍이 신이나 왕이었던 자는
그의 신앙에 힘입어 힘을 높이는 법이였으니까

섣불리 그 권능이나 본연의 자세를 이야기한 결과
신앙으로 승화해 버리면, 그것은 그대로 적의 존재를
강화하는 것으로 연결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샤드랍트에게는 영 안 좋았다
어쨌든 쥬네르바는 자기에게 남다른 분노를 품고 있고
무엇보다 놈은 자기를 죽일 만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깐

실제 결과는 그야말로 대면해야 알겠지만
샤드랩트는 패배할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서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장소에 스스로 나선다든지
그런 건 제정신이 아니야, 샤드랩트 생각의 근원은 그것이였다

샤드랩트는 말을 그녀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르며 입을 열었다




"명확한 원전까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독은 놈의 본질이 아니야, 녹이는 게 더 중요하지"


"녹여? 독으로?"




루기스는 별로 흥미 없다는 듯 한쪽 팔꿈치를 괴고 되물었다
마치 잡담의 연장이나 하는 것 같았다

샤드랩트는 초조한 듯 입술을 파닥였다
여기서 루기스에게 흥미를 주지 않으면
정말 그는 쥬네르바를 방치할 수 있을 것이다



"틀린 건 아니지만, 순서가 거꾸로잖아
독은 어디까지나 놈의 본질에 극히 한 부분이고
놈의 본질은 말 그대로 태양이라고, 태양"





샤드랩트는 머리 위의 태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독이 있기 때문에 녹이는 것이 아니라
녹인다는 본질을 가진 쥬네르바에게 독이 주어졌을 뿐이다

참으로 드물게도
이 일을 말할 때 샤드랩트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입가를 짓누르며 서글픈 감정마저 흘리고 있었다

쥬네르바가 아직 신이었을 때
그가 상징한 것은 태양과 바람
거기에는 햇빛에 의한 온난과 은혜
그리고 식물의 씨앗을 펼치게 하는 풍요를
관장하는 정의 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인이 된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없어져 있었다



신앙이 벗겨져 신전을 잃고 의지할 곳이 원전뿐이 되었을 때
그가 골라낸 권능은 모든 것을 달구고 녹이는 태양의 한 면
독에 결부되어 그는 독을 내뿜는 새의 왕으로 업신여김을 당했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샤드랩트는 모른다
하지만 브리간트에게 복종할 때, 마인이 되지 않았던 샤드랩트와는 달리
그는 마인화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그 모습도 그에게는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쥬네르바가 태양이었던 본질에서 생각하면
본래 그것을 침범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마 전성기라면 하늘을 온통 독으로 뒤덮을 수도 있었겠지

지금의 이 마가 희박한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권능을 쓸지는 예상하기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한 인간이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대충 이야기를 끝낸 참에 두 손을 크게 흔들며 샤드랩트가 말했다





"그러므로 그것은 네가 죽일 필요가 있는 거야!
인간이 그것을 이기려면, 그야말로 기적이 떨어져야 해!"





루기스는 그 말을 듣고 의자에 편안히 앉으며 말했다
그 모습은 역시 아무래도 흥미가 적은 것 같았다



"그럼 기적을 일으키면 되지
저들이 저지르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들은 그들만의 각오와 함께 죽게 되겠지
물론 그 때가 오면, 그들의 각오에 따라, 내가 그것을 죽이겠어"





루기스는 오만하게 말했다
쥬네르바의 본질을 묻고서도 그는 그 본연의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것은 마인답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샤드랩트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러면, 설사 쥬네르바를 처분할 수 있었다고 해도
후에 나올 대마 브리간트는 죽일 수 있을까?
브리간트가 목숨을 잃기 전까지 샤드랩트는 전혀 안도할 수 없었다.

안도, 죽음의 공포로부터의 해방은
샤드랍트에게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사항이였다
자기를 죽일 수 있는 자는 가능한 한 모조리 살해하고 싶었다
다만,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말이다



지금 대마 브리간트는 그 함유 마력이 희박하기 때문에
강제로 잠들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

만약 요즈음의 인간이 모두 죽임을 당해
마력이 그 농도를 포도주처럼 농밀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한순간의 계기로 브리간트는 무거운 눈을 뜰지도 모른다

그 각성이 단지 몇 초일 뿐일지라도
그것은 자신의 파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샤드랩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 대마는 반드시 자기를 죽이러 올 거야
그리고 완전 각성을 이룬 대마를 당해내는 것 등
아르티아가 재림이라도 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그렇다면 최선은 루기스가 앞장서서
마인 쥬네르바와 라브르를 살해한 뒤 미각성 브리간트의 목을 베는 것이였다

