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2화 - 주사위가 구르는 곳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2화 - 주사위가 구르는 곳 -

개성공단 2021. 7. 3. 03:15

"...다른 인간을 어떻게 할 작정이야
너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알류에노와 대면 했는데도
나의 호흡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었다
거리는 햇빛이 계속 떠 있었고
빛의 기둥이 눈부시게 몸을 빛내고 있었건만
내 시야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어두웠다

나는 옛날을 떠올렸다
옛날에는 알류에노가 사라졌을 때, 이런 기분을 느끼곤 했지만
현재로서는 알류에노노를 앞에 두고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알류에노 앞에서 어두운 생각을 품은 적은 없었는데...

알류에노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한 조각의 일그러짐도 보이지 않고
보통 사람이 얻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으며
그리고 악의를 드레스처럼 몸에 걸친 것이 전부였다



나는 침묵한 채의 주위와 등 뒤의 피에르트 보았다
누구나 어금니를 깨물 듯이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지금의 알류에노가 어떤 존재인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갑자기 알류에노의 숙여진 채로 있던 손가락이, 쓱 위를 향했다
그것은 마치 나를 맞아들이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니?
그런 것에 신경을 쓰다니
루기스, 그것들은 너의 편이 아니야
자칫하면 너를 모멸하거나 아예 베어버리는 족속들이지
왜 처지가 달라지만, 태도가 달라질 인간을 마음에 두려고 하는 거야?"




심장이 뛰었고
손가락 끝에 붙은 마검이 신음 소리를 냈다
재빨리 자기를 흔들라고 나에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저건 적이라며 말이다

아니, 마검뿐이 아니었다
아마도 나와 헤르트 이외의 누구나가
알류에노를 적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목을 베을까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알류에노가 발하는 악의가 적대 이외의 태도를 용납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엉겁결에 자문했다
마치 운명이 나와 알류에노를 적대시키려는 것 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르티아와 오우후르처럼 말이다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알류에노의 요염한 말이 내 마음의 추악한 부분을 핥아 갔다





"하지만 나는 달라
세상이 수 없이 바뀌어도, 나만이 너의 편이 될거야
나 만이 너를 버리지 않았고, 나 만이 너를 구할 수 있어
그러니까 다른 인간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나 또한 위선적인 표정을 보이는 인간을 용서할 수 없지..."





알류에노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르티아와 체구를 공유하고 있던 이상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적어도 그녀의 말은 사실이였다

예전의 여행길에서 내 편은 알류에노뿐이었다
그녀 외의 다른 편은 모두 잃어 버린 것도 있었기에
오직 그녀만이 나의 전부였던 것이였다



그런 알류에노를 적으로 싸우다니....?
이 여정 자체가 그녀를 위해 시작됐는데?

나는 깊은 숨을 쉬었다
전쟁터의 공기가 모두 폐로 쏟아지는 것 같았다
할아범을 죽게 내버려 둔 내가 대체 뭘 하라는 거야?





"알류에노, 제발 그러지 마
난 그런거 절대로 바라지 않아
입장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거야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알류에노, 네가 내 편인건 알아, 그렇다고 다른 녀석들이 적인건 아니잖아"

"루기스, 이건 양보할 수 없어
아니, 양보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거야"




결심을 굳힌 알류에노노가 결코 돌아서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상냥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가혹한 면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되었을 때 부러지는 것은 언제나 내쪽이었다
나는 황금빛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녀는 나를 완전히 신뢰한 나머지
의심하는 기색도 없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알류에노는 절대 꺾이지 않을 거야
한다고 한 이상 반드시 해내려고 할 것이다

순간 저릴 정도로 이가 덜덜 떨렸다
나는 마검의 칼끝을 부드럽게 아래로 내리는 동시에...
옆에서 검은 머리가 흩날렸다





"루...기스?"



 
피에르트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녀뿐 아니라 바로 옆에 있던 아가토스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위의 분위기가 변화해 가고 있었다
당초 알류에노에게만 쏠렸던 이목이
지금은 나와 알류에노에게 쏠리고 있었다




"용서받을 생각은 하지 않아
이건 내 마음대로 하는 짓이니까
실수도 옳고 그름도 없다면, 좋을 대로 해보는거 아니겠어?"




