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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5화 - 대의 있는 친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5화 - 대의 있는 친정 -

개성공단 2021. 5. 4. 21:49





볼버트 수도 공방전



그 마지막은 인류와 마군의 전역 전체를 내다봐도
여전히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로 가차없었다

각 군 부대장들이 일선에 서서
적에게 직접 지팡이와 칼을 휘둘렀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었지만
상처 입지 않은 장병은 더 이상 없었다

예비병력은 토해내고 부상자 회수조차 어렵웠고
이제는 부상자라고 부를 수 없게 된 병자가 데굴데굴 땅에 뒹굴고 있었다

마군의 공세는 극도로 치열했고
바로 전장은 지옥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마수에게 팔을 물어뜯긴 자
마조가 토하는 불길에 피부를 잃은 자도 있었ㄷ

지평이 밤을 끌고 와도 여전히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도시 내부의 에일린은 목이 멜 정도로 한 팔을 흔들었다
자유롭지 못한 팔을 꼭 잡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살아있네 에일린, 운이 강한 걸?"


"하인드. 당신보다 먼저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
죽어서 얻는 명예는 미미 하니까요"




두 장수의 입이 결코 여유에서 나온 것은 아니였다
이 죽음이 난무하는 자리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한 의식 같은 것이었다

전장의 광기에 물드는 것은 병사들이면 충분했다
지휘관마저 열기에 휩쓸린다면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안이한 돌격에 의한 자살이였다

에일린은 숨을 돌리며 마상에서 전선을 바라보았다
또 하나의 전선이 후퇴한 것 같았다

더 이상은 무리야



자신의 냉정한 부분이 그렇게 말한 것을 에일린은 들었다
군대라는 것은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일정한 손해도라는 것이 있다
부상자의 수를 감안하면, 그런 것은 훨씬 넘었다

더구나 이렇게 후퇴가 계속되면 사기는 최악이다
언제 전선이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에일린은 하늘을 올려다보듯
고개를 돌린 채 산더미를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줄곧 보아온 배핌스 산

지금 그곳은 용의 둥지
대마 브리간트가 거구를 약동하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언제 저 대마가 우리를 어지럽힐지도 모른다
그 공포 속에서 병사들은 싸우고 있다

이런 자리에 없다면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의 용기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에일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군사들을 도망치게 했어야 했나
어차피, 대마가 살해된다든가 하는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몇 번인지 모르는 문답을 에일린이 곱씹을 즈음에 그것이 울렸다

천지를 관통하는 지고의 용포

에일린에 하인드, 군대와 마군마저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니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하늘마저 뒤덮을 듯한 거구를 자랑하는 브릴리간트
그의 검은 체구가 밤사이 신음소리를 내며 추락했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에일린은 몇 차례 눈꺼풀을 강하게 깜박였다
시야 속에서는 변함없이 브릴리간트가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지가 흔들렸다

찰나의 공백
목소리가 사라지고 모두가 신화의 끝을 목격하고 있었다

어떤 장수는 이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사악한 용이 추락했다, 영웅의 손에 의해서! 우리들의 승리다!"







이 구절을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수도 공방전에서 누군가가 한 말이 분명하다고 기록되었다

그리고 브릴리간트가 추락한 그 순간부터 인류 측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





"......끝이군... 졌어... 늘 겪는 일이였지"






킬 바자로프는 그저 중얼거리듯 말했다
말 위에 있어서 그 소리는 아주 잘 울려퍼졌다
주위의 마수가 신음소리를 내며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잘 다루던 말 역시 마수
고개를 홱 돌려 킬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너는 못 보았느냐, 지금이라도 보거라
용이 떨어졌다, 이제 우리에겐 승산은 없다, 물러나자"


"아직도 전선에서 마수들은 싸우는데요?"



대답한 것은 마수가 아니라
인간이면서 따라온 부하 중 한 명이었다

마수들을 동정해서가 아니라
반란이라도 일으킬까 봐 걱정하는 말이였다

킬은 지극히 평상시대로 입술을 열었다
단지 눈동자에는, 감정을 소용돌이치게 한 것이 깃들어 있었다




"그럼 넌 남을테냐? 난 도망갈 거지만 말야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하고 부하는 수긍했다

킬은 재빨리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린다
이때 딱 한 번 수도 쪽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원래대로라면 밀고 나갈 수 있을 터였다
아무리 마스티기오스라고 해도
마인과 전역을 거듭하다 대마가 눈을 뜨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놈은 살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게 된 것은
이쪽이라고 킬은 입술을 쓰다듬었다
빨리, 재빨리 도망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반항의 싹조차 틔울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미 수도는 충분히 황폐해졌다
부흥에는 상응하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키... 킬님 국경 부근에 2만의 군이 탐지되고 있습니다"





