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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9화 - 우리의 영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9화 - 우리의 영웅 -

개성공단 2021. 6. 29. 03:26

아르티아는 빛 기둥을 세우며, 서 있었다
그 모습은 이 도시 모두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오만함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이 도시뿐 아니라
대륙 전체가 다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간왕 메디크와 보석 아가토스를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강대한 힘
더 두려운 것은 여전히 놈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녀석은 한 번도, 목숨을 쥐어짜낸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적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긴장이 배어 나왔다
분명 녀석의 전성기, 마성을 굴복시켰을 무렵의 녀석은
아직 깊은 곳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 손가락은 순간적으로 마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제 슬슬 죽어도 좋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대체 얼마나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아르티아의 입술이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죽지 않기 때문에, 신이라는 건가?"

"그럼, 그럼"




나의 목에는 오열이 치밀어 오를 것 같았고
등줄기에는 싸늘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르티아라는 생물로서의 강도가, 공기를 전해져 느껴졌다

그래도 마검을 뽑아야 했다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고 머릿속이 내뱉고 있었으니 말이다





"원전 해제"




주위의 공기와 마력이, 한단계 온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칼날이 닿음과 동시에 죽어, 삶의 빛을 잃어갔다
본래 있어야 할 순환에 따라 없어져야 할 생명이
강제로 이곳저곳 흩어지는 것이였다

녀석의 빛과는 정반대의 성질
천성룡을, 정령신을, 거인을 죽인 칼날
아르티아가 진정으로 신령이라 해도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공기가 윙윙거렸고
삶과 죽음의 반대점이 여기에 있었다




"스스로 목을 자를 만큼, 똑똑하길 바랬는데, 아쉽네"




나는 녀석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마검을 세차게 뽑았다
칼날이 주위를 가리는 마력조차 죽이며, 녀석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뼈째로 목덜미를 잘라 내기 위한 한 번의 일격
보통이라면, 이 참격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터 였다

그것을 바로 아래로 쏘아 떨어뜨린 것은 아르티아의 섬광이었다
베어 쓰러뜨렸을 칼날의 감촉이 사라져 가득 채운 마력이 무산되어 갔다

나는 마검을 다시 일으키려 했지만
그 틈에, 아르티아의 입술이 움직였다




"오호, 그것은 드래그만의 권능에서 따 온 건가
하지만 그것도 약점이 있지, 멀어질 수록 시간차가 나는 것
당연히 마력도 비례하여 소비하는 것이야
게다가 너의 원전은 칼로 직접 베지 않으면
거의 효과가 없다는 거... 몰랐나?

    이 대륙은 나의 정원
나는 이미 몇 번이나 그것을 보았어
나를 죽이려면 최소한 쓰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눈꺼풀을 휘청거렸다
처음부터 이 수법이 아르티아에게 통할 줄 알았건만
쉽게 물리쳐 버려진데다, 분석까지 당하는 것은 충격이였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내가 바보인 것이였다

아르티아는 내가 지금까지 상대한 수 이상으로
다수의 마성들과 맞서 과거 죽이기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마의 수중에선 전문가이겠지

녀석은 오만하기만 한 신이 아니라
사선을 수없이 헤쳐온 과거의 영웅이기도 하니 말이다




"상당히 친절하군, 하지만 나도 깨달은 것이 있어"




아르티아는 나의 한 몸짓을 저지했다
하지만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마력으로 지운 것도 아니였다

그저 녀석은 내 칼이 닿지 않은 것이였다




"하지만 이것을 진정으로 받는다면, 너도 죽는 것이겠지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고 말고"




약간의 우려는 있었다
프리슬란트에서 아르티아는 일체의 칼을 받지 않는 괴물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원전은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거 아닐까

그러나 녀석의 거동이 그것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놈의 목덜미를 도려내고야 말겠다




"그렇군"




