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7화 - 원하는 미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7화 - 원하는 미래 -

개성공단 2021. 8. 15. 03:17

목덜미로 떨어지는 도끼에 살의가 엄습했다

 

브루더는 자신의 끝과

악의는 의사를 상실한 자에게 가장 강한 것임을 확신했다

 

깊고 깊은 절망에 빠져드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기분 좋은 잠과도 비슷해보였다

 

하지만 눈꺼풀이 떨어질 뻔한 순간

기억에 없는 기억 속에서 브루더는 무언가를 보았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지만

부모도 여동생도 잃어, 외로운 나에게

단 한 명의 친구가 있었던 것이였다

 

그 녀석은 언제나 남을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변변치 못한 주제에 이렇게 말했다

 

 

 

 

"가자고 브루더

실패했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잘 됬다면 좋은 사슴고기라도 먹으러 가자고"

 

 

 

 

브루더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 그렇구나...

그 쪽 세상에서도

너는 나에게 가까이 있어 주었구나

 

두 다리에 혼신의 힘이 심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몸을 튕겨내기 위해서만의 힘이였다

 

이걸로 뭐가 달라질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나의 죽음을 몇 초 지연시키는 것일지도...?

 

하지만 그래도... 절망하기에는 아직 일러

 

 

악의로 가득찬 도끼는 

목을 자르진 못했지만

브루더의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내버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

 

 

 

 

"너 좀 하는 걸?"

 

 

 

 

베스타리누의 모습을 한 환상을 향해 열선이 날아갔고

그녀는 브루더를 등지듯 하면서 서 있었다

 

보석 아가토스는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는데

 

그녀의 몸에서는 한 팔과 한 다리가

그림자처럼 검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은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손으로 한 짓

스스로 반신을 잃어 근소한 이성을 획득한 아가토스였다

 

그러나 눈동자는 그런 상실을 느끼지 못하는 기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잘도..."

 

 

 

 

아가토스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면서

보석 같은 눈동자로 흉칙한 의지를 내뿜었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알류에노 뿐

 

 

 

"내가 그 얘를 짓밟아 버리도록 내버려두다니...

용케도 그 얘를 잃게 만들다니..."

 

 

"어머,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건 내가 아니라, 네가 한 일 아니였어?"

 

 

 

 

 

알류에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는 동시에

오히려 순진하기까지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악의만큼은 그녀의 등줄기를 맴돌고 있었다

 

 

 

 

"뻔뻔하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그래... 그렇게 말하는 것도 지금까지다...

내 의지로 반드시 너를 죽이겠어!

반드시 네 숨통을 끊어 놓을 거라고!"

 

 

 

 

보석이 반짝이였다

그리고 분노 또는 원망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열선의 폭풍이 몰아쳤다

 

본래라면 성 그 자체를

붕괴시킬지도 모르는 열이 알류에노에게로 쏟아졌다

 

허지만 여전히 그녀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것은

알류에노가 가진 악의 때문일까?

 

 

 

그러는 사이

아가토스는 가볍게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브루더는 그것이 자신을 향한 신호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불쑥 쳐들고, 아가토스와 눈을 마주쳤다

 

 

 

 

"눈치가 빠르네, 잘 듣도록 해

저기 셋은 너만큼 빨리 회복할 수 없을 거야

아니... 그보다 스스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네가 움직이는 거야"

 

 

 

 

아가토스의 당돌한 외침에

브루더는 약간 당황했지만, 바로 반응했다

 

 

 

 

"......알았어"

 

 

"이해력이 좋구나, 좋았어

우리들은 아르티아를 죽일 수 없어

그렇다면 죽일 수 있는 녀석만 죽일 수 밖에 없겠지

너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해서 그 녀석에게 전해

그래야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아가토스는 단 두 마디를 말했다

브루더는 그 뜻을 확실하게 알 수 없었지만

단어 자체는 외울 수 있었다

 

그녀는 되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다른 녀석들은 어떡하지?

이대로 두면 살해당하는 거 아니야?"

 

 

"내 생각엔 죽이지는 않을 것 같아

죽인다면 아주 오래 전에 죽여버렸겠지

나나 너도 아직까지 죽지 않았잖아?

이유는... 단지 저 여자의 악취미라고 할까나?"

 

 

 

 

악취미

어째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을 죽이지 않는가

잡은 승기를 왜 확실하게 잡지 않는 건가

이유는 하나 밖에 없을 것이다

 

아가토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운명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금 이 자리를 보고 뭐라고 답할 것인가

 

 

 

 

"아무튼 인간, 당장 가도록 해

인간이란 끝까지 사는 게 의무잖아"

 

 

"...하지만, 당신은...?"

 

 

 

 

아가토스는 브루더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았다

마인이 인간에게 걱정을 받다니... 망측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그걸 굴욕이라 생각하지 않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자신도 이상해진걸까

아니, 원래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한 시점에서

이미 자신은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가토스는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브루더를 타일렀다

 

 

 

 

"지금 누구 걱정을 하는거야?

나는 마인이라고, 육체를 잃어도 죽지 않아"

 

 

 

 

거짓말이다

지금 아가토스는 그냥 그림자

원래의 그녀는 이미 브릴리간트와의 일전에서 원전을 상실했다

지금은 조금 남은 그림자가 비치고 있을 뿐....

 

 

 

 

"네가 여기서 멈칫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죽을 가능성이 높아져

그러니까 어서 가!"

 

 

 

 

브루더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허벅지에 피를 흘리면서

옥좌 사이로 구르듯 뛰쳐나갔다

 

아가토스는 그것을 보며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추하지 않아...."

 

 

 

 

자기 멋대로, 남을 평가하다니

그것은 아름다운 행위가 아니다

나는 이것을 한 소녀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분명 레우는 화를 내겠지...?

그리고 슬퍼해 줄거야

이것을 좋아해야 하나, 후회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림자다

현재를 살 수 있는 몸이 될 순 없다

허나 그들은 다르다, 미래가 있다, 살아야 할 안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혼신을 다해보자

 

 

 

 

"미안해, 너와 하고 싶은 말이 수두룩 했는데..."

 

 

 

 

아가토스는 앞가슴의 보석에 손끝을 대며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발버둥치는 모습

절망에 뒤엉켜, 진흙탕에 빠진 모습

잠깐의 실수로 끝을 맞이하는 모습

어느 것 하나 아름다운게 없다는 것은

기억에 없는 기억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은 본래 여러 종말을 맞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 현재가

그 추악과 어리석음 끝에 겨우 포착한 진실이라면

 

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인가

 

 

 

 

"슬픔도, 고민도, 체념도 이젠 충분해

비극이라도 구원은 있는 법이니까"

 

 

 

 

 

 

 

열선의 폭풍우가, 서서히 출력을 떨어뜨려 갔다

이전 시대의 마력도 대부분 잃어버렸다

악의를 관철할 힘을 상실한 것이였다

 

그러나 아가토스는 알류에노의 황금을 보고

동시에 주위에 쓰러져 있는 인간들에게 눈짓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레우야,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그러니까... 네가 살아남기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