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4화 -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 본문
"이얍!"
궁궐 앞에서 검붉은 검이 날아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눈코 뜰 새 없이 카리아의 대검은
알류에노를 노려보며 허공을 관통했다
그것은 대검을 다루는 자의 칼날이 아니라
그저 자그만한 나이프를 다루듯이
카리아는 거대한 덩어리를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다른 검객들이 평생에야 겨우 다다를 검섬이
그 칼끝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카리아의 칼날은 거인의 힘을 얻어
이제는 건드리기만 해도 상대를 파괴하는 영역에 이르고 있었다
넘치는 재능과 계속 쌓은 무술
그렇게 거인의 혈맥이 파괴의 검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지점은 틀림없이 이 세계의 정점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한다면 카리아에게는 그것 밖에 없었다
피에르트처럼 마법으로 상대를 불태울 수도
엘디스의 주술처럼 적을 무찔러 죽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카리아가 아뤼에노를 죽이기 위해서는
검이 닿는 범위까지 접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마법을 부리는 상대에게는 그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녀도 그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알류에노는 순조롭다는 듯이 카리아와 맞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휘두른 세 번의 일격에서 카리아는 확신했다
잘하면 이 여자에게 칼이 닿을 수도 있을거야
그녀가 휘두른 세 번의 일격에 대해
알류에노는 모두 재치있게 마력으로 받아넘겼다
어떻게 한건가, 튕겨낸건가?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였고
문제는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신체 움직임이였다
철과 피의 세계에서 살아온
카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치졸한 움직임이었다
아르티아의 권능을 이어받기는 했지만 다루지는 못하는 건가?
아르티아의 무서운 점은
엄청난 마력과 권능을 지녔으면서도 숙련된 전사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늘 수많은 전쟁터를 헤치고 나온
독수리의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알류에노는, 그녀에 비해 아마추어였다
싸우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제 막 칼을 든 신인 기사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카리아의 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의 대검이 흩날리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거대한 쇳덩이가 허공을 날았다
그것은 온 힘을 다한 일격이면서도, 궤도를 바꿔 가슴을 꿰뚫게 하는 무기였다
아마도 초보자를 죽이기에 가장 좋은 기술일 것이다
"그렇게 힘에만 의지하니까, 루기스가 싫어하는 거야"
쿵, 충격이 카리아의 은색 눈동자를 스쳐갔다
짧은 중얼거림, 그러나 무거운 목소리에 그녀의 심장이 윙윙거렸다
카리아의 대검이 알류에노에 살갖에 닿자마자, 바로 멈춰버렸던 것이였다
마력 장벽..., 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더 격렬한...
영혼 그 자체가 멈춰버린 것 같은 감촉...
"나는 미움을 받은 기억 같은 것은 없다
녀석과 나 사이에 그런 것이 있을까 싶으냐!"
카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낮추고 순간적으로 칼을 뽑았다
정체 모를 물건을 상대로 무리하게 버티는 짓은 할 수 없고
사실 가능만 하다면 방금의 일격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던 것이 진심이지만 말이다
알류에노는 후퇴하는 카리아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저 단 한마디에 뺨을 치켜올리며 자모의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사랑이란 장님 같단 말이지
자신의 꼴도 못 본 척 하게 만들고...
그래, 뭐... 상관 없어"
동시에 또다시 충격이 카리아의 몸속을 스쳐 지나가며, 큰 소리가 났다
카리아는 육체 전체에 어떠한 타격을 입은 듯
알류에노 근처에서, 저 멀리로 튕겨져 나갔다
카리아는 낙법을 취하고 대지에 발을 붙이면서 숨을 하나 내뱉었다
적은 체술도, 발놀림도 모두 어설픈 아마추어여서 대수롭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마력과 권능, 그리고 드문 악의뿐이다
하지만 그 악의가, 카리아의 영혼을 붙잡게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것은 자신에 대해 어떤 잔혹함도 가지게 할 것이라고
카리아는 이제서야 직감할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너한테 신경 쓸 틈이 없어
나는 루기스에게 쫓겨야 하니까 말이야
사랑하는 상대에게 쫓기는 일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일 아닐까?"