아르티아는 그러면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녀는 옆에 있는 헤르트를 제쳐놓고 황금빛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너무나 낯익은, 일찍이 빛나는 별로 보였던 알류에노의 눈동자
성장한 알류에노의 모습을 말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 용모는 음유시인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단정하여 평범한 자들이 지닐 수 없는 아름다움을
머리끝에서조차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도 어릴 적 알류에노를 아는 인간이 보면
딴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역시 내가 아는 알류에노에 지나지 않았다
알류에노의 눈동자와 입술이 소리를 냈다




"그 칼날이라면 나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내 목숨을 끊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인류의 신이지, 너의 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아르티아는 알류에노의 입을 사용해 말했다




"하지만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 뿐이야
설령 죽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건 참을 수 없어"



 

아르티아가 발로 대지를 두드렸다
마지막 그 말만은 알류에노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르티아가 본래 가진 목소리로 들렸다
영혼으로부터 사람을 흔드는 듯한 전설 같은 소리였다

찰나, 녀석의 마력이 내 몸뚱어리째 주위를 삼켜가는 것을 깨달았다
빛의 기둥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가는 빛의 천막이
도시 전역을 뒤덮어 가고 있던 것이였다

햇빛도, 밤도 상관없다는 듯 그 빛은 빛나고 있었고
천상 모두가 아르티아의 마력을 휘감고 있었다

나와 피에르트 뿐만 아니라 메디크와 아가토스조차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규모가 큰 마법이라 해도 이만한 것은 처음이였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신화의 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여기는 나의 수도
내가 만들어 내고, 인류가 전성기를 맞이한 제도
그리고 나의 신전이다"




눈부신 빛 속, 도시가 조금씩 모습을 변모시켜 갔다
마력에 의한 환영을 마구 칠하고 있는 것일까
마치 도시가 전성기 때쯤 다시 태어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려는 모습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세상이였다




"엉망이면서 황당하군
뭐... 알고는 있겠지, 더 진행시킨다면 승산은 없을 거야"




끼어든 것은 아가토스였다
너스레를 떠는 것 같으면서도 그 표정은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브릴리간트에 함께 도전했을 때만 해도
좀 더 경박함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이 도시의 전성기는 결국 저 녀석에 대한 신앙이 절정이였던 때야
인류 모두가 그 녀석 한 사람을 칭송하던 시대
그것을 저 녀석이 지금 재현시키려 하고 있어, 무슨 뜻인지 알지?"




빛의 기둥은 그것을 재현하기 위한 주석 같은 것일까
아무리 신을 자칭하고 있다고는 해도
역시 너무 반칙이라고 푸념 하나쯤 말하고 싶어졌다

피에르트도 입술을 바르르 떨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엔 지금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다는 거구나"





시간 전부가 우리의 적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발을 내디뎠다
설령 적이 강대하든 방도가 떠오르지 않든 이상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때는 반드시 오는 것이였고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카리아나 엘디스
다른 사람들은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기에
우리끼리 할 수밖에 없었다

환상을, 신화를 여기서 죽인다
나는 마검을 치켜들고 마력을 가다듬었다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루기스! 예전에 네 녀석에게 말했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이다!"




빛밖에 없던 세계에 그림자가 생겼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윤곽조차 잡을 수 없었다
몸집이 큰지 작은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그 녀석은 분명히 우리 바로 위에 있었다
신기하군, 얼굴도 보이지 않는데 나는 그 녀석을 알고 있고
그 녀석이 웃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런 녀석이 또 있을 리가 없잖아




"오우후르...."




처음으로 아르티아가 경악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녀석의 시야가 그림자에 가로막혔다




오우후르, 그렇게 불린 그림자가 말했다




"아르티아, 너는 영웅이야
그 어둡고 차가운 감옥에서 함께 일어선 날 부터
네 녀석은 늘 영웅이였다, 그 누구보다 내가 인정하지
너는 틀림없이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를 위해 싸우고
인류를 지키기 위해 상처를 입었어

            그러니 이제 그만 끝내자"




그림자는 노래하듯 말했다





"원전 해제, 영웅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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