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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8화 - 선택된 영웅 용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8화 - 선택된 영웅 용사 -

개성공단 2021. 5. 4. 22:48





나는 볼버트 수도에서 말을 달려 고삐를 당기며 시선을 올렸다

마군의 행군으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가도는 거친 모습을 보였지만
말 몇 필을 달리게 하는 정도면 충분한 넓이를 갖추고 있었다
가도 끝에는 갈라이스트와 문장교 연합군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벌써 꽤 수도 근처까지 행군을 마친 것 같았다

문득 카리아가 흘러내리는 은발을 곁눈질하며 입술을 튕겼다




"뭐, 그렇게 강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 않았어?
괜찮잖아, 사자 정도는 말이야, 어짜피 이야기 하러 가는 거니까 말야"





방에서의 마스티기오스와의 일막을 눈에 떠올리며 말을 쏟아냈다
비록 타국이라고는 하지만 평소에는 그러지 않을 정도로
카리아는 언어가 날카로워 있었다

카리아는 고삐를 움켜쥐고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너는 안 되는 거야, 자각이 너무 없구나
이런 일들은 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말이야"




정정하자, 역시 이 녀석은 언제나
신랄하게 말에 가시칠을 하고 독까지 바르는 녀석이야
조금 더 부드러운 말이라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마스티기오스라는 남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어느 나라에서나 장군이라는 직책은
그저 무용만을 자랑할 뿐으로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그렇겠지, 라고 카리아는
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서 고삐를 잡는 피에르트에게 말을 걸었다

피에르트는 순간 건성인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몇 초 뒤 천천히 턱을 끄덕였다





"……그래,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저 선량한 사람은 아니야
너를 사자로 삼음으로써 볼버트와의 관계성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몰라
나는 별로 상관없었지만 말이야"





피에르트가 모르는 척 그렇게 말하자
카리아가 일순간 시선을 강하게 한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볼버트와의 관계성을 나타낸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스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도 둔하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의 입장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고 
행동 하나하나까지 살피라는 것은 잔혹한 얘기가 아닐까
이래서 정치니 귀족이니 하는 존재는 싫은 것이다

이들은 은근한 일을 대대로 이어오다 보니
남의 사소한 동작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나 같은 빈민에게 그런 관습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눈앞에 비친 광경 자체가 어딘가 흔들린 것 같았다

문득, 생각하는 것이 있었는데
알류에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돌이켜보면, 이미 오랫동안 알류에노와 만나지 못했다
프리슬란트 대 신전에서 알류에노의 모습을 빌린
아르티아를 통해서 그녀의 모습을 본 것이 마지막이였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만나서 얘기한 것은
그 날 고아원에서 만난 이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벌써 몇 년이 지난 예전의 일...

나는 말의 고삐를 꽉 쥐었다
눈이 나도 모르게 가늘어져 갔다.

알류에노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언젠가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만 했지
알류에노는 스스로 대성교의 성녀로 불리는 지위에까지 올랐다

그동안 수많은 만남이 있었으며, 다양한 추억도 있었을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배 언저리를 스쳐 지나갔다
만약 그녀가 나 같은 것은 오래 전에 잊어버리고
성녀로서의 인생을 구가하고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차라리 진짜 영웅으로 살아보는게 나으려나



주위도, 나 자신도, 이 몸조차도 변해버린 지금
이제 나를 과거에 묶어두고 있는 것은 오직 알류에노 뿐이였다

갈라이스트와 문장교군의 천막이 시선 끝에 보이고 있었다
이제 십여 분도 안 돼 도착할 거리였다





 ◇◆◇◆





대성당, 신성하고 청렴하며 진실로
믿음이 깊은 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

일년 내내 눈을 맞으면서도
이곳만은 결코 마성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을 사람들은 신의 기적이라고 그렇게 불렀다

그 가장 깊은 곳
성녀를 위해 마련된 성전에서 누군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사람을 매혹, 매료, 타락시키는 마성의 미소
거기에 잇는 것은 한 사람 뿐인데 말을 걸듯 그녀는 말했다




"브릴리간트가 죽었어
이건 이제 자네의 개입만으로 끝낼 수 없는 문제네, 오우후르"