소녀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는 듯이, 알류에노가 말했다
"멍청한 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제일의 기쁨인 것이다
그리고 사냥은 귀족의 소양이지"
조롱하듯이 카리아가 입을 열며
대검을 옆으로 쭉 뻗어 올렸다
알류에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똑바로 카리아를 응시했다
"나 너 싫어"
"동감이야, 나도 네가 싫군"
그들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악의와 적의를 충돌시켰다
이상하게도 카리아에게는 기묘한 확신이 있었다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이 여자와
자신 사이에는 묘한 인연이 느껴졌던 것이였다
그것은 서로 상대방이 살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어떤 식으로 만나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가 되든
결국 이렇게 되는 숙명에 있는 것이란 것이다
분명 피에르트와 엘디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너를 상대하고 있을 틈이 없어"
동시에 알류에노는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튕겨나가라"
순간 카리아의 온몸이 빙 돌았다
그리고 차마 알 수 없는 충격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이 거대한 파쇄음과 함께 탑의 하나로 내동댕이쳐졌다
벽돌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기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카리아의 작은 몸집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탑을 무너뜨려 버렸다
알류에노는 그것을 보고 나서 느긋한 모습으로 궁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
대영웅 헤르트 스탠리가 백금의 검을
양손으로 쥐며 우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검에는 일체의 얼룩이 없었고
무한의 재능을 생각나게 하는 빛을 걸치고 있었다
알류에노를 쫓아가야 할 터였지만
헤르트에게 이를 허락할 마음은 전혀 없어 보였다
수호자 된 자
시키지 않아도 주인은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눈치였다
"왜 네가 이곳을 지키려는 거지?
너는 옳고 그름과, 선의를 위해 행동하는 자 아니였나?
나는 지금 네가 알류에노의 말을 긍정하고 있다고 해도 되는 건가?"
사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헤르트도, 할아범도 내가 최고로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으로 여기에 나타났고
그들이 기적적으로 다시 되살아 난 것이라면
아르티아나 알류에노의 이상을 받아들이고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헤르트는 순간 당황한 모양 마냥
입을 틀어막고 황금빛 눈동자만을 꿈틀거렸다
"긍정도 부정도 하긴 어렵군요
지금 확실한 것은 주인님께서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 뿐..."
너무 뜻밖의 말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헤르트를 아는 피에르트는 더욱 그랬다
"망설이고 있다면, 길을 막을 필요는 없잖아!
나 말야, 쓸데 없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고
특히 망설임에서 생기는 헛됨은 추한 것 뿐이야!"
아가토스는 보석을 주위에 띄우며 스스로 하늘을 날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전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헤르트의 눈빛이 인류를 뛰어넘는 날카로움을 지녔기 때문이였다
하늘을 날고 있다해도 나처럼
저 녀석은 아가토스를 잘라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녀석의 시야의 어디가 중간이고 어디가 중간 밖인지 알 수 없었다
긴장의 연속이 이어지면서
엘디스와 블루더가 침을 삼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러자 헤르트가 눈빛을 약하게 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대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망설이는 것 또한 어쩌면 주인님의 뜻
마인 아가토스, 정의란 무엇이고, 악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란 망설이는 일도 있답니다
그렇게 때문에 휘어지지 않는 정의... 그런 신이 필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것이 설사, 저의 정의가 아니였다 하더라도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저는 상관 없을 것입니다"
백금의 검이 겨누어졌다
상대는 혼자, 이쪽은 여러 명
마인 아가토스에 인간왕 메디크도 참가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반면 피부에는 약간의 한기가 있었다
순간 메디크가 한 걸음을 내딛었다
"너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군
지금 이 때, 너의 행동은 너무 불필요하고 무모하기만 하다
이제 너희들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삶을 그만 둘 수는 없는 건가?"
메디크는 헤르트를 겨냥하며, 창을 치켜올렸고
나도 그에 맞추듯 마검을 겨누었다
그러자 황금빛 눈동자가 우리를 한 번 훑어보았다
나는 이 광경에 많은 분노와 비탄이 있었다
내 머릿속의 대영웅은 완전히 변해버렸기 때문이였다
당장 지금 이 자리에서 깨워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으니
짙은 안개 속에서도, 빛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은 영락없는 대영웅으로서의 자질이였다
헤르트는 검에게 기도하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이 싸움을 정의로운 싸움으로 믿겠습니다
원전해제, 영웅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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