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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9화 - 소유권 투쟁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9화 - 소유권 투쟁 -

개성공단 2021. 5. 6. 00:07





그것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유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발레리 브리트니스가 마지막 마성의 목을 쳤을 때
그 사나이는 바로 등뒤에 있었다

평소에는 사나운 짐승 같은 존재감을 발하는데도
싸움터에서는 묘하게 기척을 죽이는 괴상한 남자였다

사내는 창에 두 손을 기어가며 달아나는 마성의 무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우, 브리트니스 정말 좋은데?"


"이 녀석... 기사라면 솔직하게 말해라"




발레리를 쳐다보며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쓴웃음을 어깨에 보였다

좋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 그대로
발레리든 가르라스든 성녀로 임명된 수호자이자 군 지휘관이였디

몇 개 무리를 소탕했다고는 해도
마음대로 자리를 떠나도 되는 신세는 아니였다

결국 가르라스가 일부러 여기에 있다는 건
뭔가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발레리는 자신도 모르게 언짢은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발레리는 가르라스와 마음이 맞지 않았다

발레리가 항상 국가의 방패요 검이다 하는데 반해
가르라스는 어딘가 경박하게 느껴졌다
아주 그렇지는 않지만 뭔가 충성스러운 충절을 다한다는 성질은 아니였다
성당 기사 따위의 배역을 원했던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가르라스는 발레리의 가슴을 뒤로 한 채
외투를 펄럭이며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너는 그 두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
수호자니 영웅이니 하는 것 자체로 말이야"





역시 가르라스는 기사답지 않다는 게 발레리의 생각이였다
기사라면 보다 사실만을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마가 망하고 구교가 망한다면 그걸로 상관없어
가르라스, 넌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건가?"


"미안한데 말야, 난 너만큼 진지하게 생각을 하지 못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뒤에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추측을 해버려서 말야
...저 두 사람이 제대로 된 인간인 것 같아, 브리트니스?
나는 그렇지 않고, 뭔가 마성에 가까워 보인다 말이지"




그 두 사람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발레리에게도 짐작할 수 있었다



즉 발레리와 함께 수호자로 임명된
사도 질루이 하노와 성당 기사 헤르트 스탠리

선택한 기준은 성녀와 신만이 알 텐데
솔직히 둘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발레리가 보기에도 그랬다

질루이는 원래는 단지 수녀에 지나지 않았던 여자였다
마법사 가문도, 군사에 관련된 사람도 아니었다

런데도 성녀에게 사도로 임명된 이후로는 
혀 다른 사람처럼 그 이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래... 진짜 다른 사람처럼 말이지
헤르트 스탠리에 관해서도 비슷한 얘기를 발레리도 몇 마디를 들었었다

물론 드문 신앙의 결과라고 말해 버리면 상관없겠지만
분명히 이상하고 기분 나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가르라스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과정과 결론 중에 더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생각헤
잘못된 과정이라면, 잘못된 결과밖에 나오지 않을 테니까"

"가르간티아, 거기까지 했으면 좋겠군... 난 못 들은 걸로 하겠다"





마법갑옷을 걸치면서 발레리는 가르라스를 향해 말했다
그는 입술을 다물며 발레리의 볼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유쾌하군, 네가 그렇게 신앙심이 두터운 줄은 몰랐어
오히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발레리는 무심코 마법갑옷 사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이 사람으로부터 그런 정당한 평가를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짐승 같은 남자에게 말이다

그래서 발레리는 입을 놀리며 말했다
마법갑옷에서 커다란 눈동자가 보였다




"가르간티아, 분명히 뭐가 잘못됐는지도 몰라
그걸 우리들은 뻔히 보고도 놓쳐 버렸을지도 모르지"




발레리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어떤 실수라도 달라지는 건 없어
구교도들이 설치는 것은 무엇보다 치명적이니까"





놈들이 없었다면 세상은 더 편안했을 것이고

놈들이 없었다면 세상은 더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놈들이 없었다면
맹우인 리처드는 자신의 옆에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놈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모두 최악이다
광적일 정도로 증오를 응축한 듯한 목소리로 발레리가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그녀의 말 이상으로
그녀의 속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





갈라이스트, 문장교 연합군의 대천막
무거운 공기가 팽팽한 가운데, 뚝뚝, 말이 흘러내렸다





"좋아, 요컨대 엘프와 적대를 하고 싶은 거지?
아주 아주 정말로 싫증이 나는 군"





엘프의 여왕 핀 엘디스의 맑은 목소리가 천막을 뚫고 나왔다
순간 누군가의 표정이 삐걱거리고 그 등줄기에는 싸늘한 땀이 기어갔다

엘디스의 음색은 결코 농담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성녀 마티아





"그건 오해입니다, 핀 엘디스
우리는 결코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분위기를 달래려는 지극히 냉정한 목소리
동시에 두 번째로 반응한 것이 있었다





"아니지 성녀 마티아, 오해가 아니잖아
화근은 결코 뒤로 미루면 안 돼는 법이야
그는 볼버트의 사신도, 엘프의 기사도 아닌
갈라이스트 왕국에 속하는 자잖아? 그렇지?"


