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8화 - 당신의 이름을 묻겠다 - 본문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
아직 햇빛과 어둠이 서로의 칼날을 주고받고 있던 무렵...
기사와 용사가 궁궐을 유일한 전쟁터로 삼아 서로 겨루고 있었다
자신이 믿는 자를 위해 적의를 넘치며
한 발짝도 물러서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거듭될 때마다 굉음이 주위를 휩쓸었다
홍련과 흑검 어느 쪽도
한때 아군이었던 주저함 같은 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용자 리처드 퍼밀리스는 궁전 앞 계단을 발로 밟으며 말했디
"네가 배신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 적이라면 밀고 나가겠어"
천둥소리가 공중을 지나갔다
리처드가 걸음을 내디디면
가르라스와의 사이에 있던 공간이 날아가 버렸다
순간 궁궐로 통하는 문이 강렬한 힘에 짓눌려 튕겨 나갔다
벽돌은 파편이 되고 유리는 파편이 돼 흩어졌다
궁전은 그렇게 아수라장이 되고 있던 것이였다
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의 체구가 날아갔다
그는 대궐 안으로 굴러 들어가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여긴 상당히 오랜만인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군"
리처드는 궁전에 발을 들여놓으며 가볍게 목을 울렸다
감회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생각하는 것은 성녀를 위한 길이 열려야 한다는 것 뿐
대영웅이 인류 정의의 상징이라면
용사란 신앙과 희망의 상징
성녀의 말은 그야말로 의심할 것이 없는 것이였다
문득 리처드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보며
가볍게, 몇 번 쥐어 보았다
몸 속에는 엘프의 저주가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마법 갑옷을 입은 여자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복부에 박힌 일격은 내장에 영향을 주었던 것이였다
하지만, 아직 손가락 끝에 힘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리차드는 느꼈다
앞으로 가르라스와 겨룬다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검은 검을 고쳐 쥐고 그 칼끝을 만지고 있으면
눈 앞에서 가르라스가 잔해 속에서 와르르 체구를 일으킨 것이 보였다
역시 마인의 몸, 이라고 리처드는 휘파람을 불었다
"먼저 배신한 주제에... 적?"
"호오, 아직도 움직이려는 건가?"
가르라스의 기사 갑옷에 찌그러진 곳은 없었고
홍련의 창은 아직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다듬어진 것 같은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에 젖어 있던
가르라스의 모습이 점점 짐승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사나운 짐승이라고 불렀던
명예의 기사가 그 송곳니를 웅장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이였다
하지만 가르라스는 간신히 남은 이성으로 입을 열었다
"리처드, 당신은 이것을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는 건가?
이 왕도를, 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것은 다 허풍이였던 건가!?"
이제는 여기서라도 시선을 기울이면, 그 광경이 보였다
왕도의 거리의 건물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그러나 현란함이 넘치던 시절
코를 찌르는 공기와 피부에 닿는 마력이 농밀하게 변해갔다
틀림없이 아르티아 통일제국 시절의 광경은
이것이었을 것이라고 가르라스는 확신했다
아르티아나, 그녀를 시중드는 마성들은 그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농밀한 마력을 지닌 도시는 분명 그들에게 이상적인 도시
아르티아의 영혼은 반드시 전성을 되찾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사는 인간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가르라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이였다
내가 창을 잡은 것은 기사가 되어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이 왕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르아는 말했다, 왕도에 상처는 입지 않을 것이며
갈라이스트 왕국은 더 강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그것이야말로 목적일 것이였다...
그런데 이 광경은 뭐란 말인가
무엇보다 이 농밀한 마력 말이다
마력이란 사람에게 약인 동시에 독
이러한 마력이 만연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니... 것보다 이 마력은...!
최악의 상상이 가르라스의 뇌리를 스쳤고
그럴 때마다 터져 나오는 분노를 애써 참아냈다
그러나 리처드는 가르라스의 속마음을 뒤로 한 채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그래도 나라가 망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안그래?"
