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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2화 - 원초의 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2화 - 원초의 악 -

개성공단 2021. 5. 4. 18:26





원초의 악

요컨대 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행된 악행, 그것은 무엇일까.

이유 없는 폭력인가, 악의적인 허위인가, 끝없는 약탈인가

아니, 그 어느 것도 아니였다
말하자면 그것들은 모두 파생된 악행에 불과했다
나쁜 일에 높고 낮음이 있다면, 모두 낮은 악행들


올바른 신이 만들어 낸 세계에서
나쁜 일이 행해진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 심하지 않은가

신은 절대적인 존재
그 손에 들어오는 세상은 모두 신의 시야 안에 있다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든 것이 필연
그렇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악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은
신이 일어나기 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틀림없는 악이 일어나 버린다고 한다면



그것은 신이 죽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문헌조차 남아 있지 않은 가장 오래된 신화
세상에 악이 초래된 것은 최초의 자가
최초의 신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된 후에야 비로소 생물에게 죽음이 주어졌다
그리고 악과 정의가 거기서 태어났다

원초적인 악이란 결국 최초의 살해행위,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였다



마인 루기스는 대마 브릴리간트의 목 언저리에 올라가 원전을 치켜들었다
바람이 윙윙거리며 그의 뺨을 가르고 공기의 압력이 체구를 꽁꽁 묶었다

하물며 브릴리간트가 그 거구를 날뛰게 한다면
더 이상 제대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비유하자면, 폭풍우 속에 서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태연히 그는 거기 있었다
그리고 전우에게 동의라도 구하는 듯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밤하늘이 그 모습을 비추고, 그의 뺨을 어둠으로 감싸갔다




"안심해, 브릴리간트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것은 오늘이란 것이지"





루기스는 손목을 흔들어 마검을 움켜쥐었다
이제 그를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지 브릴리간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 적이 있다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아무래도 무시무시한 존재
뭔가가, 오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야 한다

대마로 살아온 브릴리간트에게 그것은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아르티우스와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런 감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용의 포효가 산을 넘어 하늘을 진동했고
폭풍의 돌풍이 그 양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루기스는 입술을 매끄럽게 움직였다
브릴리간트의 브레스는 이미 늦은 때였다




"원전해제, 브리간트 넌 위대했어
하지만 내가 만난 건 아르티우스에게 당한 시체일 뿐이지"




보라색의 마검이 거룩한 극광을 발하며 단숨에 용의 거구를 참획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한 광경이였다
단지 목덜미로 휘두른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 검이
전신을 관통한 감촉이 분명히 있었고
그렇게 브릴리간트의 역린이 산산조각 났디

시간이 숨넘어가는 것처럼 순간의 공백을 낳았다
하늘도 땅도 그때만큼은 숨을 죽이고 평온을 감수했다

그렇게 다음 순간 멈춰 있던 톱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목소리가 아닌, 그저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공기를 흔들리게 할 정도의 엄청난 진동이였다

브릴리간트의 거구가
지금까지 발한 적 없는 일그러짐을 흘리고 있었다
다음에는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대지가 기울었다

그래야 세계는 이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브릴리간트라는 이름의 불사룡이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는 것이였다

심장 잃은 그날 나타났어야 할 죽음이
수백 년이 지나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열인지 절규인지 모를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그저 비명이라 부를 정도였다

그래도 여전히 브릴리간트는 멈추지 않았다




대마라는 자부심 때문도 아니고, 통증 때문에 신음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저 그는 아무것도 몰랐을 뿐이였다
용은 죽음을 모르고 두려움을 모르고 멈춤을 몰랐었다

이제 죽음을 경험해 본 적 없는 그 체구가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브릴리간트는 그의 두 눈을 부라렸다
평소 같으면 기민하게 반응했을 두 날개는 움직이지 않았고
목구멍에서는 브레스도 나오지 않고, 손톱과 이빨은 부서지고 있었다

천성룡의 모든 것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였다





죽음을 초월한 멸망이 여기에 있었다





 ◇◆◇◆





구릿빛 용 샤드랩트는 기적을 봤다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이 세계에 기적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인간이... 마인이 된 그가
죽음을 모르는 공허의 브릴리간트에게 죽음을 안겨주었다
놈의 원전 일각을 잡아먹은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원전으로 이룬 것이겠지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을 살해하게 하는 권능, 원초의 악


브릴리간트의 절대무구했던 체구는
그 원전으로 인해 죽음을 되찾았고
심장을 앗아간 사실로 인해 멸망하려 하고 있었디

어떤 강자도 죽이지 못한 존재가, 단 한 번에...

찌릿찌릿 목덜미가 저리는 것을 샤드랩트는 느꼈다
그녀는 기적을 본 감개무량과 동시에 한 가지의 생각을 이끌어냈다




원전이란 소망의 현현이지만
소망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만큼 만능은 아니다
영혼이 그릇이 되고 의지가 그것을 관장한다

의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원전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는
원전으로써도 하늘을 날 수 없고
싸울 수 없다고 판단하는 자는 원전으로써도 싸울 수 없다

그러나 루기스는 죽음을 모르는 용을 그 원전으로 죽여 보였다

그것은 그가 신조차 죽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샤드랩트는 자신도 모르게 등골을 접었다
분명 그는 아르티우스조차도 죽일 수 있다고 확실히 믿고 있다
만약 아르티우스와 적대하게 된다면 주저없이 마검을 휘두를 것이다

어딘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치명적이라니...
샤드랩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서, 뺨을 치켜 올렸다
지금은 루기스 건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것은 저 신의 일각이 멸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것을 흉내내던 샤드랩트의 피부가
구리의 비늘을 되찾기 시작하고 있었다
서서히 몸이 용의 그것으로 바뀌어 갔다
손가락은 예리한 손톱으로 바뀌고
등에 기른 날개가 더욱 강대한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온전한 용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얼마 만의 일일까
비룡 같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예전 모습대로라면 수백 년은 지난 것 같았다

어쨌든 브릴리간트가 언제 부활을 이룰지 몰랐기에
이 몸은 계속 숨겼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샤드랩트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는 흥분으로 두근거렸다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브릴리간트는 어딘가에서 멸망을 맞이할 것은 확실해
본래의 자신이라면 그것을 선택했겠지

하지만 지금이라면 틀림없이 단숨에 부숴버릴 수 있다
이제 브릴리간트는 그저 죽음을 아는 괴물이 되었다
신에서 그저 용으로 전락해 버린 거야

샤드랩트, 구릿빛 용의 여왕은 위대한 용의 모습을 나타내며 입을 열었다





"루기스는 네게 죽음을 주었어, 그렇다면 나는 네게 멸망을 주겠어"





커다란 불 덩어리가 그녀의 입에서 연달아 쏟아졌다
낯익은 마인이 있는 곳은 피했지만, 이제 거기에 억제란 없었다

그녀는 천 년이 넘는 억압에서 풀려나온 기쁨을 힘껏 만끽하고 있었다





"아아, 브릴리간트!
이로써 네가 사랑한 용족은 멸망했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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