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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5화 - 왕의 문답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5화 - 왕의 문답 -

개성공단 2021. 6. 26. 02:26

인간왕 메디크와 대영웅 아르티아

함께 한 시대를 만들어 인류사에 찬연한 이름을 새긴 자들
역사를 신화로, 전설로 만든 자들이기에
둘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어지곤 했고
때로는 심지어 그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도 했다

수많은 대마를 굴복시키고, 동료들과 함께 인류시대를 만들어낸 아르티아
그러나 마성의 세계에서, 인간세계의 길을 개척한 것은 메디크였다
그는 무기라는 말도 없던 시절
혼자서 마성과 맞붙어 승리를 거듭했다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던 영웅이자 인류의 주춧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이어지곤 했다



누가 더 강하고 위대한가?

결코 실현될 리 없는 역사 속의 헛소리
호기심 가득한 자가 상상을 부풀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둘이 왕도 아르셰에 있었으니...




"초월 묘기, 정령 살해"




빛과 같은 초속이 지하도를 달렸다
눈 하나 깜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메디크는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갔다

인류가 엮어낸 원초가 인류의 구세주에게로 쏠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 많은 창이 날아가고 있었다




"메디크, 당신 혼자로는 인류를 구하는 덴 역부족이였어요"




아르티아의 기다란 신검이
보통이라면 시야에 넣을 수도 없는
메디크의 창을 일일히 떨어뜨렸다

소리 없는 잔향이 귀를 찢을 정도였지만

그러나 이런 것은
둘에겐 서로 물고늘어지는, 대화에 가까운 정도였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겠군
인류 전부를 구할 수 있었다면
나는 더 좋은 최후를 맞이 했을지도 모르지
인간은 누군가에게 구원받기 위해 살고 있는 종족이니 말이다"




메디크는 떨어졌던 창을 다시 세우고는
크고 인상적인 눈동자를 번뜩였다
이제 거기에는 고뇌나, 부드러움 같은 없었고
허튼 생각 따위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루기스와 마주쳤을 때의 메디크와는 다른 외모로조차 보였다

아니, 이것이 바로 인간왕 메디크의 진정한 모습


그가 산 것은 마성의 전성기
대마가 할거하고 수많은 마의 왕이 참여했던 시대였다
거기서 살아남아 인간국가를 만든 왕이 그저 온화할 수 있겠는가
그저 인정이 많은 사람인 줄 아는 것인가

왕은 때때로 거만해야 한다
무자비한 힘을 원하고, 인류의 창이기를 원하고
따라서 파괴되는 날까지 싸워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왕으로서의 임무니까




"그럼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산거죠?
그저 길러지는 내일을 꿈꾸기 위해서?"


"그럴리가, 죽을 걱정 말고, 배불리 먹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였지
하지만 너의 구원이 나와 맞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군"




근육을 감싼 메디크의 몸이 공간으로 녹아드는 듯했다
그와 아르티아가 발하는 엄청난 살의가
흉악한 열로 지하공간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살짝 비치는 햇빛이 겁에 질린 듯 모습을 흔들었다




"정확히는... 순수하게 마음에 안든다고 할까
자세히 보아하니 마성이 마음부터 물들었나 보군"





메디크는 광포함을 드러내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볼을 자연스럽게 치켜올렸고
눈동자는 형형하게 빛을 발했다





"마를 가지고 태어났을 뿐인 마성과, 살아남은 인간들
어느 쪽이 더 종족으로서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너는 그저 연민같은 정을 가지고 우리를 바라보겠지

   하지만 말이다, 마성이란 힘 이외의 것에는 의지할 수 없는 녀석들이야
그렇다면 인간이야말로 가장 강한 종족이다
그리고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한 자는, 바로 나다!!"


"그런가요?"




