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0화 - 노래하는 배우 - 본문
"영웅 살해"
그것은 오우후르의 원전으로
루기스의 것과는 또 다른 것이였다
루기스가 일깨운 것이
이 세상 수많은 영웅에 대한 찬가와 저주라면
오우후르의 것은 오직 한 사람에게 바쳐진 것이였다
즉, 대영웅 아르티아에게 말이다
오우후르의 그림자가 그 몸에서 원전을 현현했다
언뜻 보면 그건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의 칼 같았고
동물의 송곳니로 만든 조잡한 물건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심장과도 맞먹는 오우후르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런 걸 아직도 숨기고 있었나?"
"숨기는 일은 내가 잘 하는 일이잖나,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는
다른 사람을 얼씬도 못하게 하는 연결고리가 보였다
무감정해야 할 아르티아가 이때만큼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오우후르는 그림자 속에서 흐려질 뿐이었다
기척에 그늘마저 보이는 정도였다
오우후르는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생애는 그녀를 죽이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강하고, 너무나도 위대하고, 너무나 인류로부터 동떨어져 있던 그녀
최초에 있던 기계적 신들조차도, 멸망시킨 그녀
그런 그녀를 위해 세계가 억지력을 설치하려는 것은 필연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자를 낳은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생명이란 반드시 죽도록
강대함은 언제나 한 점의 금이 가는 법
완전무결한 존재란 있을 수 없기에 말이다
"아르티아, 너는 나에게 죽어야 해
그러니 그 목숨, 다시 한 번 가져가겠어"
아르티아는 오우후르의 말을 받아들이고 되뇌었다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말을 뱉었다
"날 죽인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그리고 날 죽여도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야
오우후르, 인간이란 말이야 언제나 어리석은 법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파멸에 직면한다고
그렇다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돼, 그러면 그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것도 인간의 뛰어남이야, 아르티아
사람은 항상 직선으로 나아가지 못해, 꾸불꾸불하면서 나아가는 것이야
발전도 쇠락도 인과는 항상 인간에 의해 닫혀져야 해
실패란게 없는 세상에 성장이란 있을 수 없어
인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건, 지배가 아니라 자립이라고, 난 믿어"
그림자의 손끝에서 칼이 찰칵 하고 울렸다
동시에 세계가 톱니바퀴 움직이듯, 기울어진 것 같았다
오우후르는 운반자
단지 기계 장치처럼 정밀하게, 운명을 운반하는 자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칼의 휘황찬란한 칼날이 잠시 반짝이고는
그대로 그녀의 몸뚱이째 허공을 꿰맸다
궤도는 직선도, 구부러진 것도 아니라... 오히려 궤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한번 아르티아의 목을 꿰뚫어 심장을 도려낸 칼
그녀를 살해한 유일한 무기, 운명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 칼로 절명해야 한다
때문에 반드시 칼은 아르티아에 도달할 것이다
순간 황금이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주인의 위기를 읽고
백금의 칼이 단검과 오우후르를 단절하기 위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건 안일한 생각이였다
그런 행동을 허용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
동시에 루기스가 마검을 휘두른 것이였다
그리고 헤르트의 검을 저 멀리로 내동댕이쳤고
피에르트의 불꽃과 아가토스의 보석이 똑바로 아르티아를 향하고 있었다
인간왕 메디크는 이미 한 발을 내디딘 참이였다
아무리 헤르트가 대영웅의 혼을 가졌든
이제 적대하는 자들도 평범한 자가 아니였다
그러니 혼자 틀어막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것은 운명이였고
오우후르는 그저 이 기회만 살피고 있었다
모든 장애물은 제거되고 오우후르가
아르티아에 다시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끝장을 보기 위한 무대는 마련되고
기나긴 여로가 이곳에서 끝나는 것이였다
굉음이 울렸다
아르티아의 체구가 오우후르에 의해 튕겨져 나와
뒤쪽 궁전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었다
동시에 오우후르의 칼날이 아르티아의 가슴께로 꽂혔다
그것은 절명의 일격이였고
그것은 절대의 일격이였으며
그것은 일찍이 그녀를 생애에서 끌어내린 칼이였다
"아르티아! 난 널 누구보다 사랑했어!
