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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0화 - 그것은 나의 이상적인 모습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0화 - 그것은 나의 이상적인 모습

개성공단 2021. 7. 24. 04:55

흑검이 번개를 만들어냈고
용사의 힘에 호응하듯 우렁찬 천둥이 궁궐의 한 구석을 텨냈다

그러나 아무리 용자가 강인한 존재라 해도
상대편은 인류의 천적인 마인
그들은 보통 사람 정도라면 손가락 하나로 비틀어 내는 존재였다
본래 인류가 이길 수 없는 자들이란 것이다

더욱이 용자는 상처를 입었고
몸 속에 저주마저 자리 잡고 있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누구의 태세가 더 유리할지 따질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리 할 말이 있는데
리처드 퍼밀리스라는 자는 규격 외의 존재였다




"천둥"



짧은 중얼거림과 동시에 번개가 시야를 가렸다
그걸 마주본 가르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는 홍련의 창을 옆으로 겨누고 손끝으로 기회를 잡았고
눈 하나 깜빡거리는 틈을 두려하지 않았다

가르라스는 송곳니 같은 창으로 허공을 갈랐다
그것은 마치 공기 자체를 부숴버리려는 듯한 일격였다

리처드의 초인적인 속도에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르라스가 가진 짐승 같은 투쟁 본능 덕일 것이다

하지만 가르라스의 창은 어디까지나 반응만 할 수 있었을 뿐
리처드의 속도를 따라잡은 것은 아니였다

그 사실 하나가 용사와의 궁합을 치명적으로 나쁘게 만들었고
콰쾅, 하는 소리가 가르라스의 귓가에 들려왔다




"마인이란 참 귀찮은 존재란 말이야"




스윽, 리처드의 칼날이 기사 갑옷의 틈새를 넣어졌고
가르라스는 순간 몸을 비틀어 자세를 바로 잡으려 했지만
베인 감촉이 격통과 함께 자신의 머릿속을 휘저어버렸다

피가 끓어오르고 온몸에서 마력을 뿜어내는 듯한 충격
그것은 호흡만으로도 상처를 도려낼 지경이였다

이것은 틀림없이 단순한 칼날이 아니다
용사의 칼날은 마성을 죽이기 위해 있기에
상처는 마력을 멸망시키듯 침식해나갔고
리처드가 칼날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움은 더 해졌다




"쉽게 죽지는 않는다는 건가"




리처드는 가르라스에서 칼을 빼고
즉시 발길을 돌려 등 뒤에 있던 아가토스의 열선을 갈가리 찢었다
그러자 보석 같은 아가토스의 흰 눈이 리처드를 응시했다

용사가 마성에 패배하는 일은 없다...



역대 용사들을 알고 있는 아가토스는
그런 것은 허세에 불과할 것이라고 느꼈다
용사 칭호를 가진 자는 다수는 아니지만
지금까지도 여럿 배출되었다

그러나 그 최후에는 마성에 의해 살해되기 일쑤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에게 사랑받고
남에게 갈구되기 때문에, 남을 위해 계속 싸워왔었다
아무튼 인류가 싸우는 상대는 대부분의 역사에선 마성이였던 것이다

그들은 힘에 부치거나 기진맥진한 끝에
반드시 마성과 싸워 패배를 당하고 죽는 법이였다

그러므로 지금 리처드가 가진 마성을 멸망시키기 위한 권능은
또 다른 곳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가르라스"

"그래, 나도 안다고, 보석"





아가토스로서는 희한하게 짧은 한마디에
가르라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여기서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번 철수하는 것도 옳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기사가 되려는
가르라스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전을 갖게 된 것이니 말이다

맹수처럼 씩씩하고 기사처럼 냉철하게
가르라스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 정도의 마력을 담으며 말했다




"원전해제, 기사장전"





그 말 한 마디에
기사 갑옷이 마력을 뿜어냈고, 창을 아름답게 빛냈다

가르라스의 원전은 현실에 이상을 겹쳐 놓는 데 있었다
본래 있을 수 없는 것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닿을 수 없는 지평에, 발을 닿게 하는 것으로...
그런 성질임을 안 끝에, 가르라스는 하나 깨달았다

리처드 또한 자신과 동류일 것이라고
그의 과거는 알 수 없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흥미조차 가지 않았다
과정은 모를지라도, 가르라스는 결론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리처드는 가르라스의 원전을 보며
눈빛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는 냉정하게 기회를 노리면서, 입을 열었다




"가르라스, 넌 왜 그렇게까지 연연하는 거지?
거리 하나 정도 달라진다고 해도
나라는 나라 아닌가?"


