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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2화 - 멈추지 마라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2화 - 멈추지 마라 -

개성공단 2021. 7. 30. 04:07

용사 리처드 퍼밀리스의 용모는 아직 젊었을 적의 모습이였지만

그러나 그 눈빛과 목소리는 분명 세월의 노화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그 노회함과 해학을 겸비한 말투를 네이마르는 잘 알고 있었다

 

 

 

 

 

".........."

 

 

"어이, 입 다물고 있지 말고, 웃어라고

일단 즐기고, 눈물 따윈 다 끝난 다음에 흘리면 돼"

 

 

"무...무엇을 즐기란 말입니까!"

 

 

 

 

 

네이마르는 필사적으로 말을 짜냈다

눈앞의 존재가 더 이상 용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몸 안쪽에서 엄청난 피를 토해내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뺨에 주름을 잡고 웃는 모습은

그녀가 아는 노장군이였다

 

메드라우트 보루에서 헤어진 채 만나지 못했던

리처드와 네이마르는 가까스로 재회했다

그러나 이 짧은 만남은 곧 새로운 이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각하

저는... 저는 각하의 구조를 제 시간에 하지 못했습니다"

 

 

 

 

무너지는 리차드의 몸에 매달리듯 

네이마르는 비통함을 드러냈다

평생의 후회를 토로하는 모습은

네이마르의 가냘픈 몸매를 더욱 여리게 만들고 있었다

 

리처드는 그 등에 손을 얹으려다가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고 말했다

 

 

 

 

"바보냐 너는

죽은 사람에게 사과하다니 말이야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책임을 댈 권리가 있어

내가 진정 죽고 싶지 않았다면, 도망쳐 버렸겠지

나는 나 때문에 죽은거야, 네가 사과하지 말라고"

 

 

"각하 다운 말씀이시군요...."

 

 

"나 답다는 건 잘 모르겠군... 하하하"

 

 

 

 

 

네이마르는 조금 전까지 상대했던 용사...

오직 힘과 재능만을 과시한 그는 전혀 다른 사람 같이 보였다

 

아니, 정말로, 다른 사람이야

그것은 아마 용사라는 상징 그 자체

그래서 아르티아의 총애를 받았던 거겠지

 

분명 리처드가 그 의식을 되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신령 아르티아가 스스로의 힘을 주어

부하로 삼은 것은 대영웅, 용자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자들이였고

 

그 틀을 벗어난 자에게 더 이상 아르티아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의를 신망하지 않고

단 한 인간과의 전쟁을 고집한 대영웅은 더 이상 대영웅이 아니며

사랑을 주는 사람에 의해 죽음을 받은 용사는 더 이상 용사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제가 좀 더 재능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각하께서 이런 상황을 맞지 않았을 텐데...!"

 

 

 

 

 

네이마르는 리차드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다물었다

 

그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더 재능이 있었다면

리처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쓸모 있는 졸개였다면

리처드는 어쩌면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메드라우트 보루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리처드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재능을 믿고 그를 죽이는 것으로밖에

국가를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네이마르는 자신의 입술에서 알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오자 경악했다

더 이상 오랜 시간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할 말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아무리 해도 머릿속에서 말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네이마르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힘차게 리처드가 응했다

 

 

 

 

"너도 내 제자라는 건가?

그 녀석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내 제자란 것들은

이상한 곳에 성실한 면이 있단 말이야"

 

 

 

 

리처드는 자신의 품으로 고개를 숙이기만 하는

네이마르의 어깨에 손을 얹어 얼굴을 들게 했다

손가락 힘의 약함 때문에

네이마르는 이제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쪽이 시선을 맞추었다

 

 

 

 

"네이마르... 이제 그 녀석은 못 보겠군, 그러니까 전해주겠어?

 

 

   이 세상에 뭔가가 없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없어

힘이 부족하든, 재주가 없든 상관없단 말이야

당연한 거야, 인간은 성장도 하는 동시에 실패도 하는 거니까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 아,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지

 

          정말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야

결과가 비참하더라도, 네가 너로서 그 생을 마치기만 하면 되는거야"

 

 

 

 

 

게다가 말이야... 하고 리처드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양 손을 네이마르의 어깨에 올렸고

마치 그 모습은...

