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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34화 - 최고의 선물을 당신에게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34화 - 최고의 선물을 당신에게

개성공단 2021. 5. 6. 01:35






갈라이스트 왕국 왕도 아르셰

마인에 의한 함락으로부터
부흥을 이뤄 다시 흥륭을 맞이하고 있는
이 도시는 오늘날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짐을 나르고
여자들은 꽃다발을 들고 맞이했다
음악이 가도에 울려 퍼졌고 화가들은 앞다퉈 붓을 들었다

오늘은 공주 필로스의 친정군 및 영웅 루기스가 이끄는 선발군의 귀환
바로 개선식이 열리는 날이였다

도시 전체가 성대한 축하회장이었다
구름같이 사람들은 모여, 새로운 시대의 조짐을 기뻐했다



한번은 무너졌던 갈라이스트 왕국이
이제 영광을 되찾아 동방 원정을 이뤘다.
영웅은 칼날 아래 대마를 내리쳤고
공주는 원수인 볼버트군을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국으로 삼은 것이였다

이것을 성공이라 하지 않고서 무엇이라 할 것인가

공주 필로스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채
민중의 환호를 받으며 가도를 나아갔다
여느 왕족과는 달리 마차에서가 아니라 
말 위에서 백성들에게 화답하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은 겉치레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한숨이 그녀의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이제야 한숨 돌렸내요, 공주"




필로스의 조금 뒤에서
말을 걷게 하던 성녀 마티아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웬만한 목소리로는 이 함성 속 주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밀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실내보다 훨씬 말하기 쉬웠다




"그래, 이제서야 겨우..."




그녀가 하는 말에는 강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한 도시 영주로부터 첩의 공주로 추앙받았고
필로스는 늘 모래알 자리에 있었다

언제 무너져도 알 수 없는 발판에서
필사적으로 귀족과 주변세력을 견제해야 하는 날들은
한숨 돌릴 틈도 없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필로스는 하나의 성과를 올렸다
실적 없는 계집애에서 군주로서의 의무를 다한 자가 된 셈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리해야 할 과제나 귀찮은 일이 산적합니다
시민들은 영광으로만 돌봐주지 않습니다
평화와 먹을 것이 없으면..."


"……그렇지, 알고 있어."





성녀 마티아의 충언에 너도
그 귀찮은 일 중의 하나라고 필로스는 말하진 않았다

아무리 억센 여자라지만 
필로스는 마티아를 지금 잃을 수는 없었다
순간 시선을 그녀의 반지에게 주며 필로스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필로스의 과제는, 신체제 만들기였다

루기스가 돌아온 이상 필로스는 대관을 이룬다
명목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갈리스트는 신왕국을 맞이하게 된다

대관식에 따라 신왕국은 구왕국과 결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새로운 정치 체제의 구축은 급무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야 할 문제가 필로스에게는 있었다

즉 누구의 손에 원수 지팡이를 넘기느냐다




개선식과 축하식 일행을 마친 뒤
이번에는 집무실 안에서 글자 그대로 산이 된
양피지를 앞에 두고도 필로스는 입술을 으르렁거렸다

신왕국을 자처하는 이상 군 재편성은 필수사항
지금처럼 비상시라고 임시편성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수는 국가 군사의 정점에 위치한다
만약 어설픈 사람을 두면 그것만으로 국가가 흔들릴 것이다

이는 이미 정치의 영역이었다
쉽게 결정해서 좋은 것이 아니였다는 것이였다




"실례하겠습니다 공주님, 대관식 날짜 때문에 왔습니다"




후보 중 한 사람이 수염을 훌륭하게 기른 이 남자

귀족의 두령, 비오몬도르 가가리

필로스를 가장 빨리 모셨고
왕도 탈환전에서도 재빨리 돌격을 개시한 공로자

판단을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지만 유능한 것은 틀림없었다

지금도 정무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그였다





"비오몬도르 당신, 만약에 원정길에 제가 죽었다면 어떻게 했을 건가요?"




비오몬도르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턱수염을 움직였다





"영지에 틀어박혀 다시 흐름만을 보았을 것입니다
공주가 숨을 거두면, 왕도를 다스릴 정통 후계자가 없으니까요
혼란의 와중에 왕도 역시 가치가 없어질 겁니다"





새 양피지를 내미는
그는 생각하는 내색도 하지 않고 술술 대답해 보였다

결국 이미 그럴 경우를 다 헤아리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이기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남자


신왕국에서 비오몽도르야말로 귀족들의 우두머리였다
그를 원수로 하면 귀족들을 길들이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귀족 파벌의
영향력 확대를 허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또 한 명의 후보는
구 갈라이스트 군의 대장이였던 리처드 퍼밀리스
신왕국의 갈라이스트군의 부대장이나 병사들은
대부분 옛 갈라이스트군 출신들이였다


