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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0화 - 너는 아름다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0화 - 너는 아름다워 -

개성공단 2021. 8. 15. 04:50

루기스와 성녀 아뤼에노의 결투는
뭔가 말로 표현하자면.... 동떨어졌다고나 할까나

한쪽은 오른팔의 감각을 잃은 빈사의 모습을 한 반면
나머지 한 쪽은 상징적인 옥좌를 얻은 완전한 상태
더 나아가 지금 이 때에도 변동을 계속하는 왕도는
알류에노에게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 힘은 더 이상 누군가의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녀가 삼킨 대영웅 아르티아는
말장난이 아니라 틀림없이 이 세계에 군림한 것이였다

수많은 대마들을 엎드리게 하고
마족을 좌지우지하며 마수를 구축한 대마의 왕
대지를 비예하는 시선마저 물질을 능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신위의 검"




알류에노의 손바닥 위에서 한 자루의 검이 펼쳐졌다
왕도 앞에서 아르티아가 보여준 칼보다
경이로움을 더하는 듯했다

신앙과, 신전과, 원전
삼위를 일체화한 끝에 창조된 검은 이제
검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이것은 일찍이 세계를 만들어 마성을 길러
수많은 종을 낳게 한 창조종...
기계 구조의 신들에게 박힌 쐐기 그 자체

신들과 인류를 분리한 대영웅 이야기가
단순한 전설이 아님을 이 쐐기가 증명하고 있었다




"루기스"




알류에노는 신화를 대변하는 듯이 말했다
황금빛 눈동자는 열에 뜨거워지지도, 식혀서 차가워지지도 않고
오직 한 가지 사실만을 띠고 있었다




"아주 옛날... 너는 내가 있어서 함께 여행한다고 말했지?
정반대야, 나는 네가 있기에 여행을 하고 있었어
세상 따위 망해도 상관없이 말이야

   왜냐하면... 우리 둘이서 함께 행복해지려면
그것 밖에 없었으니까..."


"알류에노, 난 충분히 행복해
그리고 네가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이걸로 안 되겠니?"


"응, 안 돼
이 세상에서는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알류에노의 눈동자는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신화를 계승한 자의 거룩함과
세계의 잔혹함을 아는 자의 연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알류에노는 생각했다
분명히, 일찍이 아르티아도 이것과 같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많은 운명, 수많은 이별. 사랑하는 자의 상실

어차피 이 세계 그 자체가
일찌기 기계 장치의 신들로 만들어진 것이니
이들이 죽은 후에도 그 톱니바퀴는 
아직도 마성과 사람들에게 운명을 부여하고 있었다

대영웅도, 인간왕도, 용자조차도
어쩌면 그들에게 맡겨진 소임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르티아는 그 운명에 반역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냈다
절대 이루지 못했을 미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을 테지만
그러나 알류에노는 손바닥에 있는 그것을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나도 이룰 수 없는 운명을 손에 넣고 싶다면
운명을 역변시키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뭘 희생하든...




"그러니까 나는 너를 내 손으로 가질거야"



 
알류에노의 선언은 신의 선고와 비슷했다
그녀는 모아진 힘을 손으로 치켜들었다
소용돌이치는 마력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며
겁에 질린 듯 옥좌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루기스 역시 상대하듯 마검을 움직였다
그에게 실수란 없었고
본래대로라면, 단 한 척으로 적의 목을 벨 것이였다

하지만 그의 목덜미엔 싸늘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과연 이것을 죽일 수 있을까
알류에노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가진 신화를 뒤엎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것은 곧 인류신화
인류가 이제까지 쌓아온 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이에 승리한다는 것은 인류라는 총체를 단독으로 능가한다는 것

그런 짓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목을 떨고 있는 루기스의 시야에
알류에노의 빛이 덮어갔다

순간 루기스는 온몸이 탈진해 가는 감촉을 느꼈다
빛 자체에 감싸인다는 것이 이런 느낌인건가

마검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그것들을 베어 죽였고
다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마검이 스스로 루기스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 내가 도움을 받았구나"




