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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6화 - 내가 사랑하는 보석 - 본문
땅바닥에서 인간의 왕이 서로 옥좌를 다투고 있는 반면
바람과 벼락이 맞부딪치고, 정의와 악이 대립했다
어떻게 보면 왕도는 아수라장이였다
본래 인간의 속성이란
극단적이지 않고 애매하게 흔들리는 법
원래 속성이라는 색칠 자체가
인간의 허무맹랑한 인식에 좌우되기 마련이였다
그러던 것이 이 왕도라는 전쟁터에서는
색이 짙게 새어나와 공기마저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여기서 한 시대를 정해 버리려고
신이 주사위를 던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주사위의 눈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존을 주장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결코 군사를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됀다!
여기서 물러났다간 왕도가 무너질 것이다!"
언니와 헤어진 베스타리누 게루아는
모든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병사들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성문 앞에 떨어진 천둥의 정체도 알지 못했고
성벽을 덮는 불길의 의미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무릎을 꿇고 겁에 질려, 기도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도만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빼앗기고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것이였다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겪고 싶지 않아
구왕국군은 과감한 기세를 잃지 않고 성벽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문이 무너진 것이였다
베스타리누는 성문 안쪽에서 들어오는
소수의 부대를 맞아 계속 치고 있었다
땅에 구멍이 뻥 뚫렸다고는 하지만
대군이 나아가지 못할 뿐이였다
소부대로 나눠버리면 문제없다
끼어들 여지가 있으면 군은 결코 멈추지 않는 법
군이란 싸우기 위한 의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였다
싸우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그들을 능가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베스타리누의 생각은
이 자리를 지켜내는 데만 집중돼 있었다
다른 일을 걱정할 여유는 없었다
어쨌든 적군이 왕도내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면
수적으로 열세인 신왕국군이 승리할 여지는 없어질 것이다
"에잇!"
베스타리누의 초조는 멈추지 않았다
정면의 군사는 아직도 억누를 수 있다
벽을 덮고 올라오는 병사들을 제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되돌려 보내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단지 조금씩, 이쪽의 여유를 계속 토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적에게는 아직 서방 로어와 자유도시 국가군의 원군이 있었고
그것은 이제 하루도 지나지 않고서 도착할 것이다
베스타리누는 볼이 저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모양을 바꾸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용병의 지도자이자
강철공주로 추앙받는 그녀이기에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전쟁터를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이거... 밀려버릴거야
지금 이 자리에 전장을 결정하는 영웅들은 없다
평범한 지휘관과 병사들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한 일이 일어나고, 소수는 다수에게 쓰러질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패배해 버릴 것이다
하지만 베스타리누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외쳤다
대형 구멍에 사다리를 걸거나 벽을 기어오르는 적병이 보였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질 수 없어!
영웅에게 승리의 종소리를 들려주는 건, 우리가 될 거야!"
용병을 이끄는 베스타리누가 적의 부대로 단숨에 달려갔다
전쟁도끼가 순식간에 선혈을 뿜어냈고, 용병들도 그녀에 따랐다
베스탈리누도, 그리고 용병들도 절로 미소를 지었다
분명, 그라면 가슴을 펴고 싸울 것이라고
누구나가 생각했던 것이였다
열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상상하곤 했다
그래서 자신들 또한 물러설 수 없었다
베스타리누는 생각했다
그를 영웅으로 삼은 최고의 능력은
그 무예도 운도 혹은 행동력도 아닐 것이다
어리석은 망상을 믿게 만드는 힘이였다
되돌아 보면 문장교도, 베스타리누 등 용병도
혹은 신왕국이라는 존재도
그의 엉뚱한 망상에 이끌리듯 역사에 모습을 보였다
계속 자고 있었을 사람들을 깨워 일으켜 세웠던 것이였다
그리고 계속 달려 여기에 있는 것인데
도저히 어떻게 물러설 수 있겠는가
아니, 베스타리누나 용병에겐 이젠 익숙했다
이제까지 동등한 전역은 너무나도 적을 것이다
우세하다고 생각한 싸움 따위는 손에 꼽을 정도
그렇다면 지금은 오직 사력을 다할 뿐
열세여도, 패배가 너무나도 뻔해도
그 외의 길을 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스타리누님!"
