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3화 - 세계를 건 술래잡기 - 본문
엘프의 여왕 핀 엘디스와 용병 브루더가 궁전 앞에 당도했을 때
이미 자리는 엄청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갑자기 자신들 앞에서 떠난 용자 리처드는
헤르트와 함께 성녀 알류에노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마치 공손히 주군을 섬기는 기사 같기도 했다
순간 엘디스는 푸른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응시했다
그 자리엔 루기스와 피에르트, 카리아와 기사 가르라스
인간왕 메디크와 마인 아가토스, 숨 쉬는 것도 주저하는 자들이 있었다
이 전쟁의 결착은 이 자리의 면면에 의해 지배되는 것 같았다
이들의 승패가 국가의 승패로 직결되는 것이였다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엘디스는 얼마간의 의심을 품었지만
곧 그런 사소한 일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푸른 눈이 명멸할 정도의 한기가 온몸을 엄습했기 때문이였다
눈을 가리고 싶은 악의가 살을 베었다
엘프라는 종족은 특히 타 종족의 악의를 받아온 종족이였다
인간으로부터의 그것은 특히 민감하게 느꼈다
알류에노로부터 무작정 쏟아진 악의가
엘디스의 영혼마저 사로잡는 듯했다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다
상대를 저주하는 행위는 모종의 상대를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
상대를 괴롭히고 싶다면 상대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므로 저주는 축복과 어찌보면 같은 것이였다
둘 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황금의 성녀가 발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순수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배제'의 악의
알 필요는 없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쳐다보지도 않는다
단지 필요한 것 이외는 불필요하다고
과실의 껍질을 깎듯이 잘라 버리는 행위
엘디스는 확신했다
그녀는 이제 정신적으로 인간이 아니다
악의를 품고 있는 상대에게 마음을 쏟는 일도
흥미를 가지는 일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상해, 기분 나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목구멍에서 뭔가 올라올 것 같아
"뭐.... 뭐지?"
브루더의 목소리에 엘디스도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의식이 혼탁해져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이였다
"젠장할... 미치겠군
의지만으로도 이렇게 상대를 관통할 순 없을텐데"
그녀는 눈동자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땅을 몇 차례 의식적으로 밟았다
엘디스는 성녀 알류에노를 다시 직시했다
그것이 프리슬라트 대신전에서 만난 것과 동일하면서도
더 이상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루기스, 싸움이라고 했지?
하지만 난 너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나는 그저 너 이외의 것을 없애버리고 싶을 뿐인데
그렇다면.... 음.... 이렇게 하자!"
알류에노의 황금 눈동자는 분하게도 루기스만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어중이떠중이들에 더 이상 그녀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프리슬라트의 대신전 때보다 그녀는 완성되어 있었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녀의 손끝은 곧장 빛의 기둥을 가리켰다
왕도의 중심이라 하듯 이는 당당한 행동으로 빛을 발했다
"아르티아가 세운 기둥은 과거 이 땅에 있던 상징 그 자체
그녀는 정말로 이 땅을 수백년 과거로 되돌릴 생각이야
과거에 있던 토지, 건물, 그리고 커다란 종....
그건 그녀가 가장 신앙받던 시대인걸?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 거 같아
그래서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 나를 저지하면 루기스 승리
반대로 나를 멈출 수 없으면 나의 승리
내가 이기면 루기스는 나를 따라줄거지?"
알류에노는 공기에 녹을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등줄기에 오한이 느껴지는 것이였다
엘디스는 그녀의 감정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루기스에 대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척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이였다
광기가 두 감정을 결합시킨다...
그렇기에 엘디스는 알류노의 말을 놓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를 질끈 갈았다
이상하게도 그 밖에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카리아와 피에르트
신기했다
태생은 물론 처지와 국가
심지어 종족조차 다른데 말이다
셋 사이에는 강한 공통의 의지가 있었다
여기서 저 성녀와는 결판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루기스는 이제 더 이상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땅은 엘디스에게는 적합한 곳
일찍이 요정왕 드래그만이 지배했던 땅
그의 축복과 저주가 대지에 쏟아졌으니
이제는 이 기회를 더 이상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알류에노는 홱 발길을 돌리며
"자, 당신들은 제 편이시죠?
그렇다면 용사는 궁궐을 수호하며, 나를 옥좌로 인도하세요
대영웅, 당신은 불필요한 자들을 없애도록"
그 말에 감정은 담겨 있지 않았고
단지 기계적으로 명령을 했을 뿐이였지만
하지만 그 효과는 절대적인 것이였다
용자 리처드와 대영웅 헤르트는 한 번 절명하고 그 영혼을 빼앗긴 자
생명을 부여받은 이들은 성녀의 생명을 절대적으로 여겼다
"잘 알겠습니다, 그것이 국가를 위해서라면"
어느 쪽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다
동시에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리처드는 성녀에게 등을 돌리고 궁전으로 발길을 돌렸고
헤르트는 성녀를 수호하듯 백금의 칼을 다시 한 번 들었다
그러자 알류에노는 루기스에게 시선을 맞춘 채 말했다
"그리워, 루기스
우리 서로 술래잡기를 하는거 말이야
실은 나, 너와의 술래잡기를 너무 좋아했었어
왜냐하면 그 때의 너는 내 생각만 했으니 말이야
나도 너만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기를 걸고 술래잡기를 하자"
알류에노는 미소를 띤 채
발끝을 움직여 루기스에게서 간신히 시선을 떼었다
쫓아오라고 언외에 그렇게 전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세계는 어떻게 발버둥쳐도 그와 그녀만의 것은 아니였다
"가게 내버려 둘 줄 아느냐, 이 성녀놈아"
알류에노의 발 밑에 꽂힌 채 꼼짝도 하지 않던 붉은의 창이 움직였다
그것은 사나운 짐승의 송곳니가 으르렁거리는 듯했다
"용사"
별 흥미도 없다는 듯 알류에노의 눈동자가 깜빡거렸다
리처드가 검은 검을 날려, 원을 그리는 창을 물리쳤다
"기사를 자칭한 그대여, 어찌 주군을 배신하는가?"
"입 닥쳐라, 리처드 퍼밀리스
누가 먼저 배신한지 모르고 하는 소리냐?
어떻게 왕도를 이렇게 만들 수 있지?"
기사 가르라스는 궁전 입구를 가로막았다
순간 은발을 털며 카리아가 그 옆에서 나섰다
그녀는 계단을 뛰어내려와, 거의 눈깜짝할 사이에
리처드와 알류에노의 중간에 들어섰다
대담하고도 초조한... 그것이 그녀의 강점이였다
"어머나, 당신"
시야에 카리아가 다가오는 순간
알류에노는 루기스만을 겨우 바라봤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것은 결코 호의가 아니였고
물론 아르티아 같은 애정도 아니였다
알류에노는 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너 같은 녀석은 루기스의 취향이 아니야"
"그런가, 그럼 여기서 뒤져라"
카리아 역시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고
그녀의 검붉은 대검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간격을 좁히듯 한 걸음 내디뎠다
알류에노의 말에 카리아는 격앙돼 있지 않았고
감정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여기서 끝내기로 이미 결정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것은, 알류에노도 같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점이 나쁘다고 생각해
폭력적이면서 염치없는 사람 말이야
하지만 뭐... 이젠 상관없어"
황금빛 눈동자가 우아하게 절을 하듯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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