가르라스는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 용사는 모든 것을 알면서
아르티아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였다
가르라스는 홍련의 창을 조용히 리처드에게로 돌렸고
서로의 칼끝이, 다시 상대의 생명을 겨냥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가 눈꼬리를 꿈틀했다
그것은 분명한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여러 명의 인간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
훈련은 되어 있겠지만 분명히 마인이나 용사에
합당한 자가 아니라는 기색은 알 수 있었다
시선을 돌리면 달려온 것은 장비를 갖춘 위병들
궁궐이 굉음과 충격을 받았으니
이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리처드는 별 흥미가 없다는 듯 시선만 들이밀며 말했다
"적대적인 자가 아니라면
너희들에게까지 손댈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조용히 좀 있어 주겠나?"
검은 검이 빛을 더해 갔다
천둥소리 같다고 칭송받던 용사의 전성기가 지금 여기에 있었다
그 빛은 역사상 어떤 영웅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의지가 상실되어, 재능만 있는 텅 빈 몸이 된다고 해도 말이다...
그의 눈빛 하나만으로
위병의 발길을 막기는 쉬웠다
이제 그가 발하는 기색도 인간의 것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딱 한 명
위병 안에서 발을 내디뎠다
그 자는 지휘관용 가죽갑옷을 입고선 입을 열었다
그것도 여자 지휘관이였다
"당신.... 하...!"
여자는 분노하듯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특징적인 눈빛은 매우 강해보였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죠....?"
여자가 내뱉은 것은 온몸과 마찬가지로 떨리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자신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여자가 조금 마음에 걸리는 리처드였다
하지만 본 기억이 없다
어쩌면 생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일까 하고
리처드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리처드 퍼밀리스, 이제 만족하나?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방해하겠다면
용사의 이름을 걸고, 네 목을 치겠다
그게 싫으면 좀 닥치고 있도록"
리처드 입장에서는 가르라스 외에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 이외에는 그저 쉽게 벨 수 있는 나무일 것이다
그래서 바로 시선을 가르라스에게 돌렸던 것이였다
순간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갈라이스트군 지휘관이자
부관 네이마르 글로리아가 이를 악물고 발을 내딛은 소리였다
"장난치지 마"
그것은 차분한 음색이었다
격앙도 동요도 없는 목소리
네이마르는 들고 있던 활을 움켜쥐었다
근접전에 자신은 있었지만
그것이 숙련된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은
네이마르 자신이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활을 드는 것이 차라리 낫겠지
"장난치지 말라고!
내가 아는 각하는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아!"
네이마르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활을 당길 수 있을 만큼 당겼다
용맹해지기를 기대하다 붙여진
남성 이름과는 달리 네이마르는
이성과 지혜를 갖춘 성격을 갖기에 이르렀다
지방귀족이면서 군사의 길을 택한 것도
입신출세를 원한다면 그 선택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였다
군을 이끌 때도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고
직관보다는 상도와 이성을 중요시했다
그러므로 상관이던 노장군 리처드와 충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때만큼
네이마르의 행동은 충동에 이끌리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가 화살을 받치고 있던 손이 놓였다
"누구냐 너는!!"
근거리에서의 활에 의한 사격속도는 위협적이지만
사선은 직선적이어서 반응이 좋으면 방패로 내칠 수도 있었다
그것을 시선으로만 바라보며 리처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놈, 저 놈 할 것 없이 모두 죽고 싶어 하는구나"
검은 검이 천둥처럼 되며, 공간을 양단했다
화살이 잘려나가는 동시에
리처드는 네이마르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 봐, 아가씨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는 흑검을 너무나도 차분한 모습으로 휘둘렀다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최종장 신화혈전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0화 - 그것은 나의 이상적인 모습 (0) | 2021.07.24 |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9화 - 나의 스승이자 적 - (0) | 2021.07.24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7화 - 헤르트 스탠리 - (0) | 2021.07.18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6화 - 영웅 신화 - (1) | 2021.07.18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5화 - 모인 두 영웅 - (0) | 202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