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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8화 - 모이는 배우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8화 - 모이는 배우들 -

개성공단 2021. 6. 29. 03:05


왕도 아르셰
영광과 여행의 상징인 도시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영광이나 몰락을 겪였다
물론 당연히 후자가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기에는 사람을 북돋우기 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였다

몇 번 마성의 침공을 받아도 그 빛만은 잃지 않았다


대마 오우후르도 왕도를 내려다보며 지난날의 기억을 건져냈다
그날 오우후르의 수중에 있던 것은
짐승의 송곳니로 만든 칼과 단 한 명의 소녀의 손이었다
그것밖에 갖지 못한 채, 오우후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떠났다

오우후르는 그림자에 몸을 띄우며 생각했다
몇 번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이였는데
그날의 여행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였다

그날 그때 내가 소녀 아르티아를 이 거리에서 데리고 나와버려
세계의 바늘이 이상한 곳으로 꽂혀 버린 것이 아닌가
그것만 아니었다면 아르티아는 평범한 소녀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오우후르 역시 어딘가에서 쓰러져 죽음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미래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때에 이르러
오우후르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오우후르는 자신의 아래에 있는 빛 기둥을 주시했다





"루기스, 자네와 나는 다를 바 없었던 것 같군
분명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거야
그렇지 않고선 이런 운명이 따라 올 리 없지"




그래, 알류에노라는 이름의 소녀가
다시 이 왕도에서 루기스를 상대하려는 참이였다

그 순간 황금 기둥을 왕도에 꽂으며 아르티아의 황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오우후르를 보고 웃은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치 잔인한 아이가 비웃는 투로 말하는 것 같았다



오우후르의 그림자는 어느 때보다 엷었다
왕도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아르티아의 힘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였다

왕도를 그녀에게서 빼앗는 데 그는 심대한 힘을 썼다
이제 그는 뭔가를 운반조차 할 수 없었고
저 황금기둥은 그녀가 이 왕도에 세웠던 쐐기
그녀가 왕도를 자기 손으로 되찾기 위해
지맥 자체에 마력을 부여한 것이였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왕도는 그녀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오우후르에게 얼마만큼의 힘이 남아있을까
적어도 역사를 왜곡하는 짓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우후르는 그것을 알면서도
신을 자칭하는 아르티아에게 도박을 걸었던 것이였다
지성과 이성을 존중하는 문장교의 상징으로서는
너무 무모한 짓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이러한 도박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거듭한 전역
아르티아에 접근한 자는 있었고, 칼을 겨눈 자도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도, 리처드 퍼밀리스도, 발레리 브리트니스 등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반드시 아르티아에게 전세가 뒤집혔다
그들로서는 그녀의 상정을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딱 한 사람 살아남은 자가 있었으니

루기스
그는 아르티아가 이길 수 없다고 했던 전역을 딛고 늘 살아남았다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운명에 얽매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우후르는
그라고 하는 존재에 다른 선택사항을 내던지고
남은 모든 판돈을 내걸었던 것이였다





"루기스"



오우후르가 이름을 중얼거렸다




"나는 네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기회를 받은 것은 나였던 것 같구나"





그렇다면 나도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우후르는 일찍이 살았던 고향 시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모래 냄새와 소소한 쇳소리
이제 그늘진 곳이 된 그에게 남은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아르티아가 말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아르티아는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까





「――――」




오우후르의 손바닥에서 짙은 그림자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헤르트 스탠리의 뒤를 따르기는 쉬웠다
설령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왕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곳밖에는 없을 것이다

쏘아진 빛의 기둥
그것은 왕도의 중심지인 궁전 바로 옆에 있었다
눈동자를 의심하는 거대함과 눈을 불태울 것 같은 거룩함

신화의 재현... 너무나도 진부한 말이지만
그런 말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였다





"루기스 저거……!"