한 병사가 소리쳤다
또 어딘가 다른 곳에서 적병이 잠입했나 하고 돌아보았다
전쟁도끼와 자랑스러운 철갑옷은 피로 뒤범벅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모든 군인들은 외벽 쪽이 아니라 도시 중앙을 보고 있었다
베스타리누만 투구를 쓰는 바람에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던 것이였다
돌아본 광경엔 빛이 보였다
생각하면 신왕국측은 이 신화혈전에서 항상 열세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간신히 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저울은
구왕국의 측에 계속 기울어, 공격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때, 마치 주사위를 던지는 듯한
안락함으로 그 빛이 이렇게 말한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줄게"
◇◆◇◆
질루이는 자신의 손가락에 당황했다
영혼에 의해 형성된 손가락 끝이 맥없이 형태를 바꾸고 있었고
그것은 부러진 게 아닌, 녹고 있는 것이였다
마치 밀랍인형이 열에 닿아 그 모양을 무너뜨리듯
질루이의 손가락은 변모하고 있었다
레우의 영혼을 만지던 손가락 끝이 말이다
바보 같으니, 질루이는 목을 움직이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레우에게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있을 만큼의
마력도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영혼만으로 움직이는 시늉은 그야말로 영혼의 맹주인 질루이의 특권
사람도 마도 영혼이 되면 누구에게도 거역할 수 없을텐데....?
동요를 드러낸 질루이는 푸른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자신 앞의 광경을 보았다
그것은 쓰러진 레우의 몸을 감싸안고
질루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에게 손찌검을 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설마 귀가 없는건가? 그럼 입 모양을 좀 보란말야
그것도 안 되면 느끼던가, 느낄 수도 없다면.... 죽어라"
하아아, 목소리의 주인은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혀에 모터가 돌린 듯, 말을 빠르게 던졌다
홍련의 머리카락에, 긴 손발
마치 천공이 조형했나 하고 착각하는 날개
그녀는 레우가 조종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보석들을 주위에 흔들거리며 거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말이지, 예쁜게 너무 좋아
그리고 아름다운게 있다면, 반드시 추한게 있겠지
객관적이고 주관적이여도 분명 아름다움과 추함은 존재하기 마련이야
비록 정의와 악은 사라진 적이 있지만
아름다움과 추함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어
그렇다면... 진리란 아름답거나 추해야 한다는 거겠지?"
오만불손, 넘치는 자신감과
주위를 압도하는 아름다운 보석
이것은 질루이의 기록 속에 있는
보석 아가토스와 다를 바가 없다
그녀의 가슴팍의 커다란 보석이 그것을 확신하게 했다
하지만 말이다
"당신은 원전을 양도하고, 소멸하지 않았나요?"
"맞아, 그래서 견딜 수가 없었어
최고의 보석인 나는 삶도 죽음도 아름다워야 해
이렇게 다시 나타나버리다니 참기가 힘든 걸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살아 남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서 말이야"
아가토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는 머리를 감싸안은 듯 연방 한숨을 내쉬었고
마치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질루이와 대화를 하기 보다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째서 그런 꼴사나운 표정을 짓는거야?
신화의 시대는 끝났어, 우리들이 나설 시대는 끝났단 말이야
그런데도 계속 남아서, 이 무대가 자기 거라고 말하기엔 너무 추해
그래서 나는 다음 보석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었어
난 만족했고, 그렇게 나는 인생을 가장 충족시킨 날에 죽었지"
팔 안에 안은 레우를 순간
아가토스는 자애로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레우를 만지는 손이 마치 명주실 다루듯 섬세했다
아가토스는 보물을 집어넣는 모습으로
레우를 가슴 보석에 맡기고 잠시 눈을 감고 땅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보석을 조타하며 허공을 질주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땅의 모든 것을 비예하겠다는 것은
옛 그녀 그 자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가토스는 하늘로 뛰어올라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조금 전까지 보이던 자애의 미소가 사라졌다
두 눈은 분노에 휩싸여 온몸에서 마력을 발했고
그녀에게 갖춰진 본래의 아름다움이 모두 분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석에 상처를 주었고
심지어 영혼에게까지 손대 버렸어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줘야겠지?
죽음... 그래 모두 사라지는 거야
맞서 겠다면 상관없어, 모두 비틀어 줄 테니까"
흰색의 극광이 구형이 되어 아가토스 주위에 떠올랐다
레우가 발한 열선이, 연약해 보일 정도의 열이 빛이 되어 허공을 태웠다
흔들리는 그것이 쏟아지면 어떻게 될지
질루이는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영혼이 녹아내린 손가락 처럼 될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줄게"
하얀 열선. 그 폭우가 왕도로 흘러내렸다
마치 이 혈전의 흐름을 바꾸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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