일찍이 그녀를 죽였을 때와 같은 말을, 오우후르가 반복했다
그리고 손끝에서 나이프 자루를 잡았다
칼끝은 육체의 상처를 내진 않았다
하지만 그 가슴팍을 파고들어, 아르티아의 영혼을 도려냈다
"오우후르..."
아르티아 역시 예전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성을 뛰듯 여러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져도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 둘에게만 허용될 수 있는 시간이 거기에는 있었던 것이였다
"그래, 나도 사랑해
너를 꼭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어"
서로 싸우듯 빛의 검이 오우후르의 체구를 관통했다
마력을 다 소모해 어렴풋한 그림자에 불과했던
오우후르가 아르티아의 일격을 견뎌낼 리 없었다
보이지 않는 실이 끊겨버린 것 같았고
오우후르의 체구가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 몸 자체
윤곽 자체가 무너진 것이였다
그림자가 한순간 웃었다
동시에 궁궐까지 쫓아온 루기스와 그 시선이 마주쳤고
거기에 담긴 의지가 무엇인지는 두 사람만이 알 수 있었다
한 순간 뒤에 그림자는 사라져갔으며
거기 있던 칼조차도 사라져 있었다
"성녀님, 다치신건지?"
아르티아 밑으로 달려간 헤르트의 말과
주위 적대자들의 시선을 느끼며, 아르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렇지도 않아, 신경쓸 것 없어"
그것은 진실이고 허위이기도 했다
오우후르의 원전은 틀림없이 일찍이 아르티아를 죽인 단 하나의 칼날
그것에게 혼이 뚫려 무사할 리가 없었다
마력은 구멍이 뚫린 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빛 또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육체와 영혼보다 정신이 더 심각했는지도 모른다
연인인 오우후르에게 두 번이나 찔렸으니 말이다
그가 대적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아르티아의 강철 정신을 흔들었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알류에노는 생각했다
나와 그녀는 서로 닮았다고...
삶도, 신앙도, 사상도, 그리고 정신성도
그렇다면 자신이 그렇듯이 그녀가 가장 동요를 드러내는 것은
그의 눈앞뿐일 것이다
그 이외는 유희에 불과할 것이고
어떤 즐거움이든 노력도 모두 가짜
그저 그의 곁에 있을 때만이 산다는 것
그렇게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주보며, 그 손을 털어버린 이 순간만은
아르티아도 예전 소녀의 정신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아르티아의 왼팔이 와들와들 떨렸다
"그래, 너는 이것을 노리고 있었던 거야"
이내 무감정의 가면을 되찾으며 아르티아는 중얼거렸다
당돌하고 아무런 연결이 없는 말
주위의 곤혹스러움을 뒤로 하고 그녀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과연 나 그 자체인가, 좋아 잠시 빌려주마"
"어머, 실례네요"
아르티아의 입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의기양양하게 밝은 소녀가 웃는 모습을 상상하게 할 정도였다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피에르트와 아가토스는 두 눈을 깜박이며 그것을 바라보았고
인간왕 메디크는 순간 걸음을 멈춰버렸다
루기스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 몸은 원래 내 것인데 말이야, 뭐 상관없어"
늠름한 두 발이 대지를 짓밟았고
결코 다른 사람에게 아첨할 수 없는
높은 기량을 지닌 황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르티아는 아니었다
그녀와 같은 절대성을 지금의 그녀는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녀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그녀가 왕도에 군림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머리카락 한 올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겐 환상 같은 모습이 풍겼다
"오랜만인데도 변한게 없구나, 루기스
시건방진 곳이라든지, 뒤틀려 보이는 곳이라든지
그리고... 여자를 데리고 있다는 점이라든지 말이야...."
성녀 알류에노는 노래하는 듯한 우아함을 가지며 말했다
성녀 아뤼에노는 노래하듯 우아함으로 그렇게 말했다.
뭔가 결말이 보인다
제발 소드마스터 야마토식이진 않기를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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