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7화 - 헤르트 스탠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7화 - 헤르트 스탠리 -

개성공단 2021. 7. 18. 02:04

밤이 등장했다

루기스가 가진 권능을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을
헤르트는 알 수 없었다

마검이 고요한 어둠을 이루며
의기양양하게 빛나는 햇빛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헤르트가 햇빛으로 변한 검을 휘두르면
여전히 시가지는 부서지고, 저 멀리있는 외벽마저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그중에 딱 하나
어둠만이 햇빛을 죽이고 세계에 군림하듯 대지를 짓밟고 있었다



의심도 주저도 하지 않고
헤르트는 그것이 자신의 적이라고 판단했다
양손으로 잡은 햇빛은 열을 띠며 닿은 것을 그대로 증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적의 칼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한 손으로 잡는 것은 밤 그 자체
너나 할 것 없이 건드렸다간 모든게 사라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햇빛이 죽이기만 하는 것만은 아니였다
햇빛을 죽이는 것은 언제나 밤이지만
밤을 잡아먹는 것 또한 항상 햇빛이였으니 말이다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와의 극치
그것이 헤르트에게는 인과처럼 느껴졌다
아니야, 틀림없어
자신과 그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인과가 있었던 것이다.

햇빛과 밤이 검의 형태를 취하며 서로 마주쳤다




헤르트는 다리를 움직이며, 허리를 회전시켰다
무게를 한껏 실은 헤르트의 일격은 힘을 수반해 하늘을 얀단했다
루기스는 아마 처음부터 한 손으로 그것을 받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는 태세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반신이 되어
캉,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일격을 받아넘겼다
그리고 손목을 돌려 기세 좋게 밤의 칼날을 헤르트를 향해 내리쳤다

불꽃은 튀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의 원전이 강렬한 소리를 냈다
그것이 한 번, 두 번, 세 번...
서로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느 한 사람도 방심 따위 없었다
두려울 정도로 전력을 들이붓고 있었던 것이였다
이러한 싸움에서는
때때로 조절한 기술이나 간격을 도모하는 일이 있었지만
어느 쪽도 그것을 행하려 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그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였다
손재주는 익히기만 하면
쓸모가 있다는 것을 헤르트와 루기스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이 검투에 뭔가를 희석시키기를 거부했다




서로 말은 없었다
그저 절명을 나타내는 검을 손에 쥐고 물러서기를 바라지 않고
정면으로 칼을 맞부딪치는 광기의 행위만을 벌였다

헤르트는 과거 프리슬란트 신전에서도 이랬을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이 순간을 위한 만큼
그날부터 오늘까지의 모든 것이 있었을 것이다




"......"




목소리라고 부를 수는 없는 소리
어느 쪽이 발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헤르트의 눈동자에는 폭위가 떠올랐고
루기스의 두 눈은 흉칙한 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서로의 칼날이 겹칠 때마다 폭발적인 마력이 주위를 소용돌이쳤다
인간은 물론 더 이상 마성조차 건드릴 수 없는 영역에 두 사람은 있었다
더 이상 그들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엇인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였다

몇 백, 몇 천, 몇 만번...
대체 얼마나 칼을 휘둘렀던가
몇 번이나 피를 흘렸던 것인가

모두 승리의 축배를 마시고 패배의 고뇌를 맛보았었다
그 결실 끝에 헤르트와 루기스는 여기에 도달한 것이였다



헤르트는 신음하듯 웃었다
이 순간을 더 이상 맛보지 못하다니....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감각이 
더 이상 이 상황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케 했다

다시 한번 주어진 황홀한 이 한때는 더 이상은 없을 것이다
분명 루기스도 자신처럼 똑같이 느끼고 있겠지

순간, 서로의 시선이 정면으로 겹쳐졌고...

둘은 웃고 있었다





신호는 그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상대를 죽이고
상대에게 살해당할 의사를 결정했다

헤르트는 정면에서 내건
햇빛을 정면으로 속도를 수반해 내리찍었다
그의 반짝이는 재능은 그것을 필살의 일격으로까지 만들어냈다
분명 인류를 넘었음은 물론이고, 영웅이라 부를 만 할 것이다

속도는 측정할 수 없을 것이고
공간이 찢어졌다고까지 생각하게 만들 것이며
인류는 쉽게 절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태양의 일격


바로 그것을 상대하는 것은 어둠 그 자체
눈부신 햇빛에 어둠의 선이 그어졌다

루기스는 자신의 오른쪽 허리에서 칼날을 빼내는 형태로
헤르트의 몸통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제 서로 검술을 초월한 단계에 이르렀지만
검의 모양에 집착하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긍지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로 최후의 일격이 지나갔다....