리처드는 아직도 이들의 지지가 높고
그가 원수가 되면 군인들은 새 군주에게 더욱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방심할 수 있는 곳이 리처드라고 필로스는 보았다

비오몽도르는 이익만 따지지만, 리처드는 군주를 능가한다

부족함이 느껴지면 손바닥을 뒤집을 것이다
그에게 충성의 마음이 있다니, 도저히 필로스는 믿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면서 필로스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나 스스로도, 감히 다른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구나



한 도시의 영주에 불과할 때는 주민도, 가신도 믿으려 애썼다
바른 모습을 보이면 모두들 반드시 바르게 섬겨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남을 의심하는 것과 남을 원망하는 것을
필로스에게 가르쳐준 남자도 원수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루기스, 대마 브리간트를 살해한 영웅, 이제 왕국의 상징 중 하나

그가 원수 지팡이를 잡고 기뻐하는 것은 문장교일 것이다



갈라이스트 왕국과 문장교의 연결고리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그 여우는 더욱 권세를 잡으려고 획책할 것이다

필로스는 외안경을 고쳐 쓰며 자신에게 타일렀다




"이건 정치야... 정치... 저울 같은 거 말이지..."




이제 필로스는 여왕이 된다
귀족 파벌, 구 갈라이스트군, 문장교
핵심 세 세력의 고삐를 잡고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서는 안 된다
냉철하고 냉정하게 절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브루더... 브루더 있죠?"





호위로서 루기스로부터 빌린 브루더를 목소리로 불렀다

그녀가 좋아서하는 호위를 하고 있었으니
아마 자신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녀의 솜씨는 분명했다
몇 차례 밀정인 듯한 사람이
필로스의 주위를 맡아다닌 적이 있었으나
전원이 그녀의 바늘에 찔려 죽어버렸다

아마도 필로스 주변의 정보 수집역도 겸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목소리가 들리는 근처에 있었다




"네, 여기 있습니다 공주님, 설마 밥 시간인가요?"


"아니에요 멍청씨, 밥은 맘대로 드시시고, 물어볼게 있어요"





브루더의 목소리는 잔뜩 언짢아 보였다
루기스가 돌아왔다는데 그곳에 못 나가는 게 얼마나 초조한지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은 일
그녀는 용병다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당신의 고용주인 루기스에게 원수가 되라고 하면
그가 어떻게 반응할 것 같으신가요? 기뻐할 것 같나요?"





브루더는 천장에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말했




"싫어할 거에요,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든가
그런 책임은 질 수 없다던가 말이죠, 늘상 있는 일이죠"





필로스는 작게 턱을 끌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루기스는 싫어하겠지
반드시 거절한다
어떻게든 역할을 내팽개치려고 할 것은 뻔했다

어쩐 일인지 그는 영광을 멀리하려는 것이였다
그를 원수로 추천한들, 반드시 그의 뜻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고 필로스는 미소를 지었다

드시 그 남자의 손에 원수 지팡이를 넘겨주겠어

필로스는 볼을 심하게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흰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뜨고 생각했다



루기스, 당신이 나를 옥좌로 데려온 것이에요
약소귀족 계집애를 자신이 이용하기 위해 공주로 삼았었죠

그렇게 당신이 이용하기 위해, 저는 대관을 하게되었어요




이런 자신에 대해 루기스가
형언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필로스는 알고 있었다
필로스가 정상에 오를수록 부풀어 오를 게 분명했다

왕의 길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였디
가시밭을 계속 밟아 결국에는 목이 잘릴 것을
각오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였다

루기는 자신에게 그 길로 말했었다
그런 것을 떠올리며 필로스는 크게 웃었다



좋아요, 당신이 그렇게 원한다면 피투성이가 되어 길을 걸어 드리죠
당신에게 영광을 주고, 당신과 함께 걸어드리겠어요

그리고는 다 끝난 뒤에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피투성이가 되고 소소한 행복마저 내던지면서까지
당신에게 이용당한 덕분에 무사히 훌륭한 여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내 인생을 망쳐줘서 말이에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어떤 얼굴을 해 줄까?





분명 그 남자에게는 두번 다시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생길 것이다
내 상처는 죽을 때까지 그 남자를 괴롭힐 것이다

그런 확신이 필로스에게는 있었다





"아하하하하! 그래 원하는 대로 해주지
하지만 나도 보답은 받아야 겠어"





공주 필로스는 펜을 들어 서명을 했다
원수 지팡이를 넘겨야 할
상대방의 이름이 양피지에는 새겨져 있었다


아시겠지만 여기서 원수는 적을 뜻하는 원수(怨讐)가 아니라

한 단체의 최고 통치권을 지닌 사람, 여기서는 국군의 사령관을 뜻하는 원수(元首) 입니다

루기스는 아주 그냥 제대로 걸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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