"네, 문장교의 영웅입니다, 공주"





응한 마티아의 목소리에
이번에는 필로스의 흰눈이 치켜올라갔고 외안경이 기울어졌다
긴박한 공기가 누군가의 폐를 무겁게 하고 저림마저 일으키게 했다

그 자리는 물이 넘칠 뻔한 용기에 가까웠다
조금만 더 쏟아 부으면 경계를 넘어 모든 것이 치명적으로 무너질 터였다

단지, 누군가가 앞으로 한 걸음...
이 아니라, 근소하게 만류하는 것에 지니지 않는 광경을 펼치고 있었다


세 세력의 지도자가 모이니 이런 꼴이 나는 것이였다
공기가 터질 듯한 천막 속에서 나는 구원을 찾듯
리처드 할아범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아범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아무래도 내 의지가 통한 것인가?
할아범은 말없이 눈짓만으로 내게 신호를 보냈다



네가 어서 정리해





이런 젠장할

내가 왜 이런 끓는 냄비 같은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가
그건 언제나 안의 일이었을 텐데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늘 밥이나 술을 사줬는데 이럴 때만 종적을 감추다니
틀림없이 왕도에서 싱글벙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녀석은 아무튼 그런 여자였으니까





"지금은 그런 걸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
볼버트 왕조는 연합군이 적이냐 아군이냐로 전전긍긍하고 있어
그러니까 어서 사자를 보내도록 해"


"글쎄, 루기스 나도 그러고 싶다만은
그러니까 그냥 네가 내 기사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돼"





엘디스의 환영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뒤엎고 나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 웃는 얼굴에서 야릇한 분노를 느끼는 건 기분 탓일까
아무래도 날 놓아줄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뭐, 직성이 풀린다면 그 정도야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러나 내가 입을 여는 순간에 마티아가 말을 가로챘다





"아니요, 그가 문장교의 영웅이라는 건 이미 내외에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계약도 되어 있는 이상
불필요한 혼란을 낳는 건 피해야 할 것입니다"





계약이란 건 무슨 소리일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문장교와 어떤 계약을 맺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마티아가 일부러 말을 꺼내는 이상
무엇인가 의미가 없다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다시 천막 안이 저릴 것 같은 긴박함이
얼어붙을 무렵에야 한 장성이 소리를 냈다
모두가 견디기 힘들었던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군 관련 문제로 되돌리려는 것 같았다





"공주 전하, 이것은 좋은 기회입니다
볼버트 왕조가 혼란의 도가니에 있다면 점령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볼버트 왕조는 도시 국가군으로 침공한 나라이기에 명분도 있습니다
앞으로 마성과 싸우는 데 있어, 후방의 염려도 없어질 것입니다"




장성이 열기를 뿜어내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말 한 마디에 무엇으로 되돌아간 듯
모두의 얼굴이 예리함과 열을 되찾았다
한순간 피에르트가 검은 눈동자를 흔드는 것이 보였다

장성의 말은 정당한 것으로 들렸다
비록 볼버트 왕조는 마성에 의해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침공적인 행위를 한 나라이기도 했다

그 점에 대한 반격행위로
수도를 함락시키면 만반의 태세로
향후 마성에 대해 함께 협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훌륭했고,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았다

군 사령관 필로스가 검은색 군복을 입고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공주에게는 장성의 말이 일고의 가치가 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루기스, 네 의견을 듣고 싶어
나는 나에게 왕관을 씌워 준 사람이잖아
나의 영광을 위해서 한 번 말해줘"




나는 필로스의 말에 뺨을 찌푸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물론, 내가 한 짓이긴 하지만
나 말고 좀 적당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필로스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가시 돋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어금니를 몇 번 갈다가, 목소리를 가다듬어 입을 열었다




"글쎄, 이젠 인류끼리 전쟁을 할 틈은 없어
기어코 하겠다면, 난 볼버트 편에 붙어버릴꺼야"





필로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볼버트의 사신을 맞이하라"






필로스의 말에 따라
장성과 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이 있었다

혹시 지금 나는 필로스의 손에 의해
장대하게 책임을 짊어진 것은 아닐까

옆에서 카리아가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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