 ◇◆◇◆






극한의 빛이 시야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틀림없이 헤르트의 혼신이라고 확신했다

내뿜는 햇빛은 절대적인 것
이에 접한 것은 원형조차 남김없이 소멸될 것이다
나는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이 들었다

오른팔의 감각을 잃어
왼팔밖에 쓸 수 없는 나는 받는 것도 물론 능숙하게 다루지도 못했다
승리하려면 이 속도마저 잃게 하는 햇빛보다
헤르트를 먼저 죽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가 생각났다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에서의 결투
나 자신의 어떤 것도 헤르트에게 전혀 닿지 않았었다

프리슬란트의 대신전에서는
칼날이 헤르트에게 닿음과 동시에
나의 몸이 그 녀석의 검에 양단되어버렸었다

그것만으로는 이미 글른 것 아닐까
이미 두 번이나 녀석에게 닿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때만큼은 넘어야 할 것이다
평생을 동경한 상대이자 원수
누구보다 지켜보았던, 대영웅 헤르트 스탠리를...

나는 왼팔을 잃었음에도, 혼신을 다해 어둠을 휘둘렀다
생애에 있어서 딱 한 번 할 수 있을까 하는 한 일격
인류로서의 검술뿐만 아니라
샤드랩트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담아
열심히 휘둘렀다





그렇게 태양과 밤이 교차했다
그것은 바로 영원이나 다름없는 순간이였다

눈을 깜빡이니, 내 손 끝에서 어둠이 사라져 갔다
죽음의 상징은 흘러내리듯 녹아 가고, 남은 것은 마검 뿐...

몇 초 뒤 헤르트가 불쑥 중얼거리듯 말했다




"섭섭하군요... 끝이라는 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럼에도, 후회를 남기지 않는 목소리였다

순간 헤르트가 뿜어내던 햇빛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희미하게 남겨진 빛이, 그 옆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렇긴 그렇지...
하지만 어떤 것이든 언젠가는 끝나는 법이잖아..."





나는 그것만을 말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시선끝으로 나의 칼날이 
헤르트의 체구를 깊숙히 관통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라는 것이 있다
만약 지금 이 때, 나의 칼날이 헤르트에게 닿은 원인을 추궁한다면
분명 그것은 녀석이 한번 죽은 몸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은 죽음을 부른다
한번 죽은 헤르트의 몸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본래의 형태인 죽음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그 단 하나의 원인이, 나의 칼날을 헤르트에게 닿게 한 것이였다

순간 눈꺼풀을 감고 정면으로 헤르트를 보았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을 태세를 취한 녀석과
시선을 마주치듯 쪼그려 앉았다




"이건 네 것이였지? 돌려줄게"




나는 허리춤에서 백검을 꺼냈다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다만 이 자리에서 할 말을 달리 찾지 못 했을 뿐이였다

헤르트는 백검을 의외라는 듯 바라보다가 뺨에 미소를 띠었다
그 몸이 지금이라도 절명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죽인 거였으니 말이다




"아니요, 그냥 가지세요, 더 싸울 거잖아요...?"





헤르트의 손가락 끝이 백검의 칼날에 닿았고
희미하게 남은 빛에 공명하듯 칼날이 울렸다
죽어가는 기색인데도 헤르트는 힘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손에서 놓지 말아주세요
이 검은 다음에 만났을 때 돌려주시고..."



"....아아, 그래, 그렇게 하자"





칼날에 닿았던 헤르트의 손가락 끝이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이제는 그 힘조차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헤르트는 턱을 들고 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힘없는 몸 속엔
황금빛 눈동자만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죽은 자의 것이 아닌, 틀림없는 인간의 것
헤르트는 입을 벌리고 말을 내뱉었다




"계속해서 이기시길 빌죠, 전우여..."





헤르트는 그 답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그것은 어쩌면
헤르트가 마지막에 보인 본인의 일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의도 선도 대영웅도 아닌, 헤르트 본연의 모습...




"너 이외엔 질 수 없다고
나중에 보자, 전우"





떨어져가는 헤르트의 손을 왼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힘을 잃었을 손가락이 한 순간, 뜨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곧 그것은 없어지고
헤르트의 몸은 탈진한 것처럼 무거워졌다
마치 잠만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다시는 눈을 뜨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전우는 지금 죽은 것이다
나는 몇 번 그것을 확인하듯, 가슴속에서 반복하고 있었다


이 제목이 뭘 의미하냐면

루기스의 이전 세계에서 여행에 동참한 인물들이 다 나오게 된 거죠

제7화 알류에노

제41화 카리아라는 여자

제50화 피에르트라는 여자

제86화 엘디스라는 여자

제637화 헤르트 스탠리

 

하지만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루기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군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