당연히 샤드랩트는 위험하니까 손수 하려고는 안하고
웬만하면 루기스가 다 해달라는 게 속마음이였다

속마음을 숨기면서도
브리간트가 깨어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샤드랍트는 솔직하게 말했다
루기스는 전쟁터에 시선을 준 채 화답했다




"브리간트가 깨어나고 재해가 일어난다면, 어쩔 수 없겠군
이기면 어떻게든 되겠다만, 못 이기면 포기하고 도망칠 수 밖에"



그 밖에 무엇이 있느냐고 루기스는 샤드랩트를 돌아보았다

그래서는 안 돼
샤드랩트는 쓴 벌레를 씹는 표정으로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루기스는 인간 병사들의 마음을 먹고 사는 것 같았다
그 결과 대마가 눈을 뜨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마인에게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불만이 역력히 드러난 샤드랩트를 옆에 두고
충격을 드러낸 쪽은 오히려 도하스라였다

도하스라는 마안의 창끝을 샤드랩트에서
루기스로 바꿔치기하고,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렸다
그리고 루기스의 말을, 가슴속에서 차분히 반복하고 있었다




이때에 이르러 도하스라는
루기스가 마인으로 변해 잃어버린 것 중 으뜸가는 것을 파악했다

지금의 그에게는 저주로 여겨지던
체념에 대한 살의와 증오가 존재하지 않았다

도하스라는 사실 어느새 다른 인간이 루기스에게 품는
감정을 가슴에 가득 차게 하고 있었다

아르티아에게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라면 마인을 토멸하고, 대마가 깨어나기 전에
혹은 깨어나더라도 어떤 일을 이루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야말로 일찌기 아르티아나 오우후르에게
품고 있던 것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마성으로서는 참 좋은 일일 것이다

자신보다 힘이 강대한 자가 있다면
마성은 원칙적으로 종속되거나 포기하고 도망가버린다

어쨌든 많은 마성은 보다 강대한 자 아래서 위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자에게 맞서 창을 겨누는 것은 아르티아가 가져온 인간만의 특권

말 그대로 루기스는 마인을 죽이기는 할 것이다
그는 마인에 항거하는 눈앞의 인간들에게 일종의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마가 군림한다면,
선두에 서서 반항할 만한 의지는 없을 것이다
아마 의미 또한 존재하지 않는 거겠지



왜냐하면 그는 마인이지
본질적으로는 인류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하스는 침을 삼켰다...정직하게 말하면, 그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았다

어쩌면 브리간트가 이 볼버트 왕조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아르티아의 뜻에 따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 자체는 나쁠 건 없다

그러나 그럴 경우 아마도 인간 모두를
증오하는 브리간트는 침공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시국가군, 그리고 문장교가 본진으로 하는 갈라이스트 왕국까지
단숨에 잠식할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루기스를 잃은 인류에게
대마와 마인에 대항할 길은 없을 것이다
거인인 카리아도, 엘프의 여왕도
루기스가 없는 이상 인류에게 기여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니까

많은 인간이 무참히 목숨을 잃는 것은 도하스라에겐 상관 없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도하스라의 주인이었던 팔로마 바샤르도 죽는다는 것이다



그건 썩 좋지 않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말한다면
도하스라는 팔로마라는 인간이 싫지는 않았다

시기심에 시달리면서도 탐욕스럽게 지식을 끌어들이는
팔로마의 모습을 도하스라에겐 경멸할 가치가 없다고 믿었다
게다가 몇백년간 도하스라는 감옥장 파수꾼을 해왔지만
그 중에서 솔직하게 말을 주고 받은 것은 그 정도 였다

잃고 싶지 않은 인간인 건 분명해
그러니까 이번 전역의 참전에 있어서도
도하스라 팔로마의 신분 보증을 요구한 것이였다

샤드랩트와 도하스라
두 마성이 서로의 배경에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속셈은 차치하더라도 어떻게든 눈앞의 마인을 움직여야 한다고
그 의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였다

그 순간 마치 때맞춘 듯 루기스가 말했다






"오, 새대가리가 나타났다, 하늘이 그렇게 좋은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루기스의 시선을 두 마성이 쫓았다
그 앞에는 아득한 상공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는 마인의 모습이 있었다

쥬네르바는 흘겨보는 태양의 모습으로
주위에 큰 양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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