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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9화 - 알류에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49화 - 알류에노 -

개성공단 2021. 8. 15. 04:21

옥좌 사이
나와 알류에노노 이외의
그 누구도 일어서지 않은 공간에서
나는 마치 내뱉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싸움을 계속할까, 알류에노?"




모든 게 끝나기 전에 자신을 말리면 루기스 승리
멈출 수 없으면 나의 승리



알류에노가 한 말이 귓가에 쟁쟁했다
그녀는 궁궐 앞에서 만났을 때와 다름없는
녹을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난날 이 왕도에서 함께 지내던 때와 다름없는 천진난만함
뺨은 홍조를 띠고, 웃는 얼굴은 터질 것 같았으며
눈동자의 빛은 상대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다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채로 웃고 있다는 것...



알류에노의 손에서 흘러내린 것은 아가토스인걸까
마인의 생명력만이 아직 그녀를 살리고 있지만
벌레의 숨소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카리아와 피에르트, 엘디스
게다가 마티아와 필로스도
마치 알류에노라고 하는 유일한 주인을 받들듯이
그녀들은 옥좌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전원의 숨결은 느껴졌지만, 단지 그것뿐이였다




나는 입안에서 가볍게 숨을 쉬고
왼손 손가락으로 마검을 만지작거렸다




"어머,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자는 거야?
물론 상관없지만, 무리하면 안 돼, 루기스
너는 억지를 부리다가 다치는 일이 많았잖아"




뭔가 기묘했다
그녀는 자신의 양손을 피로 더럽히면서
단지 나의 걱정에 의식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 안에 있는 것은 선의일까
아니면 애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사랑은 광기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말했잖아, 너를 말리고 다른 자들도 도와줄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무모함도 필요하지 않겠어?"


"역시 다른 사람이 있어서 인걸까?
나는 너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그런데도 너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터무니 없는 짓을 하려고 하지"




알류에노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옥좌의 마를 유지하고 있던 마력....
아니, 악의라고도 할 수 있는 그것들이
일제히 사람의 모습을 잡기 시작했다

얼굴은 모르겠다
애초에 알 필요도 없겠지만
그들이 뭘 하려는지는 알 수 있었다

과연, 그렇군
알류에노, 너는 정말로
내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야

이런 것은 행복일까, 아니면... 왜곡일까

악의적인 군세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은
땅에 엎드린 자들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결국 이들을 살리고 있었던 것은
이렇게 하기 위해서인 셈일 것이다




"루기스 걱정하지마...
나 만큼은 너와 함께 있어줄 테니..."




나는 순간 몇 걸음을 내딛었다
눈동자는 꼬일 정도로 뜨거웠지만
왼손 하나를 오른쪽 허리 쪽으로 돌게한 뒤
신체의 축을 고정시킨 뒤 검을 흔들었다

일격이 옥좌 쪽으로 그어지며

악의라는 악의를 베어 죽였다

이것은 왼손 하나로 충분했다
거리도 간격도, 위치 설정도 나에게는 이제 의미가 없었다
단지 의지를 담아 휘두를 뿐이였고
그렇게 원전이 마검의 형상을 띠며 울어댔다

악의들이 죽어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사람의 모습을 한 그것들은 무너져 가고 있었다




"...진심이구나, 루기스"


"어이, 알류에노 무더진거야 뭐야?
어릴 적의 너라면 내 속셈은 눈치챘을 텐데"




알류에노는 왜... 라고 중얼거렸고
눈동자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떠돌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공연히 가슴을 쥐어뜯고 싶은 충동이 엄습했다
그녀에게 그런 얼굴을 시키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둘도 없는 악역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것은 언제나 내 몫이니까




"...우린 늘 함께였잖아"




나는 아 그래?... 그런 대답을 하고 마검을 고쳐잡았다
왼손 하나 뿐인데도 적응하는 내가 왠지 무서웠다
칼날 자체가 의지를 가지며 알류에노를 향하고 있었다




"난 널 기다렸어, 루기스"


"그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나 정말 힘들었어... 제발 가르쳐줘.... 대체 왜?"
  
   우리 편은 우리 뿐이였잖아
우리가 배고픔에 시달릴 때, 사람들은 뭘 해줬어?
네가 영웅이 되지 않았다면, 평생 거뜰떠보지도 않았을 거야
우리가 울든, 괴롭든, 소리치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잖아
우리를 구하는 건 언제나 우리들 뿐...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는데"





알류에노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당황과 동요를 안은 듯 황금빛 눈동자는 커다랗게 변해갔다
정말로 나의 반응이 의외여서 참을수 없다는 표정이였다

고아 시절이 눈에 선했다
그것은 몹시도 지독한 시절이었다
좋았던 일은 알류에노나 나인즈씨가 함께 있어 준 것 정도일 것이다
먹을 것은 물론, 자신의 것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로는 손에 피를 묻히면서 일을 해야 할 정도

그런 가운데
고아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인즈씨를 제외하면 서로끼리 뿐
같은 처지이고, 같은 진흙을 핥은 자만이 마음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알류에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대성당에서의 나날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성녀로 뽑힌 이후의 날들도...
모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네가 마중나와 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황금빛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녹는 듯한 애정이 담긴 것도
영혼을 파괴하는 악의가 굳은 것도 아니였다

그저 순수한 눈동자
알류에노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어느 편에 서겠어?



