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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7화 - 약함도, 강함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7화 - 약함도, 강함도 -

개성공단 2021. 6. 26. 03:22

커다란 보석의 열선이 왕도의 하늘을 온통 태워 버렸다
잠시 영웅도 이 전쟁도 잊게 할만큼의 보석이 빛났다

아가토스로서는 전쟁도 남의 인과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자신의 의지 하나

그러니까 본래 왕도 따위가 짓눌려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겐 그만한 힘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그녀의 열선이 가옥의 종류를 넘기지 않았던 것은
레우를 생각한 것일 것이다

아가토스는 궁리했다
그녀는 내가 그 짓을 한 것을 안 다면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슬퍼하긴 할 것이다
그녀 속에 남아 있는 자신의 상이 그런다면
조금 아름다움이 부족하지 않을까




"나는 말이야, 모든 추한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건 아냐
아름다움도 추함도 물질이 가진 것이니 말이야
내가 계속 아름다워진다면,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추한게 되겠지
추함은 아름다움의 전단계, 모든 것은 충분해
거기에 많고 적음은 있겠지만, 레우라면 분명 그렇게 말하겠지

     하지만 역시 용서할 수 없는 것도 있어
끝내야 할 것이 끝나지 않고, 빛나야 할 것에 상처를 주는 것들..."




하얀 폭우 속에서 아가토스의 붉은 머리가 흩날렸다
무서운 마력이 지금의 그녀에겐 깃들어 있었다
일찍이 하늘을 달리는 야만의 두 이름을 받은 시대와 같이 말이다





"과연 영혼의 몸이였군
우리 마성도 영혼을 파괴할 수 있는 자는 별로 없어
하지만 신참 마인의 영혼을 변질시키는 거라면, 할 수 있지"




아가토스의 미려한 손끝이 왜소한 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은 마인 질루이 하노
그녀는 영혼을 분할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아가토스의 열선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은 조금도 없었고
힘은 약하지만 생존 능력은 많은 마인을 능가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붙잡히지 않았을 경우




"윽... 바보 같은... 어째서 당신에게 마력이..."


"마력이 왜 남아도냐고? 알고 싶어?"




아가토스의 체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력
이 시대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마력량

아가토스는 그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면서 한 가지를 느꼈다

아마도 이 마력이 자신의 생명선이다
이것이 다하면 동시에 나도 끝날 것이다
놀랄만큼 쉽게 그 사실을 아가토스는 받아들였다

어쨌든 지금의 아가토스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빛의 빛으로 세계에 비추어졌다고 해도
빛이 사라지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그림자라고 하는 것

이렇게 된 발단은 아가토스가 보유한 하나의 보석

이것을 손에 쥔 것은 아득한 과거의 일이였다
서로 기억이 모호할 수도 있고
아가토스에 이르러서야 겨우 기억의 파편을 잡은 정도
어쩌면 샤드랩트는 공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잘 기억할지도 모른다




신화의 시대
하늘을 자신의 것으로 선언한 보석 아가토스와
하늘에 앉은 구리의 여왕 용 샤드랩트
두 자가 같은 시대에 살았으니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가토스의 열선은 용의 비늘을 달구었고
용의 브레스는 그녀의 보석을 녹여 떨어뜨렸다
정말이지 지금 들으면, 놀라운 얘기였다
그 혼돈의 시대엔 누구나 누군가와 싸우고 있던 시절이였으니 말이다

구릿빛 용 샤드랩트와 맞섰을 때
아가토스는 연명할 뿐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전과를 얻었으니

그것은 '알'
용의 분신이자
마력을 축적해 두기 위한 외부의 장기

천천히 바람을 감아가며
주위의 마력을 계속 잉태하는 알의 존재를
아가토스는 아릅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목숨을 무릅쓰고
자신의 보석으로 봉했던 것이였다

샤드랩트의 모습을 바꾸는 능력 마냥
알은 전성기의 아가토스의 모습과 마력을 바꾸어내
지금 여기에 옛 주인의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던 것이였다

아가토스는 볼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아름답기 때문에, 운명도 내 편을 든게 아닐까?
세상이란 나를 도저히 가만두지 않는 다니까
흥미진진한 건 좋지만, 가끔은 내팽개쳐 줬으면 좋겠는데"


"그....아...."



질루이는 이제 영혼으로 억지로 만들어진 상반신만의 모습이었다
목덜미는 붙잡혀, 몸만 꿈틀거리면 아가토스의 열에 혼이 녹아내릴 것이였다

망가지는 일은 없지만
영혼이 빛에 녹아내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그것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영혼의 죽음에 가까웟다

이제 질루이를 다치게 하는 것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 이... 불손한 놈! 꺼져!
운명은 신을 선택하셨고... 신은 나를 선택하셨는데...!"