여전히, 알류에노의 눈동자는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염한 미소가 뺨에 비추는 모든 것을 끌어들이 버릴 것만 같았다
악의가 마력을 키워 그녀는 온몸에 그것을 껴입고 있었다

나는 그 악의를 참수하듯 최하단부터 칼을 휘둘렀다
물을 긁어내는 듯한 무게가 손 안에 남았다

그 덕에 알류에노 주위의 가다듬은 마력이 사라졌다
그것은 그것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증거였다




"어머 무슨 짓이야?
여전히 반항적인 성격인건가?"


"소꿉친구가 바보짓을 하면 말리는 게 의무잖아

   게다가 미안하지만 알류에노
네가 쓸모 없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는, 내 동료들도 있어
상태가 좋지 않았던 내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들이 있어 주었기 때문이야
아무리 너라도 내 동료를 헐뜯는 것은 용서 못해

        그러니까, 알류에노...."




나는 한 박자를 놓고 다시 마검 자루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오랜만에 한 판 붙자, 내가 지면 너에게 따를게"

"싸...싸움?"




나는 마검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쳐 쥐었다
이제 알류에노는 말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려주는 수밖에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나뿐이였다

알류에노는 곰곰이 몇 초를 생각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상관없어
나랑 너와의 싸움에서 항상 쓰러지던 건
루기스 너 였던 것 같던데?"


"지금까지는 말이야, 오늘만큼은 다를 걸?"



 
알류에노는 그 말에 더 웃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미소를 깊게 지은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마검을 휘두르는 것을, 의외로 생각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일을 즐기는 듯했다

주위의 공기가 다시 이완에서 경직으로 바뀌었고
피에르트가 옆에서 속삭였다




"보조가 될 지 모르겠어... 솔직히 말이야"

"신경 쓰지마, 무리 할 필요 없어
그저 나하고 저 녀석과의 싸움이니까"




말을 하는 사이에도 피에르트가가 이를 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식은땀이 이마와 목덜미부터 흘러내리고 있었고
눈동자가 꽉 가늘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자리의 누구나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궁리하고 있었다
모아진 마력을 일시적으로 무산시켰다고는 하지만
자칫하면 알류에노에게 짓뭉개질 게 뻔했다
여전히 황금빛 눈망울은 주위에 악의를 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분위기 변화를 모두가 바랐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우리들의 망설임을 간파한 듯
알류에노가 한 걸음을 내디디려고 하는 순간...

하늘에서 붉은 창이 떨어졌다




허공을 가르는 속도로 붉은 색의 창이 떨어졌다
그것은 알류에노의 악의를 꿰뚫고 그대로 먹어치우듯 허공을 날았다
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의 창
그것이 알류에노의 발밑을 가격하듯 내동댕이쳐졌다

일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에 맞추듯 한 단어가 중얼거렸기 때문이였다




"원전해제, 거인신화 프리슬란트"




용마저 쏘아 떨어뜨릴 법한 거인의 포효가 하늘을 찔렀다
그것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알류에노의 체구를 겨냥하고 있었다

마치 가르라스의 창을 포석으로 친 것처럼 말이다
보통이라면 완전히 죽일 만한 참격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알류에노의 몸에 닿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
모든 것을 베어 죽이는 황금 영웅이
거인의 궤도를 벗어나도록 백금의 칼을 휘둘렀다는 것

다른 하나는 천둥과 같은 속도로
알류에노와 일섬 사이를 가로막는 자가 있었다는 점이였다

그는 헤르트와 달리 꽤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속도는 느려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어떤 검을 들고 있었는데... 내가 어디서 많이 본 검이였다




"뭔가 좀 달라지셨군요, 성녀님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한테까지 악의를 끼치진 않겠죠?"

"글쎄요... 그것을 결정하는 건, 저 아닌가요?"




그것이 누구인가 등... 이제는 멍청한 질문이였다
눈앞에는 최악의 상황이 갖추어져 있었다



성녀가 된 알류에노 옆에는 헤르트 스탠리와
젊은 시절의 용사, 리처드 퍼밀리스
이렇게 세 사람이 모두 나에게 시험하듯이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