"못 말리겠군
전부 자기 맘대로 덧칠하면서
자기가 알아서 지켜준다는 것은
우스갯소리도 못 된다고
나야말로 의문이군, 어떻게 넌 그렇게 아르티아를 믿을 수 있지?"


"믿는다, 안 믿는다는 게 아니야"




리처드는 번갯빛 띤 흑검을 겨누며 가볍게 말했다
거기에는 의심도 동요도 없고 오직 확신만 있었다




"성녀에겐 재능이 있어
좋게 말하면 통치고, 나쁘게 말하면 지배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종류의 재능이 없어
그러니 대신 그녀에게 대신 시키는 것이지

   나의 재능도, 너의 재능도 크게 보면 소규모에 불과해
언젠가는 서로 한계를 알게 되겠지
마성을 죽일 수는 있어도
마성에 죽임을 당하는 인간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이잖아?"




탁, 하고 한층 더 크게 번개가 울렸다
마치 리처드의 말과 감정에 호응하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의 색깔이 매우 고왔고
그것은 그가 자신의 영혼에서 비틀어낸 목소리였다

리처드는무언가를 떠올리기라도 한 듯 말을 계속해 나갔다




"흔히 있는 불행, 흔한 결말
그런 것들이란 모두 인간의 소행이야
그런 결과를 없애려면, 그녀에게 의지하는 수 밖에 없어
나는 그것을 위해 뭐든지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니까... 나는 너희들에게 질 순 없어"




리처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동자에는 이제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과거와 재주에 사로잡힌 망각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볼까, 원전해제, 용사의 진수"





천둥과 번개가 타오르는 듯한 기세로 치솟았다





 ◇◆◇◆






"뭐하는 거야!"




네이마르 글로리아는 위아래로 흔들리는 어깨를 가린 채 외쳤다
그녀의 움켜쥔 활과 검에 땀이 배어 있었고
초조함을 억제할 수가 없는 모양이였다

눈앞에서는 자신이 평생 도달하지 못할 전역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싸우고 있는 것은, 기사와 자신의 스승이던 자

서로의 창과 칼날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겨루고 있었고
네이마르로는 시선으로 도저히 쫓을 수 없는 경지였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스승이 더 모욕을 당하느니
무모하더라도 싸우다 죽는 게 나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네이마르 안에
전사의 혼이라고도 할 만한 감정이 깃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너 말야... 지금 장난하는 거야?
그저 인간 주제에 이 싸움에 낄려고?
마인끼리의 전투에 인간인 네가 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네이마르를 붙잡은 것은 보석 아가토스다
이제 이 자리는 마인끼리의 전역
인간이 개입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치만... 하고 네이마르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았다
그녀 또한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이였지만...




"그래도!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야!?"





거칠게 가느다란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아가토스의 손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당연하면 당연한게
이 자리에서 유일한 인간인 네이마르가 마인을 떨쳐버릴 리 없었다

아가토스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네이마르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하하하, 누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너는 너의 일을 해주었으면 해
이 자리에 온 것 어찌보면 행운일지도?"




허공에 떠 있는 아가토스의 말에
엉겁결에 네이마르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순간 몸이 느슨해져 활을 떨어뜨릴 뻔한 정도였다
이 마인은 방금 전에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려 한 자가 아닌가




"저 남자... 용사 뿐만 아니라 마인화도 되어버리고 있어
그렇게 되면 우리 둘로는 이길 수가 없을 거야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전혀 쓰러지지 않더라고"




아가토스는 한 박자 쉬고
네이마르에게, 저 녀석과 인연이 있지? 하고 물었다





인연이라는 말을 들으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아가토스는 네이마르의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을 것이다




"우리는 녀석을 죽일 수 없어
하지만 너라면 녀석에게 최후를 줄 수 있을 거야"





네이마르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당황했다
내가 스승에게 최후를....?
물론 그것을 생각하고 움직인 거지만
실제로 이 칼이 닿을지 묻는다면... 대답은...

목이 후들후들 떨렸고

단 몇 초가 영원하게 느껴졌다




"...알겠어, 하지만 난 검술에 재능은 없는 걸"


"너까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아가토스는 두 어깨를 움츠리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확실히 재능은 아름다워
그것은 세계에서 아름답게 빛나겠지
하지만 재능이 없다고 추한 것은 아니잖아
넌 재능에 조종당해 살아가는 존재인 거야?

    내가 아름다움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게
아름답다는 것은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보석의 반짝이는 빛을 본 네이마르는
그녀가 정말로 살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네이마르는 숨쉬는 것조차 잊은 채 보석의 광채를 눈에 새겼다
그리고는 검을 한 손에 쥐고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알려줘
난 어떻게 하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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