답은 하나밖에 없다



"알류에노, 나는 네 편이야
하지만 다른 녀석들도 돕겠어
그녀들은 나의 동료였고, 나는 모두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
말했잖아, 설사 너라도 그들을 다치게 하는 것은 막을거라고"




나는 마검을 움켜쥐고
오른쪽 어깨에 얹어 자세를 잡았다
알류에노는 순간 눈동자를 크게 뜨며 손가락을 가볍게 떨었다
그 눈동자가 깊게 물들어 마치 주변을
온통 집어삼킬 듯 변해가는 듯 했다

알류에노는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루기스... 지금 이 상황을 봐
다른 누구도 지금 당신을 도와주지 않잖아?"


"아니, 저들은 나와 달리 틀림없는 영웅들이야
그저 사로 잡혀 있을 뿐이지, 도망간게 아니라고"




나는 뺨을 잔뜩 찌푸린 채 땅에 엎드려 있는 그들을 보았다
정말이지... 영웅들이 다 무슨 꼴이냐고

물론 이미 예전의 풍경과
지금의 그들이 같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그들은 충분한 일을 해내고 있지 않은가
역시 이들은 영웅인 셈이다
나는 지금도 그들을 동경한다

그렇다면 세상이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평가절하 한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마, 나의 영웅들은 곧 일어날테니까"




나는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 마검을 옆으로 기울였다





 ◇◆◇◆






제정신이면서도 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것은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고
동시에 나 자체라고도 느끼는 것이였다

손끝이 매우 뜨거웠다
그것은 마력이 폭주하고 있다는 증거
시야도 일정하지 않았고,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게다가 무엇보다...

누가 뭐고 뭐가 누구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엘디스에게는 모든 광경이 이상했다
나무와 화초 덩어리가 사람이나 엘프 모양으로
서성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은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로 들리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아, 역시 나는 미쳐버린 거야
엘디스는 현 상황은 쉽게 이해했다
생각은 희미해서 전혀 굳어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어째서인가 하면
눈앞의 움직이는 화초를
어떻게든 부숴 버리고 싶어지는 것이였다

그것은 분명 생물인 줄 알면서도
본래 움직이지 않는 그들이 의기양양하게 움직이고
때로 웃는 모습은 엘디스의 가슴을 엿같게 했다



"멈춰, 멈춰, 멈춰!!!"




그녀는 팔을 휘둘러 나무덩어리를 날려보냈다
주술과는 또 다른, 그저 난폭하게 마력을 휘두르는 거친 행위였다
엘디스에게는 더 이상 누군가를 저주할 수도 축복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정령술의 미완성 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미쳐버린 자신에게는 알맞는 거겠지

하지만 그런 이런 상황에도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으니

겉보기는 같지만 냄새가 확연히 다른
영웅과 기사, 마법사, 그리고 또 한 명...

어찌된 영문인지 엘디스는 이들과 함께 있었다
이따금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문득 그 중 한 사람이
엘디스의 푸른 눈 앞에서 멈췄다

이유는 불분명 의도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것을 부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손끝이 떨렸다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고 마음 어딘가에서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생각이 얼른 머리에서 떠올랐다

그녀는 손바닥을 벌렸다
마력의 분류를 언제나처럼 토해낸다면
싱겁게 그 나무 덩어리는 날아갈 것이다
그런 일을 후회하는 일도 주저하는 일도 이 엘디스에게는 없었다



엘디스는 그만하라고
광기의 가면 속에서 소리쳤다
그러나 몸은 광기에 이끌리듯 높이 손을 들었고
이제 내리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였다

싫어, 아니야, 달라
나는 그에게 이런 짓을 하지 않았어

엘디스의 비통한 외침이 가슴을 울렸고
팔이 천천히 떨구어지더니...

그에게 팔을 잡혔다




나무들의 덩어리가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동자의 위치도 모르건만, 그래도 왠지 순간 매혹되는 기분이였다

광기의 가면을 쓴 채 엘디스는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여왕 폐하?"




아, 그래

핀 엘디스는 뭔가 납득이 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역시 이런 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의 여왕이다
그래서 여기 있는 게 아닌가
그 밖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엘디스는 정령술의 마력을 시야에 집중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가보자고, 내 기사여"




푸른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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