 

이별을 통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슴을 펴라... 넌 나를 넘어섰잖아...

원한다면 용사든 뭐든 맘대로 이름을 대도 돼

......멈추지 마라... 앞을 향해 가는 거야...

스스로 자신을 버리는 짓은 절대 하지 말도록...."

 

 

 

 

 

어깨에 걸린 손가락에서 점점 힘이 없어지고 있었고

네이마르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목구멍을 떨며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네, 스승님, 전 당신의 제자니까요"

 

 

 

 

 

네이마르는 일부러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리처드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웃었다

 

하지만 리처드의 웃음 또한 고통을 감추는 웃음이였고

그의 얼굴색은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음.... 너무 말을 해서 목이 말랐군... 독한 술 좀 가져다 주겠나?"

 

 

"...바로, 가져 오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아아...... 부탁할게"

 

 

 

 

 

네이마르는 그 자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휘청거릴까봐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그녀였다

 

그녀의 어깨에 이제 스승의 양손은 없었고

그녀는 온몸으로 스승의 온 체중을 지탱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큰 데다 갑옷도 입었으니

까딱하면 금방 다리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눈을 감고 뺨에 뜨거운 것이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결코 자세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눈을 감고, 스승의 몸이 쓰러져 버리지 않는 동안은

아직 말을 걸어 주는 것이 아닐까

아직 끝이 아니지 않을까

그런 부질없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을 받아들여만 했다

네이마르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힘들었다

 

 

 

 

"꼭.... 최고의 술을 갖다 드릴게요, 알겠죠?"

 

 

 

 

그저 그렇게만 중얼거리고 있을 뿐...

 

 

 

 

 

 ◇◆◇◆

 

 

 

 

 

 

"하... 쉬운 상대는 아닌 것 같군"

 

 

 

 

 

 

왕도 중심부

인간왕 메디크는 민가의 지붕 위에서

턱을 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시선 끝에 있는 것은 아르티아가 깊숙이 꽂은 빛의 기둥.

지금도 반짝이는 빛을 발하며 주위에 햇빛 이상의 광채를 주고 있었다

 

루기스는 후방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상대는 이것이라고 메디크는 단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코가 저려서,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일그려뜨렸다

빛의 기둥에서 엄청난 마력의 냄새와

살갗을 오싹하게 만드는 압박을 전해오고 있던 것이였다

 

역시 이상해...

메디크는 눈꺼풀을 비틀었다

 

 

 

 

 

이 빛의 기둥은 비길 데 없는 마의 결실

도시 하나에 환상을 심어주고 현재에서 과거로 되돌리는 기적

그러나 그것을 이루려면 엄청난 마력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순간이라면 아르티아에게도 분명 이 기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정으로 지속시킨다면 어떨까

아무리 대마 아르티아가 강대하더라도 마력은 무한대가 아니다

과연 화산의 분화를 느끼게 할 정도의 마력을 계속 뿜어낼 수 있을까

 

 

 

 

"그래... 그런 거였군"

 

 

 

 

메디크는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아르티아는 다른 곳에서 마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둥은 마력을 흡수하고

목적을 수행할 만한 마법기구라고나 할까?

 

사실 도시에서 마력을 모으는 것은

기술만 있으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용병도시 베르페인으로 피에르트가 해냈듯이

도시에 집적된 마력을 빨아들이는 일도 한 가지 방법

 

게다가 그 이상으로, 막대한 인구를 필요로 하는 왕도에서는

마력의 운반자가 얼마든지 있을테니 말이다

 

 

 

 

"최악이군.... 천 년이 지나도 같은 것을 보게 될 줄이야"

 

 

 

 

 

 

만약 이것이 생전에 보았던 것과 똑같다면

단독으로는 파괴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반드시 파괴해 보이겠어

 

 

 

 

"그럼... 시작해볼까"

 

 

 

 

 

메디크는 창으로 허공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지붕 일부를 발로 내리치며 도약했다

 

거인, 정령, 용

수많은 마성을 죽이면서 인간 국가를 이룩한 메디크에게는

죽이지 못한 유일한 것

 

 

 

 

메디크는 신의 잔향을 기둥에서 느끼며, 창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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