아르티아는 감탄한 듯 목소리를 냈다
그녀 또한 메디크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투쟁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였다

때로는 인간도 마성도 정의와 악을 부르짖었다
어느 쪽이 옳은 편이고 어느 쪽이 잘못된 편인지를 주장하도록 말이다
누구나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고, 국가가 있고
스스로를 형성하는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투쟁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그저 승리냐 패배냐, 생이냐 죽음이냐, 양자택일
경쟁이 있을 뿐이며, 오직 적자만이 생존하는 것이였다
거기에 사상 같은 불순물이 섞일 요소는 없었다

메디크는 그래서 말했다
목숨을 빼앗기 위해 그 이상의 사고는 불필요하다고 말이다





"나보다 수백년 뒤에 태어난 계집년이
인류 정상에 오른다고 하다니, 웃음만 나오는 군"


"가축의 왕이여서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다르군요
당신이 뭘 만들었는지 모르지도 않을텐데"




아르티아는 농담이라도 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만은 엄청난 흥미로움이 배어 있었다

아르티아의 인간국가 통일에도 빛과 어둠이 있듯이
당연히 메디크의 인간 왕국에도 어둠이 있었다

인류의 국가는 메디크 이래 처음으로 탄생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때까지 인간은 대륙의 많은 지방에 정착하지 않고
또 너무 큰 무리를 가지지 않는 생물이었다는 것이였다

모이면 마성에 먹히고 정착하면 찍힌다
인간에게 있어서 살아남는 방법은 항상 움직이는 것
그것은 예로부터 계속되는 그들의 습성이였다

하지만 메디크의 출현에 의해서, 인간 세계는 일변했다
그들은 한 지방에 정착하는 것을 익혔고
당연히 내일이 오는 것들을 알아버렸다

열광과 엄청난 힘을 가진 왕의 존재가
그들의 삶조차 변모시킨 것이였다


하지만 약한 인간들이 한곳에 모여
이동하지 않는 것은 때때로 마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하튼 그곳에 먹잇감이 있다는 것이였고
게다가 인간은 제멋대로 늘어가는 것이였다

인간의 삶이 변했듯이
마성 또한 인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인간을 가축으로 할 수 있다
한 곳에 모으면 쉽게 늘어나게 된다

메디크가 절명한 뒤 인간이 어떻게 됐는지 상상하기 쉽다




"당신이 내린 결론, 저는 결코 이해할 수 없군요
당신이 없어지는 것만으로 왕국이 사라졌고
제가 없어지는 것으로 통일제국이 붕괴되었어요

        인간의 본질은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끄는 왕과 이끌려지는 자들, 이들은 어찌보면 양떼와 같아요
수 많은 바람과 함께 걸어야 할 길을 함께 갖고는 있지만
이들을 인솔하지 못해 걸음을 멈추게 한다면, 그저 가축과 다를 바가 없어지죠

                 어디.... 인간왕 메디크, 당신의 의견을 들어볼까요?"





아르티아는 역사 속의 인물에게 물었다
틀림없이 과거 인류 최강의 자리에 있었으며
인류 모두를 이끈 왕, 인간 세계의 절대자였던 자

어떤 의미로 말하면
일찌기 자신과 같은 광경을 본 자에게 물은 것이였다



"당신은 믿는단 말인가요?
그들이 스스로 싸우고 의지를 갖는다는 것을?"


"논할 것도 없지
그 누가 부정하든, 인간들은 스스로 행복을 구할 수 있다

    너는 저들을 보지 못했나?
마를 가지고도 인간이라고 칭한 그 녀석들을 말이다"





처음 그를 봤을 때 메디크는 연민을 느꼈다
자신의 불찰이 그런 인간을 탄생하게 했다고 자책하기까지 했다
나는 틀린거야, 다른 사람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시대의 급류에 휩쓸린 것도
사상이 하라는 대로 한 것도 아니였다
스스로의 의지로 서 있었으며
그러고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훌륭하다, 메디크는 갈채했다
인간이란 강해졌구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어
스스로 가시밭길을 답파할 의지를 가진거야

그렇다면 메디크에게는 선인으로서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령을 죽이고, 거인을 죽이고, 용을 죽였다




메디크의 극한의 살의가 응축되어 갔다
공간이 넘실거릴 정도의 열량과 의식이
그의 창에 깃들어 있었다
마치 지금 이 때가 삶의 전부이며
다른 때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머, 하지만 신은 아직 죽이지 못한 것 같군요?"




인간왕 메디크와 대영웅 아르티아
역사의 우스갯소리로 여겨지던
그들의 전투가 여기서 처음 나왔다

그들이 다시 전투를 재개하려던 그 순간...

그들의 몸 위를 햇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구름이나 그림자에 의해 가려진 것이 아니었다

보다 강한 빛에... 덮인 것이였다
햇빛마저 그을리게 하는 반짝임은
이 세상엔 단 하나 밖에 없었으니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을 사로잡는 반짝임





보석이 왕도 하늘에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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