그것은 오열 및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질루이의 감정이 활발해졌고 눈동자엔 이슬이 맺혔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격정이었다

아가토스는 자기도 모르게 흐뭇해졌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이상하다지만
그래도 생각되는 것이 있었으니

눈동자에 비친 질루이라는 마인은 너무나 보통사람처럼 보였다
그저 가냘프게 떠는 소녀로 보이는 것이였다
도저히 마인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바보같아, 신이 선택하기까지 기다린다고?
정답이란 스스로 선택해 나가는 거야
기도하고 믿을 뿐이라니, 말도 안돼"

"그런 것, 강자의 논리일 뿐이잖아!
....그저 믿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어..."





하아, 하아 하고 숨을 헐떡이는
질루이의 모습을, 아가토스는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마인으로서의 힘은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몸이 튼튼하고 영혼을 다룰 수 있는 원전을 가질 뿐






"약하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인간도 있다고?
신에게 선택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야?"






아가토스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레우와 겹쳐 비교해 버리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레우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계속 다른 사람을 위해서 싸웠다
그 도도함도, 고고함도 모두 아름답다는 것을
아가토스는 깨달았던 것이였다





"…너는 마인이 아니구나, 그저 불행한 보통 인간이였던 거야"





아가토스는 목덜미를 잡으며 질루이에게 말했다
그녀는 두 눈을 번득이며 눈꼬리를 치켜뜨는 기색을 보였고
보석의 시선이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꿰뚫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모두가 어려운 일에 맞서 정의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었을 테야

   이건 말이야, 성질의 문제라는 거야
싸울 수 있는 자도 있고, 싸울 수 없는 자도 있어
넌 싸우지 못했던 자에 속했던 거야, 그러므로 부끄러워 하지 마"




지금 가슴속에 있는 것이 격정에서
초조함으로 바뀌고 있음을 아가토스는 깨달았다
질척질척한 가시가 가슴에 박혀 있었다

질루이 하노
그녀는, 보통의 소녀이다
단지 불행했을 뿐이고, 불우했을 뿐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그것을 이용한 사람이 있었을 뿐

아가토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질루이를 바라본 채, 말했다




"설령 네가 아무것도 못해, 실의에 빠졌다고 해도
운명이 찢어져 신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너만은 너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믿어야 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이 아가토스 앞에 당당히 섰잖아!"





시원할 정도의 오만, 기가 막힐 정도의 불손
수많은 적을 혀로 짓누르던 질루이도
아가토스의 목소리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전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





"...까불지 마, 너..."


"장난 치는 게 아니라, 진심이야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왜 너희들은 제멋대로 살지 않는 거야?

  질루이라고 했지, 너?
난 너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어
너의 추악한 행위 때문에, 나의 사랑하는 보석이 훼손되었으니까?"





아가토스는 목을 조르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빛이 손끝에서 쏟아지고 있었지만
한순간에 질루이의 영혼을 녹여 없애버릴 정도의 열량이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질루이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치 신에게 기도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가토스는 그것을 보고 목소리 톤을 바꾸고 나서 말했다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는지는 아가토스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신의 나약함을 용서하겠어
당신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지
그것은 죄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알 수 있었어
오늘의 추함은 내일의 아름다움, 다음 생에선 아름답게 살도록 해
적어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 만큼은..."





뚝, 한 방울의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질루이가 동시에 한마디를 중얼거렸지만
들린 것은 아가토스뿐이었다
아가토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순식간에 손 안의 마력과 열을 팽창시켰다

그걸로 끝이 났다
이제 아가토스의 손아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자신의 나약함에 지는 인간이 여기서 없어졌을 뿐이었다




"세상에 이런 인간을 마인으로 만들다니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아가토스는 손끝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마력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마인으로 현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한가지다

아가토스는 하늘을 쳐다보았고
그것만으로 눈동자와 피부가 타버릴 것만 같았다
엄청난 마력량이 그녀에게 느껴진 것이였다
아마도 왕도 안쪽의 인간에게도
바깥의 인간에게도 보일 것이다

거대한 빛의 기둥이 지하에서 왕도로 우뚝 서 있었다

그리움마저 느끼는 위광
일찍이 인간이, 마성을 구축한 여정길 속에서 몇번이나 보았던 빛의 기둥

아르티아의 전성이 바로 거기 있다는 것을 아가토스는 알았다
그리고 한순간에 각오를 다졌다





"끝내보자, 아르티아
신화 시대의 막은 이미 내렸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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