일찍이 대답했던 그림자는 이제 지금 여기에 없다
잠시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있으나 마나다 인 것인게
그에게 뭘 했느냐고 물으면 한 게 없다고
그렇게 대답할 게 틀림없을 것이니 말이다



"당연한 일이야, 왜냐하면 루기스가 한 건데, 난 상관없어"




아르티아 몸의 본래 소유자인 알류에노가 웃듯이 말했다
마치 아르티아보다도 그를 더 신봉하고 있다는 듯한 행동이였다

이런 천진난만한 웃음을 흘리면서도
그를 구하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
그녀는 틀림없이 성녀라 부를 수 있는 여자였고
기막힐 정도로 성스러운 존재였다




"알류에노, 넌 예나 지금이나 한 사람만 보고 있어
그 신앙이 자네를 성녀답게 하는 거겠지"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게 그런거 아니겠어요?"



여전히 유쾌한 목소리를 흘리면서
그러면서도 감정이라곤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행동으로 아르티아는 발을 동동 굴렸다

전에서 바깥 세상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조금 긴 복도를 지나면, 거기에는 또 문이 있었다
성녀를 가능한 한 비천한 세계로부터 멀리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르티아는 조용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네 사람의 그림자가 충성이라도 하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모두가 다 성녀에게 목숨조차 바치는 영웅 용자들
성녀들이 자신을 수호자로 인정한 사람들
아르티아는 노래하듯이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으세요
신은 당신들을 수호자로 인정하셨습니다
성서식을 거쳐, 정식으로 네 분을 수호자로 맡기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한 사람씩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갔다
너도나도 그 눈동자에 찬란한 빛을 띠며 시선을 성녀로 향하고 있었다





"……몸은 어떻습니까, 성녀님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만두세요, 가르라스
제 몸보다 당신의 몸을 중히 여기도록 하세요"



성당 기사가 된 가루라스 가르간티아는 고개를 들며 그렇게 말했다
성녀의 말에 자조에 가까운 표정이 떠오른 것을 본
가르라스는 다시 입을 열어보였다




"그건 내가 파악해요 성녀, 어쨌거나 안부로 물어본거에요"




이제 가르라스는 알류에노를 가희라고 부르지 않았다
성녀라고 정식으로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런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아마 그의 버릇 같은 것일지도...



"가르라스, 성녀님을 향해 그 말투는 좀 아닌 것 같군요
경의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어떠한 말씀이 있었다고는 하나..."



가르라스 옆에서 엷은 푸른 머리와 눈동자를 반짝이는
사도 질루이 하노가 말했다
광신을 느끼게 하는 눈동자의 색은
들여다보기만 해도 상대를 압도하는 무엇인가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신앙, 질루이는 오직 그녀에 대한 신앙만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발레리 브리트니스?"




파수꾼 발레리는 맨 마지막에 고개를 들고 있었다
보는 것 모두를 관통할 것 같은 날카로운 시선이 질루이에게 박혔다
질루이의 광신의 눈동자도 발레리를 휘감고 있었다.

서로를 잠시 쳐다본 뒤 발레리가 튕기듯 입을 열었다




"성녀께서 말씀하신다면 무엇이든지 상관없을 것입니다
상스러운 언쟁을 벌이는 것이 귀하의 신앙인가"




그 말을 듣고 질루이도 더 이상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한 표정으로 발레리를 바라볼 뿐

그리고 성녀가 그제서야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만두세요, 불화는 더 이상 안됩니다
이제 당신들은 수호자이자,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성녀의 눈동자가 금발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똑바로 성녀를 보고 있었다
성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헤르트 스탠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 발레리 브리트니스, 질루이 하노
성녀의 수호자 모두가 이곳에 모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위업을 이룰 것입니다"





한 박자를 놓고 나서 성녀는 말했다
누구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마 제브릴리스 및 일대에 몰려드는 마인과 마성
그리고 솟아나고 있는 가짜 영웅의 토벌을 명령합니다
당신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희망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네 명이 자신의 무기와 예장을 갖추고
성녀에게 충성과 절대의 성공을 맹세했다

재치와, 피와, 운명에 선택된 영웅들이 이곳에 늘어앉아 있었다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하겠습니다, 성녀 알류에노"







헤르트 스탠리는 금빛 눈동자를 황황히 빛내며
정의를 대변하는 듯한 몸짓으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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