루기스는 마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지금 순간이였지만 의식을 잃고 있던 것이였다
아직도 눈가가 휘청거리기까지 할 정도

그저 알류에노의 황금빛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이였다

틀림없이 저 빛의 영향인거야
단 한 번의 해후에서 그 정체가 대략 파악되었다

그녀가 가진 권능은 힘을 벗겨내는 신의 빛
그리고 그것을 행복한 신의 포옹이라고까지 생각하게 하는 이상




"불행을 거스르는 자는 있어도
행복을 거스르는 자는 없어, 루기스"




알류에노가 말했다
그녀는 옥좌에서 일어난 모습 그대로
튀어오른 루기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뺨엔 미소가 떠올랐고, 곧 빛이 커져나갔다

루기스가 이 세상 모두에 죽음을 주든
밤의 장막을 온 곳에 펼치든
그의 영혼은 본래 인간의 것

모든 것을 능가하는 빛의 속도를
추월하긴 커녕, 따라잡을 수도 없을 것이다




"미치겠군"




빛은 본래 영혼이 가지고 있던 영역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인류가 아니라 정령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빛에서 검은색 무언가가 뚫고 지나갔다
그것은 주술이 아니였고
아니... 주술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본래 주술은, 축복과 신앙의 현현
하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마법처럼 지향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단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대상을 해칠 수 있는 것을
바로 저주라고 부르는 것이였다

엘디스는 정령술의 하나로서
그 현상을 이용하고 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그것밖에 방법을 몰랐으니 말이다

그러나 엘디스는 오늘 본 것이였다




모든 것이 빛바랜 세계
그가 그가 아니었고, 모든 것이 다가 아니었던
세상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저주나 축복 외에 다른 취급법이 있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의 푸른 눈이 떠지고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머리를 비틀며, 훌쩍 일어섰고
거기에는 팽팽한 활의 활시위를 방불케 하는 힘이 있었다

이중으로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핀 엘디스는 단 두 개만을 인식하며, 중얼거렸다




"가볼까, 나의 기사"




손가락 끝에 다듬어진 마력이 발해졌고
빛을 차단하는 검은색이 뿜어져나갔다

주술이란 곧 현상
수동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그것은
온 세상을 뒤흔드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저주를 능동적인 것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그녀는 이제까지 개개인을 저주했을 뿐, 단체를 저주하진 않았었다

저주란건 지나치게 난폭한 것
그 본래의 형상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였다

하지만 엘디스가 그 사실을 깨닫고
기원주술이라는 형식에 적용시켜, 새롭게 승화시켰으니
결과는 이렇다



"잡아먹고, 증식하여라, 영원히..."



검은색이 빛을, 공간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마치 주술 자체가 엘디스의 손을 떠나 생물로서 독립한 것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 저주에 있어서
주위의 모든 것이 저주를 당하는 대상이였으니

먹어라, 먹어라, 먹어라
검정색은 증식하듯 퍼져나갔다

그리고 엘디스는 그 고삐를 잡으며, 루기스를 쳐다보았다




"루기스, 그런 과거를 딛고 내게 와준거야?
참으로 지독하네, 메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는 여왕 폐하의 기사인데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뭐... 다 끝난 후에 화라도 낼까요?"




엘디스는 웃었다
얼굴은 다소 창백하지만
그녀의 푸른 눈은 어느 때보다 맑아보였다

엘디스는 피에르트와 카리아가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이들이 깨어날지는 알 수 없다
그녀도 자신과 비길 데 없는 지옥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수도...

하지만 루기스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무언가를 믿고 있었다
거기에 있는 것이 우정인지 친애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엘디스도 믿기로 했다
여왕으로서의 위엄을 눈가에 풍기며
두 사람을 감싸듯 발밑을 울렸다




"피에르트, 카리아
너희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루기스는 틀림없이 내 것이 될 거야
물론 일어나도 결과는 똑같겠지만...
그래도 좋다면 계속 자고 있는게 좋을지도?"



엘디스는 긴 귀를 쫑긋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뺨에는 이제까지 없었던 정령여왕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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