옆의 피에르트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검은 눈동자가 동요에 휩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나와 피에르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두 개

황금 기둥을 솟구치듯 황금을 펄럭이는 알류에노... 아르티아
공중에서 미쳐 짖는 독수리처럼 녀석을 뒤따르는 인간왕 메디크




"초월 묘기, 정령 살해"





창과 빛이 서로 겹쳐져 허공을 날아다녔다
이제는 몇 번이나 사선이 둘을 덮었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고
주위에 요란한 잔향음만이 두 사람의 사투를 알리고 있었다
죽음과 생이 바로 지금 이때만 동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둘의 주위에, 반짝이는 보석이 달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의심했다
대체 왜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거지?
레우안에 있던 무렵과는 물론 모습은 다르지만
기색은 그 마지막때 그대로 였다

마인 보석=아가토스
그녀의 열선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아르티아만을 노렸다
이따금 메디크마저 휘말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궤도를 그리고 있었지만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기묘한 연계가 둘에게 있었다

2대1
무서운 것은 이렇게 해도 우세를 점할 수 없다는 점
게다가 이것도 일시적이였고, 저울은 이미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물론, 아르티아 쪽으로 말이다
어쨌든 이 땅은 놈의 신전인 것이다
빛날 때마다, 황금을 떨쳐버릴 때마다
놈의 열량은 정도를 거듭해 나가고 있었다




"....!"




메디크가 마지막 일격을 거듭하며 빛의 기둥에서 멀어졌다
그 기둥은 마치 아르티아의 힘의 상징인 것 같았기에
그도 가까워졌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떨어진 것이였다
아가토스도 보석을 허공에 띄우고 활공하듯 아르티아와의 거리를 잡았다

젠장할....
저만한 기둥을 유일하게 부러뜨릴 것 같은
카리아는 지금 궁중의 경호를 맡아주고 있다
금방 반응하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시간차는 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무사할지는 모르겠군
아르티아와의 만남은 원했지만 볼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터무니없는 것에는 익숙해진 것 같은데, 
이 녀석은 그 위를 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르티아가 빛기둥을 배경으로 천천히 땅에 발을 내렸고
그녀의 무심했던 뺨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보석이 시야 가장자리에서 어른거렸다
허공에서 날며, 다가온 아가토스가 하얀 눈을 내게 내밀며 말했다





"어머나... 깜짝이야! 너 아직 살아 있었어?
분명히 죽은 줄 알았는데, 꾸역꾸역 버틴거구나?
너는 그냥 불에 처박히는 나방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살아있다니... 정말 신기한 걸 본 기분이야!"





그건 내 대사인 것 같은데...
그래도 첫 마디가 이래서, 조금 안심이였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냐고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마인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능력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일단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아르티아에 적대하고 있고
현재 우리의 편이라는 것을






"아가토스, 당신……"


"피에르트, 너도 이런 놈 옆에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절대 모자라지 않을 거야
보통 사람은 죽지 않기 위해 궁리하고 산다는데
이 녀석은 죽기 위해 사는 것 같다구
뭐... 그래서 이런 곳에 온 건가?"




피에르트에게조차 이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넘쳤던 긴장감은 풀린 것인지도 모른다
피에르트는 아가토스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익숙해진 걸 지도?

어 잠깐, 익숙해졌다니, 뭐야? 익숙해진거

아가토스는 나지막이 지껄이면서도
이내 얼굴을 다잡고 빛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지금 거기에 있는 것은 신령을 자칭하는 아르티아와
놈을 마치 섬기는 듯한 기색으로 서 있는 헤르트

아르티아 녀석... 베짱은 좋군
스스로 신을 자칭하다니, 오만한 곳만은 인정하자




"놀랍군, 용케도 제 시간에 올 줄이야"





말한 것은 조금 떨어져 있는 메디크였다
그는 시선조차 나를 쳐다보지 않고 그냥 입술만 살짝 깨물고 있었다




"다행이군, 조금 힘들어서 말이야"




메디크는 그것만을 말하고 입을 닫았다
그는 독수리처럼 눈동자를 치켜 올리고
마치 하나의 창이 되어버린 듯 기척을 날카롭게 해나갔다

시선 끝에서 쿵, 하고 땅에 발을 짚은 아르티아가 있었다

드디어 생각났다
샤드랩트는 놈을 왕도에 들여놓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아르티아는 왕도의 중심에 있었다
그저 제 발로 거기에 서 있던 것이였다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녀석은 입을 열었다




"자, 너희들"




그녀에게 들뜬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지독히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고르는 게 좋을 거야
나 혼자 끝낼까.... 아니면, 나 혼자 끝낼까?






그야말로 신의 농담 같은 말이였다
절대로 휘는 일은 없다며, 그렇게 믿는 자의 말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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