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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31화 - 하나의 분기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31화 - 하나의 분기점 -

개성공단 2021. 5. 6. 00:39





간신히 일단락됐다

성녀 마티아는 볼버트 왕조에 주어진 객실 중 하나에 몸을 맡겼다
요즘 너무 바쁜 걸

볼버트의 어린 공자 대관
화목과 협동 선언의 발포
그 외의 통상 협정이나 향후 방침의 결정까지

정식 결정과 문서 서명에 이르기까지 밤을 꼬박 새웠다
마티아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완연하고
화장으로 가리고는 있지만 짙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국가와 국가간의 결정치고는
원활히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볼버트 왕조라는 국가가
당연히 협상에 사용할 체력을 상실했기 때문이였다


전면 항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갈라이스트 왕국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 점이 화근이 되지 않도록 손을 잡는 게 마티아의 역할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점에 있어서도
루기스라는 이름의 효력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는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와 직접 손을 잡고
사익을 무릅쓰고 마성정벌의 위업을 이뤄 보였다

그 영웅이 조정자라면 하고
말을 아낀 볼버트의 고위 관리도 많았다
그의 존재 때문에 낙이 생긴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마티아는 생각했다
더 이상 루기스라는 영웅을 불안정한 자리에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겠군

마티아는 의자에 주저앉으며 방을 훑어갔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색은 아직 없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달콤한 술을 입술에 스며들게 했다
동시에 뺨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마티아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때든 문장교의 성녀는 냉정하고
계산한 후에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기울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잘된 탓인 경우도 있었다
그녀의 볼이 자신도 모르게 치켜올라가고 있었다

마티아는 대관식에서도
서명식에서도, 루기스를 갈라이스트 왕국과
볼버트 왕국의 귀속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게 했다



그가 두 나라의 조정자로 있는 일이
가장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였다

양국은 마티아의 말을 받아들였다
결국 그것은 아직도 루기스가 문장교의 것으로 인정하게 한 데 가까웠다

그리고 루기스는 문장교의 조정자로서 문서에 서명을 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사건이였다

나중에 꼭 이것을 확정짓고 싶군




그것이야말로 세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루기스가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마티아는 알고 있다
그는 저주처럼 어떤 것에 소속되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떨까
진정으로 루기스를 위한다면 그도 받아줄지 모른다

기대는 충분히 있다
거절당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마티아가 고뇌의 한숨을 내쉬며
잔을 탁자에 내려놓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사람 불러놓고 먼저 술을 마시다니, 말을 할 수 있겠어?"


"거의 안 마셨어요
제가 정신없이 취할 것 같아요?"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





루기스는 어깨를 움츠린 채 대답하고 마티아의 대면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것은 볼버트 왕조 특유의 고급주
강하게 취하지는 않지만 달콤한 맛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런 것들이 그의 취향임을 마티아는 알고 있었다

마티아는 애써 가볍게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당신 생각에 골치를 썩였어요"





그래, 여기엔 둘밖에 없어

카리아는 부대 재편제를 시행하고 있고
피에르트는 볼버트 사측 집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주 필로스는 아직도 반복되는 피로연에 참석 중

그리고 무엇보다 핀 엘디스의 목걸이도 루기스의 목엔 없었다
오늘은 정치 이야기라고, 그에게 사전에 얘기해 둔 것이였다




"미안해, 결과가 좋았으니 용서해줘"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계속 말하다 보면 머지않아 실패를 하게 될 것이에요"





루기스가 선선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자
마티아는 우스운 듯이 볼을 느슨하게 했다
아마도 그도 자신이 이 대원정을
탓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였다

게다가 일부러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 마티아는 기뻤다
루기스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마티아와의 약속....
제멋대로 하지 않겠다는 언약을 기억한다는 증거였기에 말이다

루기스는 호들갑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정치 얘기였지, 마티아?"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루기스는 두 손을 들었다
그래서 마티아도 뜻대로 말을 바꾸기로 했다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던 말을, 천천히 뽑아 갔다





"루기스, 세상은 당신 뜻대로 됐습니다
언젠가 말씀하셨죠? 마성에 항거하려면 각국이 서로 결탁해야 한다고
아니... 말이 아니라 편지였었나요?"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채 마티아는 루기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 술을 기울인 모습으로 이쪽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공중정원 가자리아에 남방국가 일리저드
그리고 동방의 볼버트 왕조, 완전한 동맹이라 하기엔 무리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마성에 대해 연합에 가까운 체재를 구축했습니다
이것도 당신의 활약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게 전부 나 혼자 할 수 있었다면 멋지겠지만
뭐 그런건 아니야, 모두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지"


"그런가요"




루기스 특유의 표현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듯 마티아는 말을 닫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에요
각국은 당신이라는 영웅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 정도는 알고 있으실 거에요, 그리고 이 연합체는
당신 혼자만의 의지만으로 사라질 수 있죠"



"...위협하는 듯한 말을 하는구나, 마티아
잘 처신하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알고 있어."




한 박자를 내려놓고 마티아는 입술을 다듬었다

그녀의 심장이 묘하게 뛰고 있었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러기 위해선 당신이 문장교 영웅으로 서주시는 게 제일 좋아요"





루기스는 마티아의 말을, 턱을 괴고 듣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몸짓을 취하며 말이다

마티아는 그것을 받아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께 사죄를 할 것이 있어요"




...사과?
그렇게 루기스의 말을 듣고 나서
마티아는 자신의 손가락에 낀 황금 문장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시선을 루기스가 낀 문장 반지를 향했다

루기스가 마티아의 시선을 쫓아가듯 자신의 반지에 시선을 던졌다




"갈라이스트 왕도 함락 작전 때
저는 당신에게 약속으로 반지를 교환하라고 강요했지요"


"아 배신 안하겠다는 거였었나...? 기록관도 부르고 말이야"





루기스는 그런것을 지금 생각하니 웃음마저 지어졌다
내가 감히 배신 같은 그런 대담한 짓을 저지르겠냐고

마티아는 고개를 저으며 루기스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어요
반지 교환은 문장교도에게, 영혼의 교환이자 약혼의 맹세입니다"





루기스가 잠시 표정을 짓더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의 눈동자를 보면 그의 속에서 혼란이 터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소리야 너, 하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혼란시켜 버리는 것도
마티아의 상정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마티아는 내동댕이쳐진 루기스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시선을 모아 입술을 움직였다

그 후로 수없이, 수없이 연습한 말을 마티아는 했다
그녀의 볼이 수치로 물들었지만, 그래도 더 안간힘을 다해 말했다.




"루기스, 다시 한 번 말할게요
약혼을 하죠, 저와 당신 사이에서 말이에요
그것은 세상을 안정시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입니다"





그동안의 대화로 인한
루기스의 반응이 모두 얼어붙은 듯한 기색을 마티아는 보였다
그러나 그 속마음은 너무나 초조와 긴장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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