짐승 얼굴을 든 코볼트가 달려와 더듬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인간에서 마수로 만든 게 못났는지
아직도 생긴 모습이 좀 안 좋은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척후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2만의 군세
어디의 군대인지 킬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설마 마성에 우호적인 군대는 아니겠지

이걸로 다 끝나버렸군
이쪽의 군세는 지금 아무리 좋아도 5천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로 치면 더욱 줄어들 것이다

5천과 2만
백병전을 하면 틀림없이 학살당할 전력차
킬은 한 손으로 눈꺼풀을 가리며 말했다




"죽기 살기로군! 이제 군은 아무 힘도 쓸 수 없다
각자 흩어져서 도망쳐라! 철수다!"



 

이 순간 볼버트 왕조를 함락시킨 마군은
잔당까지 포함해 완전히 제압되었다
첩의 공주 필로스의 친정은 곧 마군을 제지하는
한 방편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마군의 사기는 완전히 무너지고
구축된 이들은 마성의 무리로 돌아갔다

역사서에서 이것은 국가의 이익을 넘어
손을 잡고 마성에 맞선 성스러운 친정이라고 기술해져 있다





 ◇◆◇◆






"그렇군요, 볼버트 왕조는 국토뿐만 아니라
수도에게 까지도 마성에 침범당했다는 거군요
게다가 마법사들도 마성을 모셨다고 하고요"



갈라이스토 신왕국군의 천막 속에서
공주 필로스는 검은 군장을 차려입고 말했다
여러 참모가 동의를 표하고 입속으로
앞으로의 방침을 언쟁했지만 공주는 눈짓으로 한 사람을 불렀다

외안경이 자신을 꿰뚫은 것을 보고 흰 수염이 기울어졌다




"…...뭐, 포로로 잡은 몇몇 마법사의 증언이니까요, 신빙성은 있겠지요
대마 브리간트는 고사하고, 마인의 출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깁니다"




노장 리처드는 쉰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순간 몇몇 장수들이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종래의 갈라이스트군의 인간이
공주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귀찮은 일이라고 리처드는 가볍게 고개를 떨구며 시선을 정리했다
이런 패거리가 싫었던 것도 용자 따위라는 직함을 버린
이유 중 하나였는데도 말이다





"수도에 척후병을 보냈지만, 대부분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기미가 분명치 않으니, 역시 이상이 생겼다고 봐야겠죠"

"그렇군요. "



리처드의 말에 덧붙이듯 성녀 마티아가 입술을 물결챴디




"문장교의 밀정은 유능한 자들이 많습니다
오랜 기간 박해와 잠복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큰 사건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신중하게 봐야겠죠
우린 원정군, 한번 넘어지면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네놈, 공주님 친정에 실패가 있다고 할 테냐!"




한 장수의 말을 시작으로
여러 시선이 리처드에게 꽂혔다
리처드는 물러날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최근 공주가 그 영향력을 키워 왔기 때문이기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리처드는 볼이 찌푸려뜨렸다

하지만 공주는 리처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 원정 자체가 어떨까 싶지만 하나하나의 판단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주 필로스는 또박또박 발꿈치를 일으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리처드, 당신이 옳아요"




순간 천막 안의 공기가 동요했다
방금 목소리를 낸 장수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리처드를 노려보았다

다시 한 번 필로스가 입을 여는 순간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하지만 옳지 않아서 좋을 때도 있군요"




이 말에 생각을 굳힌 것은 리처드만이 아니었다
성녀 마티아도, 또 다른 장수들도 어찌된 일인지 목과 눈을 찡그렸다

필로스는 모두의 시선을 끌었고
검은 군장이 천막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시간을 서둘러 볼버트 수도를 함락시키겠어요
우리의 영웅은 적진에서 혼자 고군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 달려가서 구해내지 않는다면, 주인 노릇을 어찌 하겠습니까?
전군, 강행군을 준비하라! 이제 그의 국가에 있는 인간조차도 적이 되었다!
아군은 들어라! 현 시점부로 일체의 교섭을 금한다!"




천막 내 장교들이 필로스의 격문에 따라 소리를 질렀다
리처드 역시 응하면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제자 녀석과 관련되면
왜 너나 할 것 없이 격한 반응이 오고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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